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풍경

"집사람 손보다 자주 잡아요"

나이스가이V 2015. 12. 2. 18:08

국회의원들은 주중에는 여의도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보통 지역구를 챙깁니다. 총선이 가까워져 몸은 여의도에 있지만 마음은 지역으로 달려가 있을 것 같습니다. 휴일 국회는 보통 한가하지만 지난 일요일에 출입기자들은 바빴습니다. ·FTA 비준안과 예산안 등 쟁점 현안을 두고 여야가 협상을 하고 있는데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에 미뤄뒀던 몇몇 일정이 이날 진행됐습니다. YS의 서거에 밀렸던 국회발 뉴스가 다시 정치 뉴스의 중심 자리로 돌아왔기 때문이지요.

 

이날 아침부터 일정이 돌발적으로 생겼는데요. 며칠 외부에서 현안을 놓고 비공개 협상을 이어오던 여야 원내지도부가 국회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상임위 간사들이 원내대표실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 협상 파트너를 기다렸습니다. 협상 중인 사안이라 민감해 기자들 질문에 말은 아끼면서도 사진에 대해서는 관대했습니다. 사진기자와 영상기자를 향해 “(주말인데) 지역구에서는 안 온다고 난리예요. 모두 골고루 잘 나오도록 찍어 주세요.” 지역구를 챙기지 못하는 이유를 사진으로 증명해 달라는 의미지요.


  

협상을 위해 원내대표실로 들어선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여당 인사들이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섰습니다. “악수라도 할까요?”하며 서로의 손을 잡는 여야 원내대표. 사사건건 대립하면서도 허구한 날 손을 잡으며 웃는 포즈가 뻘쭘하기도 했을 겁니다. “집사람 손보다 자주 잡네요.” “집사람하고 손도 잡으세요?” 뭐 이런 농담도 오갔습니다. 머쓱함을 가리기 위함이기도 하겠지만, 냉랭한 협상 분위기를 좀 부드럽게 가져가자는 의지도 들어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잠시 중단됐던 협상이 오후에 다시 시작되기 전 야당 원내지도부를 기다리던 여당 원내대표는 기자분들 올 연말에는 가족과 함께 보내도록 해드려야 하는데...”라며 웃었습니다. 연말 예산안 등의 현안 갈등에 국회 본회의장 점거와 거친 몸싸움으로 한 해의 마지막 날과 새해 첫 날을 국회에서 맞는 것이 의원들과 출입기자에겐 익숙한 일이지요. 지난해는 국회 선진화법이 적용돼 국회 출입기자들이 가족과 함께 푸근한 연말을 보낸 낯선 해였습니다.

 

의아하면서도 재밌는 건 국회 본회의장 점거와 거친 말다툼과 몸싸움 가운데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면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서로 손을 내밀고 밝은 표정으로 새해 인사를 건넨다는 것이지요. ^^

 

휴일 근무는 신기하게도 몸이 먼저 압니다. 쉬는 날의 나른함과 출근하는 날 긴장의 중간쯤의 상태로 몸의 에너지는 공급되고 유지됩니다. 조금 여유롭고자 하는 몸에 일이 많다 느껴지면 그 피로감은 평일 출근 때의 2배쯤 되는 것 같습니다. 이날이 그랬습니다. 일요일 출근의 한 가지 좋은 점은 다음날 월요병이 없다는 것이지요. ^^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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