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비와 문재인

나이스가이V 2012. 12. 15. 13:23

유세를 따라다니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비오는 날 사진기자는 손이 세 개쯤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찍는 동안에는 우산을 겨드랑이와 목으로 지탱합니다. 카메라가 젖지 않게 하기 위함이지요. 빗발이 굵어지면 이마저 소용이 없습니다. 어제는 일하는 내내 물기를 닦았습니다. 그래도 렌즈에 뿌옇게 앉는 습기. 비오는 날 술 마시긴 좋아도 일하는 건 귀찮습니다. ^^  

 

엊그제는 춥다고, 손발이 시려서 일하기 힘들다고 툴툴댔는데, 추위 물러가고 내리는 비가 또 싫습니다.

ㅎㅎ 천상 '사람'아니겠습니까.

 

그런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후보의 이날 마지막 유세장인 부산 서면에 도착해 유세차에 먼저 올랐습니다. 노래'그대에게'가 울려 퍼지고 문 후보가 흠뻑 젖은 채 등장했습니다. 우비를 입었지만 들이치는 비는 어쩔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유세차로 올라 온 문 후보의 안경에 포커스를 맞춰 몇 장 찍었습니다.

나중에 사진을 만들면서 보니, 물방울 뒤로 선해 보이는 문 후보의 눈망울보다, 터지고 갈라진 입술 가장자리가 눈에 먼저 들어 왔습니다. 문 후보와 저의 처지는 '많이' 다르지만, 여하튼 춥다고 비온다고 힘들다고 내던 짜증이 엄살처럼 느껴져 무안했지요.

 

 

문 후보는 이날 "사랑합니다"라고 입을 뗀 뒤 "고성능 마이크로 민폐 끼쳐 송구스럽습니다"며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연설 중간에 "문재인, 문재인" 외치는 연호에는 어김없이 "고맙습니다~"하고 답한 뒤 연설을 이어 갔지요. 후보의 연설을 반복해 들으며 공약보다 말투, 손짓, 표정 등 개인의 습관에 더 주목하게 되더군요.        

 

 

                                                     '부산갈매기' 합창하는 문 후보

 

남대문시장에서 소주를 인사동 거리에서 막걸리를 광화문에서 호프를 국민과 함께 즐기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후보.

 

선한 눈과 거친 입술을 보며 그 말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건 사진기자라 그런 거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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