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풍경

왜 물 먹는 사진을 찍는가?

나이스가이V 2015. 3. 10. 17:30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두 명의 장관 후보자는 현역 국회의원입니다. 평소 친분 있고 낯익은 의원들이 줄지어 앉아있어도 긴장된 표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지요. 청문회장을 가득 메운 취재진도 의정활동하며 여기저기서 만난 기자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을 테지요.

 

고위 공직자의 자격 요건인 듯 후보자들은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의 의혹으로 도덕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요즘 그 정도로 낙마하진 않는 분위기 때문인지 사과도 당당했습니다. 한편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장관직 수행 기간은 불과 10개월 남짓이지요. 이날 야당 의원 중심으로 후보자들에게 총선 불출마 의사를 물었고, 두 장관 후보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집요한 질문과 불출마 요구에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 갑니다. 시간은 멎은 듯하고 자리는 여간 불편한게 아니지요. 후보자들과 사진기자의 기 싸움이 시작됩니다. 즈음해 후보자가 물이라도 한잔 마실라치면 셔터 세례가 퍼붓게 마련입니다. 물 마시는 이미지는 후보자의 불안, 긴장, 결함을 드러냅니다. 특히 청문회장에선 이런 모습이 부정적으로 비치기 마련이지요. 이를 잘 아는 두 후보는 잘 참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브가 선악과를 탐했듯 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 못 견디게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목은 필요이상으로 타고 얼굴은 평소보다 몇 배 더 간질거립니다. 왜 난데없이 눈이, 혹은 코에 손이 가는지 설명이 안 되는 것이지요.



 

지난 2012년, 지금은 야인으로 돌아간 손학규 전 의원이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 경선 때쯤 사진기자들과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사진기자들 때문에 물도 못 먹겠고, 아까부터 이마가 가려웠는데 긁지도 못 하겠다고 불편함을 우스갯소리로 가장해 말하기도 했습니다. 뉴스의 중심에 있는 정치인들에겐 민감한 부분이지요.

 

이쯤되면 '물 마시는 사진'을 그렇게 집요하게 찍어야 하는가, 묻게 됩니다. 그저 말하는 사진보다 동작이 있는 사진이 훨씬 역동적인 것은 두 말 할 필요 없지요. 물 먹는다(낙종하다)’라는 기자들의 은어에 기대면 은유적 표현이기도 합니다. 도덕적 흠이 다소 틀에 박힌 이런 사진으로 표현이 되는 것이지요. 일종의 공식입니다. 털어 먼지 안 나오는 이 없다지만, 너무 많은 먼지를 일으키는 이가 고위직 후보에 지명된다면 물 먹는류의 사진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두 장관 후보자들은 이날 물 마시기를 비교적 잘 참아냈지만 물을 대체하는 다른 모습들로 기록됐습니다. 물 마시는 사진이 더 이상 뉴스에서 먹히지 않는 날이 온다면, 비록 사진이 심심하고 밋밋하더라도 기꺼이 기쁘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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