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사진이 불편하신지요?

나이스가이V 2013. 5. 16. 08:00

아래 사진이 혹시 불편하십니까?

고개를 돌리시는 분도 있겠고 무감하신 분도 있으시겠지요.

 

 

15일 김조광수 영화감독이 서울 시내 한 예술영화관에서 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김조감독의 19살 연하의 연인은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만나 지난 9년간 교제한 김승환씨 입니다. 이날 처음 공개석상에 나왔지요. 둘은 오는 9월7일 공개된 장소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취재진에 많이 알려 달랍니다. 모인 축의금으로 성소수자를 위한 '무지개 센터'를 건립하는데 사용하겠다네요. "혼인신고도 할 예정이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동성결혼 합법화를 위한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결혼이 법적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본격적인 인권운동인 셈입니다.

 

  

 

 

시종 다정한 모습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둘은 탁자를 함께 치우고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습니다. 보통 연예인의 결혼에서는 앞쪽에 앉은 사진기자들이 "볼에 뽀뽀해 주세요" "이번에는 입이요" 하고 요구합니다. 근데 이날은 누구도 선뜻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이 이성애자였을 기자들이 쉽게 말하기 힘든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서로 허리를 감싼 채 손을 흔들다가 김조감독과 그의 연인이 먼저 알아서 입을 맞췄습니다. 그제서야 "한 번 더요"하고 기자석에서 외침이 나오더군요. 

 

 

 

회견이 끝나고 건물을 나서는데 '동성결혼' 때문에 기자들이 모였다는 것을 수위아저씨한테 들은 한 나이드신 아주머니가 "미쳤다. 미쳤다"를 연발했습니다. 김조감독과 그의 동반자가 회견장을 나서자마자 맞서야 하는 시선이며 바꿔야하는 인식이지요. "장애를 가지거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방하거나 차별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동성애자로 태어난 것도 마찬가지"라는 김승환씨의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회사에 들어와 맨 위에 있는 입맞춤 사진을 썼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그 아래에 있는 사진을 쓰게 되었습니다. 첫 동성결혼이라 종일 화제가 되었습니다만, 서태지의 결혼발표에 조금은 묻힌 감이 있네요. 김조감독은 "나이차이에서는 이겼다"며 어느 인터뷰에서 너스레를 떨었답니다.

 

 

다시 한 번 '입맞춤' 사진을 보여 드립니다. 맨 첫 사진을 보고 다시 보게되니 조금전 보다 편해지지 않으셨나요? 자꾸 봐서 익숙해 진다면 그만큼 '인권 감수성'도 자란다는 것이 겠지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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