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큐

최전방 육군 백두산부대를 가다!

나이스가이V 2007. 10. 1. 15:49
[포토다큐세상 2007]“충성” 그리고 “사랑합니다”
입력: 2007년 09월 30일 17:07:48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밥먹듯 주고받는 남자들이 있다. 대한민국 최강 육군 백두산부대 선봉소초 장병들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말들이 무뚝뚝한 사나이들의 세계에 부드러움과 웃음을 더하고 있었다.
강원도 양구 육군 백두산부대 GOP 선봉소초. 실탄과 수류탄을 지급받고 야간 철책경계근무에 나서는 병사들이 "사랑합니다"하고 끌어안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참 멀었다. 국도에서 샛길로 들어서서 구불구불 비포장 길을 덜컹이며 한 시간여 달렸다. 전방이 아닌 ‘최’전방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막사는 초록색 지붕에 깔끔한 흰색이다. 내무반은 ‘생활관’이란 문패를 달았고 개인침대와 관물대가 눈에 띈다.
같은 근무조의 사수 조종민 일병(왼쪽)과 부사수인 김동선 이병이 휴게실에서 얘기를 나누던 중 서로 쳐다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형제 같기도 친구 같기도 하다.

그리운 이의 목소리는 곳곳에 설치된 카드전화로 언제든 들을 수 있다. 최신가요가 흐르는 휴게실은 몸만들기에 한창인 장병들의 열기로 가득 하다. 소초장실과 부소초장실은 ‘장병 기본권 상담실’로 운영,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가 엿보였다. 달라진 병영문화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경쾌한 최신가요가 울려 퍼지는 휴게실에서 최진용 일병이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격오지’라는 말에 스민 외로움이 병사들의 표정에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은 단박에 무너졌다. 병력들의 얼굴엔 여유가 넘쳤다. 100일 휴가를 앞둔 김동선 이병은 “걱정했던 것보다 내무생활이 편하고 좋다”며 “근무는 힘들지만 훗날 사회에서 부닥칠 어려움을 감당할 소중한 경험”이라며 야무진 표정을 짓는다. 또래의 선임병과 후임병은 형제처럼, 때론 친구처럼 어울렸다. 주고받는 대화에 따스함이 배어있었다.
내무반은 이제 ’생활관’으로 불린다. 깔끔한 개인침대와 관물대가 달라진 병영생활 환경을 보여준다.

해질녘 야간 철책 경계근무에 나선 병사들이 실탄과 수류탄을 받아들자 얼굴에 긴장이 스친다. GOP 근무는 훈련이 아닌 ‘작전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수와 부사수가 마주본다. 서로 “충성”하고 거수경례로 예를 갖춘 뒤 “사랑합니다”하고 안아주며 격려한다. 긴장된 표정 위로 웃음이 흐른다. 험준한 산악지대의 가파른 경사를 따라 놓인 철책선이라 초소로 이동하는 길은 장난이 아니다.
주간근무 병력들이 철책을 점검하며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장병들이 오르내리는 선봉소초 경계구역 내에는 철책선을 따라 1780개의 계단이 있다.

눈앞에 펼쳐지고 또 펼쳐지는 끝이 아득한 계단은 벽처럼 버티고 섰다. 한참을 걸어 초소에 오른 경계병들은 흘러내리는 땀이 마르기도 전에 철책선 주위를 번뜩이는 눈빛으로 지켜본다. 철책을 비추는 경계등과 우거진 숲을 때리는 거친 바람소리만이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노란색 차량이라 ‘황금마차’라 불리며 격오지를 도는 ‘이동 PX’가 소초 인근에 찾아오자, 큼지막한 더플백을 든 병사들이 과자, 음료 등을 구입하고 있다. 아이처럼 천진난만하다.

피곤한 몸으로 막사에 들어선 병사들은 다시 웃음과 여유를 찾는다. 소초장인 곽민수 소위(육사63기)는 “군이기에 근무는 규정과 방침대로 확실히 한다”면서 “이곳 역시 사람 사는 곳이라 내무생활은 편하고 즐거워야 한다”고 말했다. 순찰하랴 병력들 챙기랴 하루가 짧은 곽 소초장이지만 “동생같은 병력들이 고생하는게 안쓰럽다”며 자신의 고단함은 슬그머니 뒤로 했다.
깊은 밤 최양락 상병이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주위를 분간하기조차 힘든 어둠속에 경계등만이 험준한 산세를 따라 늘어선 철책을 밝히고 있다.

병역기피니 대체복무니 하는 바깥세상의 논란과 동떨어진 이곳, GOP에서 건강한 육체와 정신으로 무장한 신세대 장병들은 묵묵히 주어진 역할을 완수하고 있었다. 가을 초입임에도 밤으로 부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추운 곳이라는 강원도 양구. 백두산부대 선봉소초 장병들은 곧 들이닥칠 무시무시한 추위와도 한바탕 싸우면서 철통같이 나라를 지킬 것이다.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룰 수 있도록...’

〈사진.글 강윤중기자 yaj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