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용한 그림'을 청와대를 꿈꾸는 이들에게

나이스가이V 2017. 3. 20. 11:30

민중화가로 불리는 홍성담 작가를 지난 2월 초 만났습니다. 사진기획하며 만난 풍자 예술가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의 풍자화 작업과 관련한 얘기를 재밌게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그림 앞에서 포즈를 부탁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듯 큰 캔버스를 들고 와 벽에 기대 세웠습니다.

 

작품은 벚꽃노리’(2013년 작)였습니다. 지난 20132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자, 이를 기념해 그린 풍자화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그의 부친 박정희를 닮은 아이 손을 잡고 벚꽃 길을 따라 걸어가는 뒷모습입니다. 홍 작가는 작품의 벚꽃은 허무를 상징하며 저 꽃길을 따라 사라지는 박 대통령을 표현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화백은 이 그림을 그리기 수개월 전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출산 그림을 그려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박 후보가 수술대에서 검은 선글라스를 껴 박정희를 연상케 하는 아이를 낳은 뒤 웃고 있고, 이를 본 의사가 거수경례를 하는 풍자화였지요. 박 전 대통령과 벚꽃 길을 걷는 꼬마는 그때 태어났던 아이라고 하더군요. 



그림 속 아이는 네 살쯤 돼 보입니다. 2013년 취임한 대통령의 4년 후를 내다 본 용한작품이 됐습니다. 작가 자신도 이 예언적 그림을 신기해했습니다. 박정희를 꼭 닮은 아이와 함께 사라져가는 모습이 한층 더 심오한 의미를 던집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면서 풍자화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벚꽃이 피기 전에 권좌에서 내려왔지만 자제되지 않은 권력의 벚꽃 같은 허망함을 보았습니다. 노래에 누가 되지 않는다면 작품 제목이 벚꽃엔딩이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와대를 꿈꾸는 이와 그 주위에서 권력을 좇는 자들에게 그들의 얼굴 혹은 뒷모습으로 바꿔 넣은 이 신통한 풍자화를 선물하면 좋겠다 싶습니다.    

 

곧 벚꽃이 흐드러질 겁니다. 허무가 아니라 희망이겠지요. 다행입니다. 온전히 봄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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