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어느 택시기사의 사랑 고백

나이스가이V 2012. 3. 28. 11:42

사회부 후배의 다급한 전화.

" 강선배 10분 후에 나온답니다"

카메라 들고 뛰어나갔습니다. 그리고 택시를 잡아 탔습니다.  

중부경찰서로 가시겠습니다." "중부서 아시죠?” 혹시나 싶어 한 번 더 확인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기사님은 베테랑의 냄새가 물씬 풍겼습니다.

"안다"는 대답 대신 제 무릎 위에 올려져 있는 카메라를 보며

카메라가 묵직해 보이네요.”라고 말하며 엷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 예~.” 대답을 하면서도 조급함에 죄송하지만 조금만 서둘러 주시겠습니까."

서두르는 것에 뭔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 "사실은 CJ회장을 미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 직원이 오늘 조사를 받았는데 곧 나온답니다.”

나오는 거 사진 찍으시게요? 기자세요? 어디...?”

예, 경향신문 사진기자입니다

기사 어른신은 감춰뒀던 환한 웃음으로 즉각 반색하며 , 반갑습니다. 경향신문 독자입니다."

그러세요. 선생님. 반갑습니다

너무 좋아합니다. 경향신문 보면 속이 후련해 집니다. 태우게 돼서 영광입니다

아니 별말씀을...감사합니다. 제가 영광입니다

김재호 판사 기소청탁 의혹에 경찰이 김 판사를 소환한 것과 관련해

경찰이 판사나 검사를 소환하는 게 가능합니까?”라고도 물었고, 

얼마전 경기경찰청장 구속 건 때문인 것 같은데, 맞아요?라고도 했습니다.

어떤 신문보면 김재호 판사를 너무 감싸는 것 같데요. 왜 그러죠?

'기자는 모두 알리라' 생각하셨던지 신문보면서 의아했던 것을 몇 가지 물어오셨습니다만,

들 뾰족한 답이 있겠습니까. 마음은 급하고... "아 예" "그렇습니다" 정도와 웃음으로 때웠습니다. ^^

 

안 늦었어야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지만,

경찰서 가까이와서 차가 조금 밀린것 때문인지 저보다 더 걱정을 했습니다.

잔돈 200원을 덜 받은 것이 독자에 대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지요.

급히 문을 열고 내리는데 뒤에서 사랑합니다라고 택시 기사님의 목소리가 수줍은 듯 들려왔습니다.

그 낯설었던 찰나에 적당한 대답을 찾았지만 네 감사합니다”하고 답하고 말았지요.

경찰서로 뛰어올라가면서 '사랑합니다라고 말할 걸...'하며 후회했지요. 

과분한 칭찬과 대접에 쑥스러웠습니다만 기분은 괜찮더군요. ^^

곧 나오기로 했던 삼성의 직원은 한참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름 모를 택시 기사가 이름 모를 기자에게도 건네는 사랑합니다라는 말,

형제 사이에 오간다면 삼성과 CJ처럼 다툴 일은 없겠지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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