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드론이 들어왔다

나이스가이V 2015. 4. 21. 16:51

대형 집회가 있을 땐 어느 건물에 올라가 찍을까를 먼저 고민합니다. 한 장의 사진으로 그 규모와 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해서지요. 하지만 정작 서울시내에는 올라가 찍을 곳이 드뭅니다. 찍기 적당한 건물을 발견해 들어서면 안내데스크에서 대부분 거절당합니다. 아래에서 다양한 사진을 찍어도 전체를 조망하는 사진이 없으면 뭔가 찝찝함을 느끼는 것은 카메라를 쥔 자들이 공유하는 심정일 겁니다. 반대로 높은 데서 내려찍은 그림이 있으면 좀 든든해져서 아래에서 찍는 일이 좀 수월해 진다고 느낍니다.

 

아스팔트(사진기자들이 일하는 현장, 특히 거리를 뜻하는 은어)를 뛰다보면 앵글의 높이에 한계가 있습니다. 보통 가장 낮은 시선인 엎드려 찍기부터 휴대용 3단 사다리를 좀처럼 넘기 힘듭니다. 더 높이 오를 곳이 없어 아쉬운 때도 많지요. 사진기자들은 높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강박이 있는 게 사실이지요.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무인항공기)’이 들어왔습니다. 이 기계를 들여와 스튜디오에서 시운전 하던 날. 저를 포함한 부원들은 드론에 시동이 걸렸을 뿐인데 ~”하고 환호했습니다. 이 비행물체가 살짝 날아오르자 ~~”하며 탄성을 질렀었지요. 저는 두어 주가 지나 회사 옥상에서 드론 조종기를 처음 잡아봤습니다. 이미 드론으로 수차례 좋은 사진을 보여준 후배가 교관이었지요. 시동을 걸고 띄우고 좌로 우로 앞으로 뒤로 회전 그리고 착륙. 손가락을 까딱여 이 고급 장난감을 움직여 본 뒤, 취재를 위한 도구임에도 어릴 적 동심에 가 닿은 듯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드론 사진은 일상적으로 보고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그림과는 좀 다르더군요. 특히 사다리 외에는 오를 곳 없는 곳에서 드론은 색다른 앵글, 시선의 확장을 가져왔습니다. 낯선 시선과 더불어 의외의 사진을 건질 가능성도 있겠다 싶더군요. 건물 옥상보다 훨씬 더 높은 위치를 확보할 수 있지요. 새의 시선, 버드아이를 사진기자가 갖게 된 겁니다. 직접 날진 못해도 드론이라는 기계가 분신이 되어 날고, 분신이 보는 시선을 손 안의 폰으로 소유하게 되는 것이지요.

 

서성일·이준헌 기자

 

이준헌 기자 

 

언론사들이 다투어 드론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새로 갖게 된 시선으로 경쟁하겠지요. 지금껏 없던 여러 가지 사진 실험이 이뤄질 여지도 큽니다. ‘드론이라는 기계에 다시 사진을 의존하게 되는구나하는 회의가 없진 않지만, 사진기자가 드론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탐구와 발견을 해 나갈 것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보는 만큼 생각할 수 있다면 사진기자의 사진에 대한 사고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새겨봅니다.

 

필름사진 찍으면서 사진기자 시작했는데 디지털에서 더 나아가 항공사진이라니. 필름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선배들의 낡은 조끼를 그렇게 멋스럽게 봤었는데 이제 항공점퍼를 입어야 할 세상이 됐네요. 빠른 세월도 그러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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