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나경원의 눈물을 기다리다

나이스가이V 2012. 3. 9. 20:34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지요.
남편의 기소청탁 의혹을 제기한 '나꼼수' 주진우 기자를 고발하는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한 부담 때문이지요.
기자회견 공지 문자를 받은 기자들이 즉시 새누리 당사에 모여 들었습니다.
사진기자들은 오와 열을 맞춰 서거나 앉아, 나 전 의원의 입장을 기다렸습니다.
 


한 장의 사진이 신문에 실리겠지만, 걸어 들어오고 말하고 걸어 나가는 모든 과정을 담습니다.
왜냐면, 워낙 다양한 형태의 사진들이 지면에 실리기 때문이지요.
뭘 쓸지 모른다는 얘기지요. ^^

또 선거 국면에서는 사진이든 글이든 기사 경쟁이 더 치열해 지기 마련입니다. 


기자실 출입문 쪽에서 당직자가 사인을 보내 줍니다.
회견장으로 입장하는 나경원 전 의원.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자 조금 울컥했던 모양입니다.
그것이 표정에 여실히 드러납니다.

누군가 옆에서 얘기 했습니다.

"오늘 울겠다"

감정을 억누른 채 준비해온 원고를 읽어 나갔습니다.



"당을 위해 물러서겠습니다. 백의종군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훅~하고 감정이 북받쳐 왔던 모양입니다.


목소리가 흐트러졌고 눈시울에 물기가 서렸습니다.
가끔 입술을 깨물며 마음을 애써 다스리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진기자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망원렌즈를 들었습니다.
나 전 의원의 '눈물'을 찍으려 했던 겁니다.
'눈물'만큼 극적이고 '센' 사진이 없다는 판단들을 모두 하고 있는 것이지요.

요즘 부쩍 눈물 사진이 눈에 많이 띕니다.
최근 최시중 씨의 눈물도 봤고, 푸틴의 눈물도 보았지요.
학습효과 인가요?
또 그렇게 눈물을 기다렸습니다.


씁쓸한 웃음과 애써 감정을 통제하는 모습이 사진에 그대로 담겼습니다.
결국 눈물없이 회견은 끝났습니다. 
 


나 전 의원이 들어올때와 마찬가지로 사진기자들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가는 모습을 보기위해 미리 자리를 잡았습니다. 나 전 의원은 당 대변인과 최고위원, 서울시장 후보 등을 하며 낯 익고 정 들었던 출입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문을 돌아 나왔을때 문 밖을 지키고 있던 사진기자들을 보더니 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왔습니다. 
결국 사진기자들과 악수하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플래시가 터지자, "우는 모습은 찍지마세요"라며 얼굴을 가리거나 머리를 쓸어 넘기며 멋쩍어 했지요. 
  
기자들은 "고생하셨다, 건강하시라" 등의 말을 건넸습니다.

거친 정치판에서 혼자서 많이 울었을 테지만, 떠날 때 눈물은 보여주기 싫었던 것이지요.
순간 얼굴이 번지르르 해질 정도로 울었던 두 남자,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ㅎㅎ   

"돌아오겠다"했으니, 어떤 모습으로 재기할 지 지켜볼 일입니다.
 

                                                                                                                                                         
그나저나 '눈물'이 아주 흔한 세상이 되었지만
'울어라~' 주문을 외며 눈 언저리를 주시하는 사진기자,
좀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왼쪽에 뻘쭘하게 선 이가 바로 접니다. 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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