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중2의 여행사진

나이스가이V 2016. 6. 3. 08:12

지난 2월에 다녀온 파리여행의 사진 폴더를 열어보았습니다. 똑딱이 카메라로 1000장쯤 찍었더군요. 그중에 딸래미 사진이 시선을 붙들었습니다. 딸래미는 지금 2’입니다.

 

아내가 돈 모아 파리에 꼭 가야겠다고 했을 때 애써 외면했습니다. 잊을만하면 파리를 들먹이던 아내가 딸아이와 추억을 만들 마지막 기회라며 반쯤 협박을 했습니다. 이미 엄마아빠랑 어디 같이 다니기 싫어하는 나이고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없다는 의미였지요. ‘아빠와 함께하는 파리여행’... 제목부터 근사하다 생각했습니다. 마음을 고쳐먹고 통장 잔고를 탈탈 털어 파리로 향했습니다.

 

남는 건 역시 사진비싼 돈 들였으니 아이의 추억이라도 부지런히 기록해주자며 카메라를 꼭 쥐었습니다. 사진 속엔 늘 없는 아빠, 그 아빠의 시선이 담긴 사진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는, 어딘가에서 본 듯한 장면을 떠올리며 혼자 숙연해지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

 

여행을 시종 주도한 아내는 걸어야 많이 보고 더 느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웬만한 거리는 걸었습니다. 매일 20km이상을 걸었지요. 딸래미의 짜증을 부를 수밖에 없는 일정이었습니다. 웹툰을 보여주겠다는 미끼로 강행군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딸아이 사진 찍기를 시도했습니다. 날렵한 딸래미를 제대로 담기는 힘들었습니다. 카메라를 들면 찍지마” “찍지 말라고 했다라는 아이. 카메라를 드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얼굴을 가리는 딸래미. 몰래 찍으려는 순간에도 금세 눈치 채더군요. 아빠 마음도 몰라주고... 성질이 나더군요.

 

 

 

 

 

 

 

여행에서 돌아온 지 3개월이 지나 들여다 본 아이의 사진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어쩌면 가족과 함께 여행 간 중2가 가장 잘 표현된 사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의외로 순순히 포즈를 한두 번쯤 취해주기도 했지만 가리고 피하는 사진 몇 장이 15살 딸래미의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들은 훗날 이 여행을 재밌게 추억하는 단서가 되겠지요. 2 특유의 불같은 성질이 두려워 얼굴 안 나오는 사진 몇 장 올립니다. 가끔 블로그에 들어오거든요. 아이의 중2 병은 점점 더 깊어가고 있습니다

 

가끔 아이에게 얘기합니다. 니만 중2냐, 아빠도 강윤'중이'야!!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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