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비는 눈물 되어

나이스가이V 2014. 5. 26. 23:35

25일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번째 진도를 찾았습니다. 지난 번 진도를 찾았을 때 팽목항은 실종자 가족, 자원봉사자,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실종자 가족의 분노와 절규, 울음이 가득했었지요. 다시 찾은 팽목항은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원래 진도라는 곳이 이런 모습에 가까웠겠다, 생각했지요.

 

풍랑주의보가 내린 진도에는 종일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팽목항 빨간 등대로 향하는 양쪽 난간을 따라 노란리본과 연등과 풍경들이 비에 젖은 채 흔들렸습니다. 휴일이라 가족 단위의 추모객들이 가끔 등대길을 찾았습니다. 우산을 받쳐 들고 천천히 등대 주변을 둘러본 부모는 함께 온 아이의 어깨를 가만히 감쌌습니다.

 

비바람이 거세지고 서너 명의 경찰 근무자뿐인 등대를 향해 걸어보았습니다.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향해 둔 과자와 음료수 등 음식물에 비가 내려 고였습니다. 부모는 실종된 아들이 좋아했던 기타와 신발이 비에 젖을까 비닐로 단단히 감싸 놓았습니다. 기타에 달라붙은 젖은 비닐 속으로 부모의 간절한, 그리고 아픈 글이 드러나 보였습니다. “아들아 영원히 사랑한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 기타 위로 떨어지는 빗물은 눈물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0일이 넘어섰고, 충격과 미안함에 빠져있던 이들이 조금씩 일상을 회복해 가는 듯합니다. 일상의 회복이 곧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망각'은 아닐테지요. 아직 16명의 실종자가 바닷속에 있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오라는 울부짖음이 여전히 팽목항의 적막을 깨우고 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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