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우병우, 의문의 1패

나이스가이V 2017. 6. 30. 11:35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정농단묵인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했습니다. 우 전 수석은 차가운 표정으로 법원에 들어섰습니다. 질문을 하는 기자에 대답 없이,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그 특유의 노려봄도 없었습니다. 사진 데이터를 보니 3층 법정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모습을 감출 때까지 30초쯤 걸렸습니다. 늘 그렇듯 긴 기다림에 비해 허무한 취재지요.

 

 

카메라를 내려놓자마자 노트북을 펼쳐 '우병우 출석' 사진을 마감하던 한 후배가 말했습니다. “비교되네. 양복을 입어도 저렇게 다를 수가 있나.” 비교의 대상이 있다는 얘기지요.

 

두어 시간 앞서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고 있는 그룹 빅뱅의 탑(최승현)이 그 자리에 섰다가 법정으로 들어섰습니다. 청년 연예인과 한때 정권의 실세였던 중년을 비교하는 것에 무리가 있고, ‘외모를 비교하는 것에 다소 거부감이 들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탑을 두둔할 생각은 없습니다. 탑은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준비해 온 사과문을 읽었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깊이 반성하고 진심으로 뉘우칩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을 것이며 어떠한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기획사의 치밀한 연출 하에 진행됐다 하더라도 반성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합당한 댓가를 치른 뒤 새로운 시작의 여지가 거기에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탑은 이날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고, 검찰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사진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수석은 한 번도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깊이 뉘우친다는 말도 그에게서 들은 적이 없습니다. 고개 숙이는 것은 혐의의 인정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여전히 모른다고 일관한다지요. 두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우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국민 상식의 법망을 피할 순 없겠지요.

 

 

수차례 보아 익숙해진 우 전 수석의 모습인데도 앞서 탑이 보인 대조적인 모습 때문에 우 수석은 자신도 모르는 '의문의 1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비교된다는 말은 단지 외모에만 있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우 전 수석도 기획사의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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