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사진에세이&B컷'에 해당되는 글 28건

  1. 2018.02.21 먹고 사는 일 (4)
  2. 2017.11.08 연 날리는 아이
  3. 2016.12.29 그들의 뒤통수 (4)
  4. 2016.01.13 아이들이었을까 (2)
  5. 2015.01.29 물그림자
  6. 2014.11.04 가을을 타다 (2)
  7. 2014.08.27 증명해야 하는 슬픔
  8. 2014.03.15 눈물 타고 흐르는 전기
  9. 2013.08.13 '영웅'
  10. 2013.03.29 파란 봄 (4)
  11. 2013.02.14 연탄재
  12. 2012.12.10 어느 무명화가의 작업실 (1)
  13. 2012.10.24 손편지
  14. 2012.09.26 남자들의 이별 (4)
  15. 2012.08.31 담벼락에 걸린 눈
  16. 2012.08.21 노동자의 얼굴, 2012
  17. 2012.08.03 외로운 등
  18. 2012.07.09 나날이 숭고해지는 생명
  19. 2012.01.27 견공의 서울나들이
  20. 2012.01.06 겨울 그리고 나무

시골장터에서 나물을 팔던 상인이 좌판 뒤 저만치 떨어져 앉아 허겁지겁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손님이 나물 3000원 어치를 싸달라고 하자나물을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나물값을 받으려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손이 앵글 안에 들어왔고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찰나의 순간에 손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습니다.

 

 

햇볕에 그을린 손이 거칠었습니다. 손등의 살갗은 터서 갈라졌습니다. 좀 전까지 나물 다듬던 손은 흙투성입니다. 손톱 사이에 까만 흙이 또렷합니다. 나물값을 받으려 내민 손은 밥 먹던 젓가락을 움켜쥐었습니다.    

 

카메라 모니터로 사진을 확대해 보는 동안, 가슴이 저릿해지고 눈자위가 시큰해졌습니다살아가는 일에 대한 강한 은유로 다가왔습니다. 세월이 내리고 억척이 스며든 어머니의 거친 손을 공경과 엄숙함으로 바라봅니다. 

 

더불어 '나의 일과 밥'을 생각했고, 그것을 감당하는 제 손을 한 번 낯설게 바라보았습니다.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고 사는 일  (4) 2018.02.21
연 날리는 아이  (0) 2017.11.08
그들의 뒤통수  (4) 2016.12.29
아이들이었을까  (2) 2016.01.13
물그림자  (0) 2015.01.29
가을을 타다  (2) 2014.11.04
Posted by 나이스가이V

 

하늘에 연이 날아올랐습니다.

아이는 바람이 걸리지 않는 언덕 제일 높은 곳에서 연줄을 잡았습니다.

높이 오른 연이 자랑스러운 듯 미소 한가득 머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 건너의 고향집에서 하던 놀이였을 거라 짐작합니다.

연이 날고 있는 맑은 하늘과 하늘 아래 나무와 천으로 엮은 허름한 집들이 대조를 이뤘습니다.

다행히도, 정말 다행스럽게도 연은 구름 쪽이 아니라 파란하늘 쪽에 날고 있었습니다.

 

- 7일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하킴파라 로힝야 난민캠프에서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고 사는 일  (4) 2018.02.21
연 날리는 아이  (0) 2017.11.08
그들의 뒤통수  (4) 2016.12.29
아이들이었을까  (2) 2016.01.13
물그림자  (0) 2015.01.29
가을을 타다  (2) 2014.11.04
Posted by 나이스가이V

신문에 금주의 B이라는 코너가 신설됐습니다. B컷은 A컷에 밀려 쓰지 못한 아까운 사진을 말하지만 신문에 쓰기 부족한 사진의 의미도 있습니다. 나름 골라냈으나 지면에서 외면받은 사진뿐 아니라 아예 폴더 내에서 잠자던 사진도 B컷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코너가 생기다보니 삭제 직전에 기사회생해 'B컷'의 지위를 당당하게 누리게 되는 사진이 늘 것 같습니다.      

