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풍경

오뎅 정치학

나이스가이V 2015. 3. 21. 18:00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지난 19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선거지역 4곳 중 한 곳인 성남 중원구를 찾았습니다. 성남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가진 김 대표는 이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와 재래시장을 돌았습니다. 서민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재래시장만한 곳도 없습니다. 웬만한 연예인보다 방송화면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인은 어디를 가나 관심을 끌지요. 시장입구부터 상인 등과 인사를 나누며 시장을 가로질렀습니다.

 

사진기자들은 그림될만한 곳에 미리 자리를 잡고 대표를 기다립니다. 보통 시장의 먹거리가 있는 곳이지요. 정치인과 상인이 인사를 나눌 때 시장음식은 공간 배경이 됩니다. 더 나아가 대표가 음식을 집어먹거나 상인이 대표에게 먹여주는 모습도 예상할 수 있지요. 이날 기자들이 먼저 자리를 잡은 모듬전 가게에서 김 대표는 호박전을 하나 집어 먹었습니다. “맛있네요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습니다. 시식은 이어집니다. 다음은 분식집. 김 대표가 평소 좋아한다는 오뎅을 집어들며 배부른데 사진 때문에 먹는다라고 활짝 웃어보였습니다.

 

 

 

또 다른 가게에서 상인이 건네는 잉어빵을 받아먹었습니다. 시장을 빠져나오며 마지막에 들른 가게에서는 식혜를 한 잔 먹었습니다. 뭘 더 먹는다는 게 부담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이곳 시장 일정 바로 직전에 점심식사를 했기 때문이지요. 상인들이 정으로 권하는 음식을 거절할 용감한 정치인은 없겠지요. 여하튼 이날 더 안타까웠던 건 김 대표의 30분 후의 일정이 또 다른 재래시장이었던 겁니다.

 

 

 

정당대표가 재래시장을 방문할 때는 주로 선거를 앞둔 때입니다. 지역 민심의 상징적 공간인 재래시장을 찾는 것이지요. 선거 앞둔 당대표가 대형마트를 찾은 모습은 적어도 제 기억엔 없습니다. 재래시장 음식을 맛있게 먹는 정치인을 보며 상인들은 교감과 소통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정치인의 입장에서는 서민적 이미지가 생산되는 것이지요. 여기까진 좋습니다.

 

사진이 재밌고도 까다로운 건 사진기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사진을 찍었더라도 보는 이들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신의 관점으로 해석을 합니다. 거물 정치인이 재래시장 음식을 맛나게 먹는 사진을 볼 때 서민적 정치인의 친근함으로 읽을 수 있지요. 반면 어떤 이들은 기만적 이미지 정치이자 쇼로 폄훼할 수도 있습니다. 한 전직 대통령이 재래시장 오뎅을 먹던 장면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서민 친화적 이미지 정치를 구사하려 했으나, 역효과만 컸었지요. ‘이미지 정치를 혐오하게 만든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재래시장에서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열심히 먹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그 순간 상인과의 교감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뎅 먹던 전직 대통령이 오뎅뿐 아니라 욕까지 먹은 것은 재래시장이 갖는 서민적 정서와는 거리가 먼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지요. 김 대표가 이날 시장통에서 오뎅과 호박전과 잉어빵 등을 먹은 것은 일종의 약속입니다. 시장상인으로 대표되는 서민들이 바라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정치에 담아내셔야 하겠지요. 적어도 이날 사진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확실한 길이기도 합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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