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물대포, 정말 차더라

나이스가이V 2011. 11. 24. 18:23
설마 했습니다.
설마 이리 추운날, 게다가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로 뚝 떨어진 날,
물대포를 쏠 줄은 몰랐습니다. 



23일 밤 한미FTA 비준안 강행 처리에 반발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습니다.

이날 밤 마감은 이랬습니다. 
오랜만에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그 규모를 보여주려 했지요.
서울광장이 내려보이는 곳에서 서둘러 사진전송을 했습니다. 
10여분 뒤 다시 광장을 내려다보니 참가자들이 더 늘어 있었지요.
다시 찍었습니다. 그리고 마감...'그새 또 늘었군'...다시 찍고 마감.
여하튼 어젠 그랬습니다. 



본 집회가 끝나고 광장에서 을지로와 무교동 쪽으로 빠져나가는 집회 참가자들.
날이 추워 이쯤에서 끝나겠지, 싶었습니다. 그런 바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곳곳의 길목을 막아선 경찰. 이에 항의하는 시민.  
비준 무효 구호는 거세지고, 
곧 경찰의 경고방송과 함께 물대포 줄기가 밤하늘에 하얀 곡선을 그리며 집회참가자들 머리 위에 골고루 퍼졌습니다.



좌우로 넓게 뿌리다 앞쪽에서 구호를 외치는 이들에 집중적으로 또다시 넓게...



그리고 경찰투입과 연행이 반복됐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은 우비에 우산을 들기도 했지만, 대부분 몸으로 그 찬물을 받아들였습니다.
저도 서너 바가지쯤 덮어썼습니다. 
방수대책을 전혀 생각지 않은 탓에 그대로 젖었습니다.
이가 딱딱딱 부딪칠 정도로 추웠던 건 차치하고,
물맞은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깝깝했습니다.
사진기자에게는 생명같은 카메라 아니겠습니까?
이런날 설마했던 물대포를 그렇게 하염없이 맞다보니, 그 물대포의 폭력성이 배가 되더군요.


이제 더 추워질 것이고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는 물대포라면 대책을 강구해야 겠지요.
카메라와 겉옷의 방수 및 동파방지 대책을 세우고,
도로의 결빙에 대비해 스케이트라도 준비해야 할까 봅니다.


물대포에 감기는 오지 않았지만, 카메라는 맛이 갔습니다.
조금전 자식같은 카메라를 수리센터에 보냈습니다.
수리비는 어데다 청구해야 합니까?

1면에 썼던 집회 사진을 3면으로 밀어낸 비준안 찬성 국회의원 151명의 사진.
오늘 들어온 문자메시지의 절반을 격려와 칭찬으로 도배해준 충격적인 1면.
그로 위안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yoonjo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