 

신문에 쓰지 못하는 사진을 신문에 쓰는 것이니 B컷이 아니라 A컷이 되는 셈이지요. 아래 사진들은 B컷 코너를 위해 준비했지만, 지난 주말 정치 덕후커버스토리에 꼽사리 끼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뒤통수 보고 누군지 맞혀 보시라'는 퀴즈가 되었던 것이지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청문회에서 찍어두었던 사진입니다.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의 뒷모습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신문 지면에서 웬만하면 뒷모습은 쓰지 않습니다. 위기의 인물을 표현하거나,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가끔 허용되지요. 금기시하고 있는 뒤통수를 향해 셔터를 눌렀던 건 아마도 이 ‘B코너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겠지요. 

 

 

셔터를 누르는 동안 뒤통수의 뒤인 얼굴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느라 다양한 표정을 섞어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었습니다. 미동도 표정도 없는 뒤통수만이 증인들의 본모습이자 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평생 스스로 볼 일 없는 자신의 뒤통수지만, 남들은 노골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아이러니한 신체 부위지요.

 

청문회 증인들의 이 뒤통수 사진이 독자에게 어떻게 가 닿을지 궁금했습니다.

 

뒤통수 조심할 사람이 많은 세상입니다.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먹고 사는 일  (4) 2018.02.21
연 날리는 아이  (0) 2017.11.08
그들의 뒤통수  (4) 2016.12.29
아이들이었을까  (2) 2016.01.13
물그림자  (0) 2015.01.29
가을을 타다  (2) 2014.11.04
Posted by 나이스가이V

새들이 날아올랐다.

새들은 공중에서 배회했다.

왜 하필 그 장면이 카메라에 들어왔을까.

장소의 특수성과 연결 지을 수밖에.

지난 12일 안산 단원고에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이었던 생존 학생들의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이 열리던 그 시간 새들은 학교 건물 위를 맴돌고 있었다.

어딘가로 날아가지도 그 무리가 흩어지지도 않았다.

그저 날고 있는 새로 보이지 않은 이유다.

사고로 희생된 아이들의 넋이라도 실어왔을까.

아이들의 메시지라도 전하러 왔을까.

물의 부자유와 대비되는 하늘의 자유를 누리는 새들을 보며 아이들도 그랬으면 하고 바랐다.

 

354명이 입학했지만 이날 86명이 졸업했다.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 날리는 아이  (0) 2017.11.08
그들의 뒤통수  (4) 2016.12.29
아이들이었을까  (2) 2016.01.13
물그림자  (0) 2015.01.29
가을을 타다  (2) 2014.11.04
증명해야 하는 슬픔  (0) 2014.08.27
Posted by 나이스가이V

물에 투영된 산과 겨울나무와 석탑이 선명하다.

 

한 폭 그림처럼 시선을 잡는다.

거꾸로 봐도 다르지 않다.

무엇인 실재이고 무엇이 현상인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바람에 흔들리고,

빛이 변하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 물그림자다.

땅을 딛고선 것과 달리 물에 투영된 사물은 불안하다.

그래서 거짓이다.

눈을 즐겁게 하지만 만질 수 없는 신기루다.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신기루가 진짜를 대체하고 있을까.

나는 내 속에 얼마나 많은 거짓과 가짜를 참과 진짜로 가장하고 있는 걸까.

 

20여 년 전 복원됐다는 저 석탑도 백제의 탑은 아니다.

거짓을 투영하고 있는 연못 위 또 다른 거짓이라.

 

거짓의 거짓은 참인가,

더 큰 거짓인가.

 

물그림자를 보고 든 상념.

 

2015123. 익산 미륵사지에서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들의 뒤통수  (4) 2016.12.29
아이들이었을까  (2) 2016.01.13
물그림자  (0) 2015.01.29
가을을 타다  (2) 2014.11.04
증명해야 하는 슬픔  (0) 2014.08.27
눈물 타고 흐르는 전기  (0) 2014.03.15
Posted by 나이스가이V

나뒹구는 낙엽을 보며 문득 쓸쓸함을 느꼈습니다. 찬바람 불고 물든 단풍잎 흩날리니 ‘막연한 그리움도 고개를 들었습니다. 왜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기껏 가을이니까내지는 다들 가을에는 그렇지 않나하는 질문으로 되받습니다.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낙엽을 보며 싱숭생숭해지는 마음은 요맘때 많은 이들이 버릇처럼 하는 말들이 만들어 놓은 '강요된 감정'은 아닐까하는 의문도 품어봅니다.

