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연평해전 10년, 남겨진 슬픔

나이스가이V 2012. 7. 2. 10:30

10년 전 대한민국은 온통 월드컵 열기에 뒤덮여 있었지요.

당시 대표팀이 강호들을 차례로 꺾고 4강까지 가는 동안 재미와 기쁨보다는 피곤과 짜증이 조금더 자리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부서 막내였던 저는 월드컵을 온전히 즐길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선배들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 

 

그해 6월29일은 대한민국과 터키의 3,4위전이 열린 날이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생각하며 힘을 내 출근했었습니다.  

 

이날 오전 우리 해군은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 교전을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영하 대위를 포함해 6명이 전사하고 19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속보로 이 소식이 알려지자, 월드컵에 혼이 쏙 빠져있던 부원들은 허겁지겁 군 병원과 국방부, 연평도 등으로 흩어져 달려갔습니다. 군 병원으로 향하며 '도대체 왜?'를 계속 되뇌었지요. 

빈소가 차려지기 전 출입이 통제된 병원 밖에서 시신을 수송하는 헬기를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10년이 흘렀습니다.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기념식에 처음으로 다녀왔습니다.

지난 10년 수 많은 일들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기억이 가깝듯,

10년이 지나도록 슬픔과 그리움은 유가족에게 그대로 남았습니다.

 

 

전적비에 새겨진 아들의 얼굴 부조를 쓰다듬는 어머니의 손길에 짙은 그리움이 묻어 납니다. 

 

 

다섯 살 난 조카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삼촌에게 입을 맞춰었습니다.

 

  

교전 당시 부상을 입었던 주임 상사는 전사한 동료들의 부조 앞에 묵념한 뒤 눈물을 지으며 돌아섰습니다.  

 

 

교전의 흔적을 그대로 새기고 있는 참수리 357호는 전적비 아래 전시돼 있었습니다.  

 

   

참수리호에 오른 고 조천형 중사의 어머니는 아들이 대응사격을 하다 전사한 곳에서 눈물을 찍어냈습니다.

 

 

조카가 눌러 쓴 편지에는 삼촌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아빠가 전사하던 해에 태어나 아빠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촌 동생의 안부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윤영하함' 등 6인의 전사자는 고속정의 이름으로 남았습니다.

 

 

고 윤영하 소령이 저와 동갑이더군요.

앳된 윤 소령의 사진을 보며 쏜살 같이 흐른 지난 10년의 세월을, 그대로 남은 유가족들의 아픔을, 당시 월드컵 열기에 묻혔던 귀한 희생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10년 전 그날 밤 사진을 찾아보았습니다. 

시청광장의 월드컵 열기는 최고조를 이뤘습니다.

이운재 선수가 경기 시작하기 앞서 전사한 장병들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습니다.  

 

이상훈 기자

 

                 서성일 기자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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