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머물러 있는 사진

나이스가이V 2018. 7. 31. 17:21

달 전 술자리에서 좋아하는 후배 사진기자가 술기운(?)으로 제게 말했습니다.

 

형님 사진은 늘 그대로에요.”

이 새끼 주글래?”

 

웃음 띤 채 말하기에 장난처럼 받았지요. 늦은 밤 형님, 죄송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받고, 그저 웃자고 했던 말이 아니었음을 아프게 깨달았습니다. 친하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평소 느낌을 말한 것일 테지요.

 

며칠 전엔 한 친구가 제 사진에는 저만의 색이 있다고 하더군요. ‘너다운 사진’ ‘너니까 찍는 사진같은 평가도 덧붙었습니다. 과찬이지요. ‘내 사진에 정말 그런 게 있기는 할까’ 고마웠고 한편 부끄러웠습니다.

 

혼란스러웠습니다. 칭찬과 돌직구가 엉켰습니다. 익숙한 시선과 몸에 새겨진 버릇이 비슷한 느낌의 사진을 반복적으로 찍어댔겠지요. 고민하는 척(그거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하다, “이쯤하자며 누구나 찍는 고만큼에 타협해 버리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상반돼 보이는 평가가 결국 다르지 않은 말이라 느껴집니다. 앞의 평을 이어붙이면 늘지 않아 머물러 있는 사진이 나의 색이다라는 서글픈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사진을 좀 더 까다롭게 읽는 사진기자나 사진가, 소위 업자들의 말이 더 아프게 남습니다.

 

 

나아지지 않는 사진에 대해 생각이 많은 요즘입니다. 생각만큼 되지도 않는 사진을 반복해 찍으며 짜증을 냅니다. 어느 날 조바심과 낙담 사이에서 카메라를 바꿔들다가 셔터가 그냥 눌렸습니다. 사진 마감을 하다 그렇게 눌린 사진에 시선이 멎었습니다. 버릴 사진을 버리지 못하고 남겼습니다. 찍은 것도 찍지 않은 것도 아니며, 어디 쓸데도 없는 사진에 묘한 끌림이 있었지요. 이 말도 안 되는 사진이 답답함을 토닥입니다. 이 맥락 없는 위로는 뭡니까?  

 

 

사진이 안 돼서 몹시 짜증이 났던 2018년 폭염 속 어느 날의 기록으로 남깁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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