국회풍경

국회의 시간

나이스가이V 2015. 10. 5. 09:40

살다보면 나이가 들었구나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헛되이 지나가는 시간을 인식할 땝니다. ‘이 귀한 시간이 그냥 흘러가는구나.’하고 말이지요. 국회 출입을 하면서 그런 일이 잦아졌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말과 행동이 언론이 주목하는 전부입니다. 의원들은 국회에서 여러 형태와 조합의 회의를 통해 발언하고 행동을 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회의 일정은 대개 문자와 메일로 출입기자에게 미리 공지됩니다. 급히 잡힌 일정도 긴급 문자를 통해 알려옵니다.

 

의원들에게 중요한 회의는 기자들에게도 중요합니다. 언론이 중요하게 봐서 의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회의일지도 모릅니다. 기자들은 보통 ‘9’ ‘10’ ‘14등 정시에 잡힌 회의 일정보다 조금 일찍 가서 자리를 잡습니다. 국회가 좁지는 않지만 워낙 매체가 많다보니 웬만한 곳은 서둘러 자리 잡아야 맘이 좀 편해집니다. 평균적으로 시작시간을 5분 내지 10분쯤 넘겨서 회의가 시작됩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요즘 10분이 넘어가면 살짝 화가 납니다. ‘아까운 시간을 인식하게 되는 겁니다. 딱히 그 시간에 긴요한 무언가를 할 것도 아니면서 발이 묶인 채 흐르는 시간을 그냥 보고 있는 것이 못마땅한 겁니다. 시간을 지키지 않는 의원들 때문에 제 귀한 시간이 뺏기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하게 되지요. 회의장을 가득 메운 채 기다리는 수 십 명의 기자들 수에 지연된 시간을 곱하면 얼마나 큰 시간입니까. 의원들 입장에서는 여야 또는 당내 갈등과 논란 속 예민한 사안에 대해 막판 조율이나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할 수 있겠지요. 늦게 회의장에 나타나도 신중’ ‘막판 진통등의 표현으로 기사화되기도 할 테지요. 여하튼 이런 갈등이 클수록 기자들이 기다려야 할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이라고도 하는데 국회에서의 기다림은 어떤 미학을 위함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기에 시간 잘 때우는 무언가를 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이 먹는다는 조금 씁쓸한 생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지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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