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틈새사진'을 허(許)하라

나이스가이V 2015. 5. 26. 17:14

며칠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매너 우산사진이 화제였지요. 헬기에서 내려 우산을 받쳐 든 오바마가 백악관 참모들이 내리기를 기다렸다가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오바마가 즉흥적으로 연출했을 가능성이 있지요. 그럼에도 훈훈한 사진입니다.

 

사진=REUTERS 

 

대통령이 어디에나 카메라가 있다고 인식한다는 것은 언제든 의도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 찍힐 수 있지만 같은 이유로 의도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 또한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바마는 눈앞의 상황을 자신에 유리하게 적용시킬 줄 아는 훈련된 사람이며 언론을 충분히 이해하고 또 이용하는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사진에 곁들인 기사를 보면 2년 전 해병대원에게 우산을 씌워 달라 부탁했다가 보수매체의 뭇매를 맞았던 우산 스캔들을 인용했더군요. 이를 의식했다면 이 사진은 고도의 정치 행위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백악관 사진기자들에 의해 기록된 이 사진이 멀리 대한민국 신문지면을 장식하게 됩니다. 국내 언론이 이 사진에 눈길을 준 이유는 짐작이 됩니다. 한 우산 속 대통령과 참모들, 오바마의 허리를 자연스레 감싼 참모의 손, 젖은 대통령의 어깨. 오바마의 탈권위적이며 열린 모습에서 이와 대조적인 우리 대통령의 모습이 겹쳐 떠오르기 때문이겠지요.

 

사진=UPI

 

오바마의 매너 우산 사진은 공식행사 사이에 있는 일종의 틈새사진입니다. 청와대발 사진에는 이런 틈새사진이 드뭅니다. 셀카봉 사진 정도가 나오면 그나마 참신한 사진처럼 보입니다. 울림은 없지요. 대통령 얼굴이 아웃포커스 된 사진을 쓰지 말아달라고 전화를 걸어오는 청와대의 사진 인식 수준으로 틈새사진을 말하는 것은 너무 먼 얘길 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대통령을 포함한 거물 정치인의 자기연출은 숙명입니다. 사진은 말처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메시지를 담아내는 효율적인 매체지요. 폭 넓은 틈새 사진을 청와대 사진기자에게 허락한다면 대통령이 폐쇄적 이미지를 벗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입니다.

 

박 대통령의 매너 사진을 임기 내에 볼 수 있을까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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