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이런 사진기자

나이스가이V 2014. 8. 19. 18:03

군 사망사고 피해자 어머니의 인터뷰 사진을 찍다 멀찌감치 시선이 멎었습니다. 이웃 언론사 후배인 으하하(이름 초성으로 가명 처리함)’기자가 또 다른 피해자 어머니의 얘기를 고개 끄덕여가며 듣고 있더군요. 앞선 기자회견 후 기자 대부분이 철수한 상황이었지요. 보통 사진기자는 캡션에 필요한 몇 가지 질문을 하고는 사라집니다. 이어지는 다른 일을 위해 서둘러 자리를 뜨기도 하지만, 딱히 일이 없어도 바람같이 사라지는 멋(?)을 부립니다. 으하하 기자처럼 그리 긴 얘기를 들을 여유도 이유도 없는 것이지요. 무언가를 끼적끼적 받아 적었고 한참 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으 기자는 울분과 한숨으로 얘기하는 피해자 어머니 어깨를 쓸어주고 토닥였습니다. 그리고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그렇게 위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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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단순히 유족의 얘기를 외면하지 못해 듣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공감하며 귀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때론 기사화보다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 경우가 있지요. 기자 생활을 시작 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후배인데 어디서 그런 여유와 공감 능력이 나오는 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요.




기레기라는 신조어에 불편하고 억울하면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이 기자들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적어도 으하하 기자에게 씌워진 기레기 혐의는 벗도록 해줘야 겠다는 마음에 도촬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씁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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