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세이&B컷

어느 무명화가의 작업실

나이스가이V 2012. 12. 10. 09:40

사진기자로 살면서 제 개인적인 계획으로 명소를 찾아가는 일은 드뭅니다.

일하다보면 언젠가 가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지요.

통영 동피랑 마을도 그런 곳입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사퇴하기 한 달 전쯤 동피랑 마을 방문해 따라갔었지요.

이날 후보의 전 일정들이 많아 굳이 사진을 마감할 생각보다는 기념사진이나 몇 장 찍으려 했었지요.

안 후보가 동피랑 꼭대기에서 마을주민과 대화하는 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늘짜집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써진 계단을 기어이 올랐습니다.

마을 아래로 아담한 통영항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옥상 아래 대문과 현관문 사이 좁은 공간에는 화구들이 널려있었지요.

캔버스엔 통영항이 담겼습니다.

야외에 작업실을 만든 이의 '낭만'이 느껴졌습니다.

그때 눈에 띈 것은 현장 노동자들이 신는 흙투성이의 '안전화'였지요.

'고흐의 구두'가 연상되었습니다. 고단한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던 작품.

이 그림의 작자가 궁금해졌습니다.

노동자일까. 팍팍한 삶의 스트레스를 그림으로 해소할까.

화가일까. 궁핍한 생활을 노동으로 감당해 낼까.

화가의 꿈을 꾸는 노동자일까.

아름다운 풍광의 이곳 동피랑에서 '도저히 그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이'였을 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느 무명화가의 작업실을 들여다보고 기념사진 대신 에세이를 건졌습니다.

 

<어느 무명화가의 작업실>

통영항이 내려다 보이는 동피랑 마을의 작은 집 현관 앞에 개인 작업실이 눈길을 끌었다. 통영항을 담은 캔버스 주위에 어지럽게 널린 화구와 낡은 구두가 인상적이다. 이 그림의 작자는 화가의 꿈을 꾸는 노동자일까, 아니면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그림쟁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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