 

지인들과 술자리가 많아지는 가을입니다. “날 선선해지면 한 잔 하자했던 여름의 약속이 드러난 핑계이지만, 선선한 바람과 문득 찾아드는 외로움에 술 한 잔의 위로를 서로 주고받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그 실체가 조금 모호한 감정이지만 이번 가을에는 쓸쓸함이든 그리움이든 외로움이든 그대로 한 번 느껴보고 싶습니다. 누구에게 어떤 위로도 구하지 말고 뒹구는 낙엽처럼 이리저리 밀려다니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가을을 타고 있습니다.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들이었을까  (2) 2016.01.13
물그림자  (0) 2015.01.29
가을을 타다  (2) 2014.11.04
증명해야 하는 슬픔  (0) 2014.08.27
눈물 타고 흐르는 전기  (0) 2014.03.15
'영웅'  (0) 2013.08.13
Posted by 나이스가이V

지난 1836일째 단식을 이어오던 유민 아빠김영오씨는 앙상한 팔을 걷어 보이고 허리둘레보다 두 배쯤 커져버린 바지춤을 흔들어 보였습니다. 앞서 한 정치인은 제대로 된 단식이면 실려 갔을 것이라 비아냥댔지요.

 

딸에 대한 사랑과 딸을 잃은 아비의 슬픔을 의심받아야 하고, 목숨을 건 단식의 진정성을 증명해야 하는 현실이 참 잔인합니다. 겨울 나뭇가지 같은 아슬아슬한 몸을 드러내 보이고 딸과 주고받았던 문자메시지에 통장까지 공개하도록 하는 가학적인 의심과 무책임한 발언에 분노가 일어납니다.

 

인간성이 상실된 이들에게 절망하다가도 진상이 규명되고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동조 단식에 나선 시민들을 보며 다시 희망을 쥐어 봅니다.

 

목숨 건 단식에 아빠라는 이유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합니까?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그림자  (0) 2015.01.29
가을을 타다  (2) 2014.11.04
증명해야 하는 슬픔  (0) 2014.08.27
눈물 타고 흐르는 전기  (0) 2014.03.15
'영웅'  (0) 2013.08.13
파란 봄  (4) 2013.03.29
Posted by 나이스가이V

밀양 주민과 시민들이 서울 대한문 앞에서 촛불을 들었다.

100일 전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음독해 유명을 달리한 유한숙 할아버지를 위한 촛불이다.

쌀쌀한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뒤로 빌딩의 불빛이 미동도 없이 빛났다.

밤이지만 어둡지 않은 도시 한 가운데서,

해 지면 소박한 불빛 밝혀 사는 밀양 주민들이 외친다. 

"전기보다 생명이 소중하다"고.

 

서울 전기 자급률 3%.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      

 

2014.3.14 서울 대한문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을 타다  (2) 2014.11.04
증명해야 하는 슬픔  (0) 2014.08.27
눈물 타고 흐르는 전기  (0) 2014.03.15
'영웅'  (0) 2013.08.13
파란 봄  (4) 2013.03.29
연탄재  (0) 2013.02.14
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에세이&B컷

서울시청 외벽에 걸린 대형 걸개의 글귀가 눈에 띄었습니다. 스쳐 지나며 읽은 문구에서 조그만 위안을 얻으며 흐뭇했습니다. 때마침 신호에 걸려 차창을 내리고 사진을 한 컷 찍으려는데 벤치에 누운 지쳐 보이는 남자가 글과 함께 앵글에 들어왔습니다.

 

영웅드러누운 남자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어 보였습니다. 글귀와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간사하게도 바로 조금 전 위안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대한민국 수도의 가장 상징적인 곳에 걸린 대형 현수막이 담고 있는 희망의 메시지는 도처에 널린 무기력하고 좌절적인 삶에 대한 역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이 되겠다는 검찰의 말처럼 공허하기도 했습니다.

 

난세영웅이라 했으니, 너도나도 영웅이어야 할 어지러운 세상인 건가요. 거꾸로 영웅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더 희망적이라는 말도 되는군요희망적이고자 했던 걸개의 메시지는 희망적이지 않은 것이 되어 버리는 군요. 궤변이죠? ㅎㅎ 누군가의 영웅이 되어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될 것 같습니다.

