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개가 개고생 하던 날

나이스가이V 2010. 12. 26. 18:08

연일 한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겨울이면 이정도 추위 쯤은 늘 경험합니다만,
해가 갈수록 조금씩 더 춥게 느껴지네요.
내복을 꺼내입어야지 하면서도
내복을 입는 순간, 겨울내내 내복 없이는 못 살것이다는 생각에 버티기로 했습니다
아니, 내복을 입는 행위가 더이상 젊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 버리는 것같다는 생각에 버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문사진기자는 추운 날은 추위를 찾아 떠돌아야 합니다
가장 추운 곳에서 추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주요일정 중 하나입니다
물론 더운 날은 더위를 찾아 헤매지요

한파스케치를 하기위해 한강으로 향하며 종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천막도 없이 달리는 트럭 위에서 개 한마리가 얼얼한 바람을 맞으며 어디론가 가고 있었습니다
찬바람에 눈을 감기도 하고 몸을 움츠리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일면식 없는 트럭 주인을 인정도 없는 참 야박한 사람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추워보였지만, 불안해 하는 기색은 없어 
어디 팔려가는 것은 아닐거라 생각했지요
오히려 두리번 거리며 세상구경하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따라나서며 매달리는 개를 주인이 두고 나오지 못해 데려 나왔나 싶기도 했습니다
주인은 정이 넘치는 사람일지도... ^^

개가 이 한파를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개가 한파에 개고생하는 것을 보며 차 안에 있는 내가 '행복하구나' 싶었습니다
내복없이 올 겨울을 한 번 더 나야겠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 
                                                                                                                            by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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