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풍경

"개·돼지를 위하여"

나이스가이V 2016. 7. 12. 18:34

민중은 개·돼지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지난 11일 국회에 출석했습니다. 사진기자들은 상임위 회의실이 아닌 회의실 앞 복도를 가득 메운 채 나 기획관을 기다렸습니다. 그의 망언에 대한 국민 분노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고향에서 급히 상경해 정신없을 그가 복도에서부터 플래시 세례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돼지들이 가득 메우고 있어 놀라겠다는 씁쓸한 농담이 흘러 나옵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 들어선 나 기획관은 시종 고개를 숙인 채 땀을 흘렸습니다. 그에게 국회 출석은 부담스럽지만 변명의 기회이기도 했을 겁니다. 사진 찍는 입장에서 고개 숙인 모습만 담는다면 그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그가 벗어나려 했던 99%의 측은지심을 자극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나 기획관에게 첫 질의를 시작한 의원은 ·돼지를 대표하는 OOO 의원입니다라고 하더군요. 그가 죽을 죄를 지었다고 울먹일 때 느껴졌던 일말의 측은함은 과음, 과로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본심이 아닌 영화 대사를 인용한 것이라 거듭 발뺌을 할 때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화가 나더군요. 글이 아닌 사진으로 표현이 안 되는 부분이지요.

 

신문에 그의 발뺌과 교육부의 거짓해명에 대한 기사가 나왔지만, 관련한 그의 사진은 고개 숙인 채 초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발뺌의 뻔뻔함을 사진에 담아낼 수 있었다면 그것이 가장 적절한 사진이었을 테지만, 그런 사진이 찍혔더라도 좀 더 극적인 감정 표현이나 상태를 드러내는 사진이 실릴 가능성이 높지요. 지면에 게재된 사진도 그랬습니다. 현장에서 찍은 그의 모습이지만 그의 태도를 드러내는 본질적인 사진은 아니었던 겁니다.

 

 

여하튼 교육부는 다음날 서둘러 그를 파면조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찜통더위에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한 날입니다. 99%들이 잔을 부딪치며 ·돼지가 들어간 착잡한 건배구호들을 여기저기서 외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산 개·돼지들을 위하여"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는 프로가 아니었다  (0) 2016.09.06
그의 '폴더인사'  (0) 2016.08.25
텅 빈 국회에서  (2) 2016.07.07
총선 취재의 뒤끝  (0) 2016.04.19
'어이쿠!!'  (2) 201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