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풍경

사대주의 경호

나이스가이V 2015. 11. 3. 16:30

 

방한 중인 리커창 중국 총리가 국회의장을 예방한 지난 일요일 아침, 국회 주변에 경찰들이 분주했습니다. 이날 풀(POOL)취재(장소가 협소하거나 안전상의 이유로 하는 대표취재)라 일정보다 한 시간 먼저 국회에 출근했습니다. 국회 내에도 사복경찰과 경호원들이 배치돼 기자실로 향하는 저와 곳곳에서 눈길이 부딪쳤습니다.

 

비표를 수령하기 위해 접견장 앞에 갔더니 몸수색을 했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 화면을 확인시켜 달랍니다. 경호 매뉴얼대로 한 것일 테지만 얼마 전 독일 대통령의 국회 방문 때와는 차원이 다른 경호 매뉴얼이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수시로 드나드는 국회 출입기자인데 외부에서 들어온 경호원들이 이런 절차를 진행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일반인들이 있을 수 없는 휴일 아침에 국회 내의 이런 절차는 출입기자들을 통제하겠다는 것이지요. 좌우 일정 간격으로 리시버를 꽂은 경호원들이 꼭 무슨 첩보를 입수한 것처럼 부산스러워 보였습니다.

 

 

중국 총리가 도착하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현관까지 나가서 맞았습니다. 그리고 접견장 앞에서는 여야 원내대표 등이 악수를 하기 위해 도열했습니다. 접견장에 마주앉아 정의화 국회의장과 리커창 총리가 인사말을 주고받았습니다. 경호원들이 취재를 제지합니다. 인사말까지 공개하기로 했답니다. 여기저기서 경호원들이 기자들의 팔이 붙듭니다. 우리측 경호원과 중국측 수행 경호원까지 합세해서 말이지요.

 

 

이날 경호를 지켜보며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통령급 경호라면 지난 독일 대통령 국회 연설 때 수준에 맞추던지 아니면 지난 독일 대통령의 수준을 이날처럼 했었어야지요. 나라에 힘의 서열이 매겨져 있기 때문이겠지요. 막강한 경제력과 국방력의 순위가 의전과 경호의 강도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미 이런 서열 체계에 너무나 익숙하고 힘 앞에 비굴한 것이 일상이 되어서겠지요.

 

미국의 최고위급이 뜨면 아마 더하지 않겠습니까. 경호와 의전에도 사대주의가 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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