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안현수 VS 빅토르 안

나이스가이V 2014. 2. 4. 14:15

문화센터에서 글쓰기 강좌를 듣고 있는 지인이 강사의 말을 제게 옮겼습니다. “세상에는 책을 쓴 사람과 책을 쓰지 않은 사람,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글을 쓰는 혹은 쓰고 싶은 사람에게 있을 법한 분류법입니다. 그럼, 사진을 직업적으로 찍는 저에게는 내가 사진을 찍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겠네요. 책 쓴 작가가 자신의 책에 애착을 갖듯 사진 찍는 사람에게 사진으로 남은 대상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훨씬 마음이 가기 마련이지요.

 

대한민국 쇼트트랙 간판이었던 안현수도 제겐 그런 사람입니다. 7년 전 국제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인 그의 인터뷰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시 썼던 블로그를 살짝 인용하자면,

“···스케이트 훈련이 끝나고 곧바로 본격적인 체력훈련이 시작됐다. 호시탐탐 셔터타이밍을 노리며 두 시간 가까이 훈련을 지켜봤다. 탈진한 듯 힘들어 하는 표정을 보며 안타까웠다. 훈련 중에 감히 포즈를 요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피나는 노력이라는 말도 부족해 보였다. 목표를 향해 땀 흘리는 훈련과정 자체가 금메달이었다.”라고 썼습니다.

 

 

소치올림픽을 앞두고 최근 그의 국제대회 다관왕 등 활약상이 언론에 부각됐습니다. 안현수가 아닌 빅토르 안이라는 러시아 이름으로 말이지요. 누군가는 쉽게 배신감을 얘기하겠지만, 그가 귀화를 선택했던 당시 기사를 보면 그의 선택에 고개가 끄덕여 집니다. 쇼트트랙 밖에 모르는 그가 감당해야 했던 고통의 크기를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오죽했으면···. ㅠ

 

지난 2일 소치에 도착한 빅토르 안의 사진과 기사가 신문에 실렸습니다.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그저 죄송합니다라고만 했답니다. 여러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가 소치에서 한국 선수들과 경쟁을 펼칩니다. 적지 않은 나이, 그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더라도 말이지요. 7년 전 카메라 셔터소리를 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던 그 훈련 장면이 눈에 선합니다. 좋은 결과는 배반하지 않는 땀의 결실인 것을 믿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사진을 찍었던 대상이기에 나름의 정도 있구요. ^^

 

         소치 /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최근 안현수의 위협에 쇼트트랙 메달 비상이라고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와 경쟁을 펼칠 한 국가대표 쇼트트랙 선수는 이를 의식한 기자의 질문에 안현수가 목표가 아니라, 금메달이 목표다라고 당차고 멋진 답을 했다지요.

☞ [화보] 안현수, 여자친구와 함께 훈련?




 

김연아의 연기만큼이나 마음이 가는 경기가 될 것 같네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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