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풍경

국회 출입증을 반납하며

나이스가이V 2016. 9. 26. 16:00

얼마전 국회 출입증을 반납했습니다. 지난 2년 가까이 국회 출입을 했습니다. 등록된 경향신문 출입 사진기자는 모두 3명. 그중 2진으로 출입했습니다. 앞서 3진으로 두 차례 출입했을 때와는 여러모로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3진 때보다 출입 횟수가 많아져 뉴스 흐름 파악에도 유리했고 앞서 출입 때보다 책임감도 더했겠지요. 국회의 일상과 그 안의 패턴을 읽는 시야도 넓어졌습니다. 

 

매번 비슷한 대상과 상황을 사진에 담으면서 이 사진이 무엇을 새롭게 드러내는지, 마감했던 사진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기계처럼 찍어대고 생산한 사진이 쉽게 여겨지고 한없이 가벼워져 버린 게 아닌지, 그저 잠깐의 목적을 위한 일회용품으로 소비되는 것은 아닌지, 정치를 조금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방향으로 표현할 일은 요원한지. 뭐 그런 생각들을 간혹 했던것 같습니다. 

 

 

돌아보니, 정치인들이 버릇처럼 뱉는 협치보다는 갈등을 기록하려했던 순간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대체로 '잘 찍은' 정치 사진은 갈등이 아주 잘 표현된 사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면에서 정치 사진이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순환구조 내에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 19대 국회 중후반기에 출입해 정치인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어쩌다 저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을까 싶은 이들이 더러 있더군요. 그런 이들과 같은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싸잡혀 욕먹는 게 좀 억울하겠다 싶은 괜찮은 의원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정치의 발전은 그 한심하고 씁쓸한 분들이 선거를 거듭하며 솎아지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국회 출입을 하면서 블로그에 국회 풍경이라는 폴더를 만들어 25개의 글을 올렸습니다. 관행적으로 찍히는 사진에 대한 설명도 있고, 의원들이 카메라 앞에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에 대한 얘기도 있고, 국회 사진기자들의 모습과 뒷얘기 등도 썼습니다. 블로그는 일단 재밌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지만 국회발 뒷얘기가 짜증과 조롱을 부추기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정치사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정치의 발전과 정치인에 대한 신뢰가 정치 사진에 반영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치 사진을 보며 독자들이 혀를 차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날을 기대합니다. 다음에 다시 출입 때는 좀 더 희망적인 국회 풍경’을 블로그에 채우고 싶습니다.

 

근데 그게 되겠습니까.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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