 

서울광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주말마다 모이는 곳이지요. 큼지막한 현수막이 촛불 든 시민 한명 한명에게 힘을 주는 듯 걸려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날이 더워 그런지 두서없이 주절댑니다. ^^ 이 더위 빨리 지났으면...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증명해야 하는 슬픔  (0) 2014.08.27
눈물 타고 흐르는 전기  (0) 2014.03.15
'영웅'  (0) 2013.08.13
파란 봄  (4) 2013.03.29
연탄재  (0) 2013.02.14
어느 무명화가의 작업실  (1) 2012.12.10
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에세이&B컷

신문사 입사한 그해 가을로 기억합니다.

당시 부장께서 외신 사진 한 장을 벽에 붙였습니다.

참신해 보이고 시도해 볼만한 계절 스케치 사진을 그런식으로 붙이셨지요.

바닥에서 벽으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낙엽을 쓸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부장께서 좋다고 생각하신 사진을 어떤식으로든 흉내내 찍어보려 낙엽지는 가을마다 기회를 노리곤 했었지요. 결국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꽤 긴 시간 머릿속에 남아 있던 이미지였습니다.

 

그제 인터뷰 갔다가 건물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사진을 한참 바라보며 '내가 왜 이 사진을 찍었을까?'에 대한 답을 찾았습니다.

기자 초년병 시절 각인된 이미지에 저도 모르게 끌린 것이지요.

가을이 아닌 봄이, 빗자루 대신 롤러가, 낙엽 대신 파란 페인트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회사에 돌아와 내밀어 봤지만, 시큰둥 합니다.

그 시절 부장님이 은퇴하고 안 계시니 알아 줄 이가 없는 것이지요. ^^

 

 

볕이 따습다.

나른한 그림자가 함석 지붕 위에 파란 봄을 칠하고 있다.          2013.3.27 서울 시흥동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 타고 흐르는 전기  (0) 2014.03.15
'영웅'  (0) 2013.08.13
파란 봄  (4) 2013.03.29
연탄재  (0) 2013.02.14
어느 무명화가의 작업실  (1) 2012.12.10
손편지  (0) 2012.10.24
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에세이&B컷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달동네 104마을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사진 좀 찍어봤다는 이들은 번쯤 걸었곳이지요.  

운동이라도 하려고 나설 때면 일부러 이 동네를 지나갑니다.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이 꽤 매력이 있습니다.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극적으로 또다른 골목과 연결이 되지요.

7년 전 중계동으로 이사 온 뒤 수도 없이 다녔던 동네가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낯설게 느껴집니다.

오래돼서 낯선 것들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카메라가 없어서 아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요.

 

지난 4일 눈 많던 날, 104마을에는 골목골목마다 매캐한 연탄냄새가 떠다니고 있었지요.

연탄재를 찍었습니다.

 

<연탄재>

서울 중계본동 104마을 골목에 정성껏 쟁여놓은 연탄재가 쌓인 눈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연탄재는 폭설이 쏟아진 이날 가파른 골목길 빙판에 골고루 뿌려졌다. 어느 시인의 기우처럼 '연탄재 함부로 차는' 이 없는 곳이 달동네다. 한때 뜨거웠던 연탄의 '헌신'은 겨우내 계속되고 있었다.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웅'  (0) 2013.08.13
파란 봄  (4) 2013.03.29
연탄재  (0) 2013.02.14
어느 무명화가의 작업실  (1) 2012.12.10
손편지  (0) 2012.10.24
남자들의 이별  (4) 2012.09.26
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기자로 살면서 제 개인적인 계획으로 명소를 찾아가는 일은 드뭅니다.

일하다보면 언젠가 가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지요.

통영 동피랑 마을도 그런 곳입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사퇴하기 한 달 전쯤 동피랑 마을 방문해 따라갔었지요.

이날 후보의 전 일정들이 많아 굳이 사진을 마감할 생각보다는 기념사진이나 몇 장 찍으려 했었지요.

안 후보가 동피랑 꼭대기에서 마을주민과 대화하는 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늘짜집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써진 계단을 기어이 올랐습니다.

마을 아래로 아담한 통영항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옥상 아래 대문과 현관문 사이 좁은 공간에는 화구들이 널려있었지요.

