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삔 나간 사진

나이스가이V 2016. 3. 9. 20:00

메모리 카드에서 사진을 지우려다 초점이 안 맞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흔히 카드에는 선택돼 골라내어진 사진보다 몇 배 많은 사진이 주목도 받지 못한 채 남게 마련이지요. 그 중에 초점이 나간 사진이 곳곳에 있습니다. 사진을 지우기 전에 한 번 빠르게 훑어보다 이런 사진들이 눈에 든 것이지요.

 

 

지난달 28일 함박눈이 내리던 날 스케치 사진입니다. 흐릿한 사진을 가만 들여다보니 수채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좀 억지를 부리자면 인상파 화가 끌로드 모네의 그림을 연상케 합니다. 느낌이 있어도 경험적으로 이런 사진이 지면에 실릴 리 없고 그래서 버림을 받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의도를 갖고 찍은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가치를 부여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버려지려다 지금 이 블로그를 위해 선택이 되었으니 사진의 운명이란 결국 모르는 것이었네요.

 

 

사진기자들은 초점이 맞지 않은 것을 달리 표현해 ()이 나갔다고 합니다. 기계의 기능적 결과물인 것을 가끔 인간의 평가에 적용하기도 합니다. ‘쟤 삔이 좀 나갔어라는 말은 어떤 사람의 멍한 상태 또는 독특한 정신세계를 얘기하는 겁니다. 사진기자 사이의 은어지요.

 

삔 나간 사진의 쓰임을 생각하다보니 인간의 삶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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