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고은비, 권리세의 명복을 빕니다

나이스가이V 2014. 9. 10. 19:39

지난해 2월 다섯 명의 앳된 여성들이 인터뷰 사진을 찍기 위해 스튜디오로 들어섰습니다. 가요계 데뷔를 앞두고 있는 걸그룹이라고 했습니다. 신문사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데뷔를 앞둔 떨림인지, 아직 인터뷰가 어색해서인지 얼굴들이 다소 긴장한 듯 상기돼 있었습니다.

 

분위기를 말랑하게 만들 요량으로 이 스튜디오는 예전 문화방송 라디오 스튜디오였다는 공간의 역사부터 빨간 원색의 의자를 가리키며 저기에 장동건, 김수현 등 대한민국 알만한 배우와 가수들 대부분이 앉았다는 얘기까지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말요?” “와 신기하다특유의 발랄함을 회복했습니다. 시답잖은 얘기에 웃어주는 센스 만점의 친구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스튜디오는 활기를 띄었습니다. 데뷔곡 중 손으로 연출할 수 있는 춤동작 포즈를 요구해 사진을 찍었고, 사이에 끼어들어 같은 포즈로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흥이 나서 사진찍는 일들이 가끔 있는데 이 날이 그랬습니다.

 

그 후 가끔 온라인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며 꾸준한 활동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6학년인 딸아이가 노래를 흥얼대길래 물었더니 레이디스코드의 노래라고 하더군요. '가요계에 자리를 잘 잡고 있다' 싶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 한 곡 없으면서 데뷔전 사진을 찍었던 이유로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지난주 야근하던 날 새벽에 속보로 사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곧 은비의 사망 소식을 들었고, 추석 연휴 중 다른 멤버 리세의 사망 소식을 접했습니다.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지난해 찍었던 사진을 찾아 멤버들 얼굴을 다시 보았습니다. 당시 스튜디오를 들어서는 모습과 웃음들이 그려졌습니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스튜디오를 나서는 멤버들에게 손까지 흔들며 자주 와요라며 했었지요. 멤버들은 고개숙여 인사하다 까르르 웃으며 ~”하고 떠나갔습니다. 그 모습이 제겐 마지막 모습이었네요.

 

은비와 리세의 명복을 빕니다. 다른 멤버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어느 곳에서든 계속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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