캔버스엔 통영항이 담겼습니다.

야외에 작업실을 만든 이의 '낭만'이 느껴졌습니다.

그때 눈에 띈 것은 현장 노동자들이 신는 흙투성이의 '안전화'였지요.

'고흐의 구두'가 연상되었습니다. 고단한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던 작품.

이 그림의 작자가 궁금해졌습니다.

노동자일까. 팍팍한 삶의 스트레스를 그림으로 해소할까.

화가일까. 궁핍한 생활을 노동으로 감당해 낼까.

화가의 꿈을 꾸는 노동자일까.

아름다운 풍광의 이곳 동피랑에서 '도저히 그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이'였을 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느 무명화가의 작업실을 들여다보고 기념사진 대신 에세이를 건졌습니다.

 

<어느 무명화가의 작업실>

통영항이 내려다 보이는 동피랑 마을의 작은 집 현관 앞에 개인 작업실이 눈길을 끌었다. 통영항을 담은 캔버스 주위에 어지럽게 널린 화구와 낡은 구두가 인상적이다. 이 그림의 작자는 화가의 꿈을 꾸는 노동자일까, 아니면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그림쟁이일까.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란 봄  (4) 2013.03.29
연탄재  (0) 2013.02.14
어느 무명화가의 작업실  (1) 2012.12.10
손편지  (0) 2012.10.24
남자들의 이별  (4) 2012.09.26
담벼락에 걸린 눈  (0) 2012.08.31
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에세이&B컷

거리에서 우체통을 보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늘 거기 있었을 텐데도 개인적으로 쓰임이 없고 관심을 두지 않으니 보이지 않았을 수 밖에요. 파란 가을 하늘 빛과 대비되는 붉은 색이어서 눈에 띄었나 봅니다. 아니, 편지가 떠올려지는 계절이라 시선이 갔나 봅니다. 썼다 지웠다 하며 손으로 쓴 편지를 부친 기억이 십 수 년은 된 것 같습니다. 가끔 손으로 눌러 쓴 제 글씨가 낯설게 보입니다. 심지어 수첩에 긁적인 저의 글씨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태까지 생겼습니다. '내 주위에 누구의 글씨를 기억하고 있나?' 생각해 보니, 당장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e메일과 카톡이 대세인 시대에 손으로 쓴 편지는 이벤트에나 출연을 합니다. 깊어가는 가을, 편지 한 통 써서 부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또 '누구에게 쓸 것인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손편지>
완연한 가을이 내린 거리를 걷다, 파란 하늘아래 유난히 붉어 보이는 우체통에 시선이 멈춘다. 손으로 눌러 쓴 편지의 기억이 까마득하다. e메일, 문자메시지에 밀린 '손편지'가 '이색편지'가 된 시대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 손편지 한 통 써서 부치고 싶다.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탄재  (0) 2013.02.14
어느 무명화가의 작업실  (1) 2012.12.10
손편지  (0) 2012.10.24
남자들의 이별  (4) 2012.09.26
담벼락에 걸린 눈  (0) 2012.08.31
노동자의 얼굴, 2012  (0) 2012.08.21
Posted by 나이스가이V

추석 열차표 예매하던 날, 시민들의 긴 행렬을 위에서 내려찍기 위해 서울역 2층 대합실로 올라갔습니다.

군복을 입은 병사 세 명이 다정하게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진이 마음에 안 드는지, 아니면 여러 장을 남기고 싶었던 것인지 찍고 또 찍었습니다.

이날 제대한 이들은 집으로 가는 열차 시간이 다가오자 헤어지기 아쉬웠던 모양이었습니다.

 

훌쩍 19년 전 기억이 스쳤습니다.

저는 논산훈련소 26연대 146번 훈련병이었지요. 

'전우조'라는 게 있었습니다.

서로 돕고 의지하며 훈련병 생활을 하라며 세 명씩 짝을 지어 주었습니다.

145번, 147번 동기들이 제 전우조였지요.

힘들 때 많이 의지했습니다.

 

4주 훈련을 마치고 각자 배치받은 부대로 가기 위해 새벽녘 기차역으로 향하던 중

우리 세 명은 손을 꼭 잡고 걸으며 훌쩍였습니다.

헤어짐이 아쉬웠습니다.

