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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덥습니다. 지난 주 취재차 수락산에 올랐다가 땀을 엄청 흘렸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서일까요.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다 문득 굴뚝 위에서 농성 중인 박준호씨를 떠올렸습니다. ‘굴뚝 위은 지금 얼마나 더울까, 좁은 공간에 달궈진 시멘트와 철제 난간은 얼마나 뜨거울까.’

 

작년 여름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공사현장에서 준호씨를 만났습니다. 취재하러 갔다가 일을 좀 거들면서 그와 두세 차례 작업을 했었지요.

 

당시 취재일기엔 이렇게 남아 있네요.

 

오늘 시마이~”하고 외친 박준호씨가 부루스타에 쥐포를 구웠다. “물보다 시원합니데이~”하면서 맥주 한 깡통을 내게 건넸다. 그는 내내 싱글벙글했다. “즐겁게 일하니까 힘든 줄도 모르겠다는 그다. 이 더위에, 무보수에도 말이다. 여전히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그에게 꿀잠은 그런 곳이었다. 이날 작업이 끝나자 박씨와 노순택 작가 등은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문화제가 열리는 광화문농성장으로 향했다. (2017725)

 

   지난해 7월, '꿀잠' 공사현장의 준호씨.

 

파인텍 노동자 준호씨는 동료 홍기탁씨와 11월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높이의 굴뚝에 올랐습니다. 파인텍 모기업인 스타플렉스가 노조와 약속한 고용승계, 단체협약 등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땅에서)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하늘감옥이라 부르는 곳에 스스로를 가뒀습니다. 그리고 200일이 지났습니다. 추운 겨울을 다 보내고 봄을 지나 세 번 째 계절을 맞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 정지윤 기자 촬영

 

  굴뚝농성 200일,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촬영

 

농성 시작한 지 한 달을 넘어섰던 지난해 12, 송년호 사진을 찍으며 농성 1년이 될 때 어떤 사진기획물을 내 놓을까하는 잔인(?)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농성이 길어지리라 예상했습니다. ‘하늘감옥옥바라지를 하고 있는 동료 차광호씨가 앞서 408일 동안 펼쳤던 고공농성의 아픈 기록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과 노동자의 자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저 굴뚝농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외치는데 들어주는 이가 없습니다. 농성이 길어지고 다시 새로운 기록이 세워지면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게 될까요. 미안하고 한편 무력감을 느낍니다.

 

준호씨는 저와 동갑입니다. 환경과 인연, 의지와 우연, 삶 앞에 펼쳐진 수많은 선택이 같은 해 태어난 그와 제 삶을 굴뚝 위아래로 나누었습니다. ‘어쩌면 저 굴뚝에 내가 서 있었을지도 모른다(물론 용기는 없습니다 ㅠㅠ)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그 뜨거웠던 여름날, 준호씨가 땀을 비처럼 쏟고 있는 저에게 시원합니데이~”하고 건넨 차가운 맥주의 맛이 입 안에 머금은 듯 느껴집니다. 굴뚝농성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할까요.

 

제가 준호씨에게 시원한 맥주 한 잔건넬 날이 서둘러 왔으면 좋겠습니다. 날이 참 덥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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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