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남양유업의 사과

나이스가이V 2013. 5. 13. 08:00

지난 9일 영업사원의 막말과 제품 밀어내기 등에 대해 남양유업 대표와 임직원들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이날 고개숙인 장면이 사진과 영상으로 신문과 방송에 나가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였지요.

인사하는 모습을 물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일찌감치 회견장으로 갔습니다.

발디딜 틈 정도의 자리가 남아 있었지요. 겨우 끼어 앉았습니다.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은 10시 30분.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10시20분쯤 대표와 임직원들이 등장합니다.

본 회견을 앞두고 일종의 포토타임이 진행되었던 것이지요.

대국민 사과 회견에 '무슨 포토타임까지나...'하고 조금 의아해 했습니다.

 

대표와 임원들은 두줄로 서서 고개숙였습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고 셔터 소리가 회견장 가득 공명합니다. 

 

 

포토타임이기에 그랬을까요.

기자석에서 누군가 한줄로 서서 다시할 것을 부탁하자, 임직원들은 일렬로 서서 다시 깊숙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는 들어섰던 무대(?) 뒤쪽 문으로 사라집니다.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이 되자, 다시 등장한 대표와 임직원들이 준비된 사과문을 발표하던 중 다시 고개를 숙였습니다. 회견문에는 '을'로서 숨죽이며 수모를 감내해 온 대리점주에 대한 사과는 없었습니다. 잠재적 고객을 포괄하는 '국민'에게는 사과할 수 있어도 '을'에게는 사과할 수 없다는 '갑'의 자존심일까요.   

 

 

기자회견이 끝난 뒤 또다시 깊이 오래 고개를 숙였습니다.  

대부분의 매체가 반드시, 그것도 크게 쓸 사진이지만 시종 죄스러운 표정을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안타깝지만 사진은 그저 고개숙여 사과하는 모습만 보여줄 뿐, 그 안에 진정성 혹은 가식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네 번의 '고개숙인 사과'를 바로 앞에서 받으면서 '이미지'가 이용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회견 다음날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추잡'이 모든 뉴스를 '킬(kill)'시켜 버렸습니다. 이 상황에서 남양이 쾌재를 부르며 납작 엎드려 있다면 그날의 사과는 가식이었음이 분명해지는 것이지요. 사상 초유, 청와대 대변인 '글로벌 성추행' 뉴스에 조금 밀려있는 지금의 노력이 어떠하느냐가 사과의 진정성을 담보해 주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갑'의 행사에 매체들이 경쟁적으로 모여드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을'에게도 그런 기회가 공평하게 제공된다면 '을의 눈물'이 마를 날이 그리 멀지는 않겠지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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