제대하고 모년 모일 모처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습니다.

숱하게 불렀을 그 이름, 지금은 기억에도 없습니다.

다들 잘 살고들 있는지?

 

황금같은 시기를 참고 견디며 의지했을 '남자들의 이별'을 목격하며, 훈련소 동기들을 떠올렸습니다.

아득해 보이는 시간인데 두 친구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남자들의 이별>
제대 병사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다정하게 셀카를 찍고 있다. 세 명의 남자는 각자 고향으로 돌아갈 열차시간이 다가오자 이별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서로의 어깨와 허리를 감싼 모습에서 지난 2년간 함께 했던 추억과 짙은 우정이 배어난다.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무명화가의 작업실  (1) 2012.12.10
손편지  (0) 2012.10.24
남자들의 이별  (4) 2012.09.26
담벼락에 걸린 눈  (0) 2012.08.31
노동자의 얼굴, 2012  (0) 2012.08.21
외로운 등  (0) 2012.08.03
Posted by 나이스가이V

영화 '이웃사람'의 원작 만화가 강풀씨의 인터뷰를 앞두고 시간이 남아 인근에 있는 팔판동 길을 돌아보았습니다.

삼청동길 들어서서 왼쪽으로 있는 동네입니다.

조선시대에 열덟 명의 판서가 나왔다고 팔판동이랍니다.

묵직한 유래에 비해 이름은 다소 가벼워 보이는 동네지요.

아담한 이 동네는 골목을 따라 예쁜 카페촌이 형성돼 연인이나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카메라를 든 이들도 많구요.

 

일부러 오기 힘든 동네고, 시간은 때워야 하고, 오랜만에 여유를 누렸습니다.

이 골목 저 골목을 어슬렁 거렸습니다.

한 번 지났던 골목인데 어떤 끌림이 있어 다시 한 번 걷게 되었지요.

저를 끌어들였던 것의 정체는 '벽에 그려진 눈'이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매서운듯 하면서도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는 눈이었지요.

전봇대 옆,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아보자는 심산으로 담벼락의 주인이 그린 것이겠지요. 

 

'빅브라더'의 눈, CCTV의 시선에서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세상인지라,

벽에 걸린 불신과 감시의 눈이 그래도 '애교스럽고 인간적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벼락에 걸린 눈>
서울 팔판동 골목을 지나다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돌아보니, 벽에 그려진 두 눈이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지켜보는 것이다. 세상 구석구석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찍어대는 CC(폐쇄회로)TV보다는 인간적이라 해야 하나?

 

 

 

ㅎㅎ 금발의 여인을 바라보는 시선, 참 인간적이지 않습니까? ^^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편지  (0) 2012.10.24
남자들의 이별  (4) 2012.09.26
담벼락에 걸린 눈  (0) 2012.08.31
노동자의 얼굴, 2012  (0) 2012.08.21
외로운 등  (0) 2012.08.03
나날이 숭고해지는 생명  (0) 2012.07.09
Posted by 나이스가이V

집회 현장에서 그렇게 누군가를 빤히 쳐다보고,

노골적으로 얼굴을 클로즈업 한 적이 제 기억엔 드뭅니다.

 

그는 아스팔트도 녹일 듯 뜨겁던 날,

국회 앞에서 열린 '용역의 폭력'을 고발하는 노동자들의 회견에 나왔습니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은 절실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핑계로 서둘러 자리를 뜨면서도 그 눈빛이 밟혔습니다.

 

불면의 밤을 선사했던 올림픽과 그 대미를 장식한 축구 한-일전이 선사한 기쁨에,

그의 고통, 노동자의 아픔은 가려지고 잊혀져 버렸습니다.

 

그의 눈빛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노동자의 얼굴>
기업이 고용한 '용역 폭력'의 실태를 공개하는 회견장에서 한 노동자의 눈과 마주쳤다.

짧게 깎은 머리에 검게 그을린 눈빛엔 그간의 고통과 분노, 아픔이 드리워져 있었다.

