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사진 편집의 묘미

나이스가이V 2013. 10. 18. 18:38

용산참사 때 강경진압을 지휘했던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그제 한국공항공사 사장에 취임했습니다취임식이 있던 날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노숙 농성을 하며 공항공사 출입구를 지켰습니다. 김석기 사장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하면서 말이지요. 김 사장은 유가족을 피해 일찌감치 옆문으로 들어가 오전 9시쯤 취임식을 하였습니다. 식 후 용산참사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김 사장은 불가피했다. 안타깝다며 늘 하던 말을 되풀이 했습니다. 같은 시간 건물 밖에서는 유가족들이 김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보안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그가 유가족들 앞에 서지 못하고 직접 사죄하지도 못하는 이유가 권력에 기댄 오늘의 이 자리’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 사장은 용산참사 이후에는 오사카 총영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끔찍한 일입니다. 권력에 기댄 작은 권력들의 자리 차지와 유지에 대한 거대한 욕망은 상식과 약자들의 목숨 위에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것도 법과 질서라는 이름을 팔면서.

 

김 사장의 출근과 이를 저지하는 유가족의 모습이 한 앵글에 들어오면 가장 적절한 표현이었겠지만, 김 사장의 기습 출근’으로 취임식 사진과 유가족 집회 사진을 따로 찍어야 했습니다. 신문에는 두 장을 붙여 쓸 것이라 예상을 했지요. 이날 저녁 편집된 두 장의 사진을 보며 슬며시 웃음이 나왔습니다. 편집자의 센스가 빛났습니다.

 

용산 희생자 유가족의 집회 사진 옆에 고개 숙여 인사하는 김 사장의 취임식 사진을 붙였습니다. 고개 숙인 방향은 유가족 쪽이지요. 편집자는 사진의 조합을 통해 김 사장의 사과를 요구했던 것일까요? 굳이 확인하지는 않으렵니다.^^ 석 달 있으면 용산참사 5주기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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