'국격'을 강조하는 2012년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들의 이별  (4) 2012.09.26
담벼락에 걸린 눈  (0) 2012.08.31
노동자의 얼굴, 2012  (0) 2012.08.21
외로운 등  (0) 2012.08.03
나날이 숭고해지는 생명  (0) 2012.07.09
견공의 서울나들이  (0) 2012.01.27
Posted by 나이스가이V

개화산에 취재갔다 등산로에서 우연히 한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어르신의 배낭에는 개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

'재밌는 장면'이다 싶어 서너장을 급히 찍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을 때는 '개가 참 호강하는구나' 정도의 생각이었지요.

 

수요일자 '포토에세이'에 쓰려고 사진을 '꼬불쳐' 놓고 몇 번이고 꺼내 보았습니다.

볼때마다 사진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재미있었던' 사진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가슴을 아리게 만드는 묵직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최근 가난과 외로움에 힘든 노년을 보내던 노부부의 자살 사건도진 위에 어른거렸습니다.

사진 속 어르신 앞으로 길게 나있는 등산로도 살아갈 많은 날들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찍을 당시 개를 먼저 봤다면, 다시 사진을 볼때는 어르신의 등이 먼저 보였습니다.

 

 

<외로운 등>

 

개화산을 내려오는 노인의 배낭에서 시추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자식 업어 키웠던 그 '위대한' 등에는 어느새 쭈글쭈글한 외로움이 내려 앉았다.

그 쓸쓸함을 한 마리의 개가 덜어주는 것일까.

긴 산행이 힘들까, 자식 업듯 개를 업고 있었다.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벼락에 걸린 눈  (0) 2012.08.31
노동자의 얼굴, 2012  (0) 2012.08.21
외로운 등  (0) 2012.08.03
나날이 숭고해지는 생명  (0) 2012.07.09
견공의 서울나들이  (0) 2012.01.27
겨울 그리고 나무  (0) 2012.01.06
Posted by 나이스가이V

아스팔트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스팔트 위 작은 틈에서 이름 모를 풀이 고개를 내밀었다.

지나치지 못하고 그 앞에 발길이 멈췄다.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리 자란 사연을 생각했다. 

 

수시로 지나는 차량의 바퀴에 밟히면서도 꿋꿋하게 그 생명을 견뎌냈다.

보잘 것 없는 풀의 생명이 더 없이 커 보이는 건, 

이 곳이 수 많은 죽음이 기려지고 있는 현충원이어서 일까.

 

쉽고 가볍게 스러지는 숱한 삶들의 세상에서 연약한 풀의 질긴 생명력은 경외감마저 들게 했다.

 

그 작고 고독한 생명이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나날히 숭고해지고 있었다.   

 

 

 

 

yoonjoong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동자의 얼굴, 2012  (0) 2012.08.21
외로운 등  (0) 2012.08.03
나날이 숭고해지는 생명  (0) 2012.07.09
견공의 서울나들이  (0) 2012.01.27
겨울 그리고 나무  (0) 2012.01.06
철거민, 손주름, 눈물  (1) 2011.12.13
Posted by 나이스가이V
서울 신촌로를 지나는데 앞서 가던 차량 뒷 좌석 차창 밖으로 개 한마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견공'은 오른쪽, 왼쪽의 차창을 오가며 세상구경에 분주했다.
반려동물을 배려해 양쪽 창을 열어 둔 운전자의 마음 씀씀이가 와 닿았다.
그나저나 견공은 인간세상의 무엇을 눈에 담았을까.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로운 등  (0) 2012.08.03
나날이 숭고해지는 생명  (0) 2012.07.09
견공의 서울나들이  (0) 2012.01.27
겨울 그리고 나무  (0) 2012.01.06
철거민, 손주름, 눈물  (1) 2011.12.13
행복  (0) 2011.11.18
Posted by 나이스가이V
한강변에 외로이 선 한 그루의 나무가 시선을 잡는다.
수북했을 나뭇잎 다 떨궈내고, 
시리디 시린 파란 하늘을 이고 있다.
추운 겨울 꿋꿋하게 버틴다. 
꽃 필 봄 기다린다.

2012.1.5 여의도에서

'사진에세이&B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날이 숭고해지는 생명  (0) 2012.07.09
견공의 서울나들이  (0) 2012.01.27
겨울 그리고 나무  (0) 2012.01.06
철거민, 손주름, 눈물  (1) 2011.12.13
행복  (0) 2011.11.18
하늘을 날다  (0) 2011.10.24
Posted by 나이스가이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