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포토라인에 서면

나이스가이V 2013. 7. 2. 10:59

경찰에 폴리스라인이 있다면 기자에겐 포토라인이란 게 있습니다.

요즘 매체가 늘어나서 기자들이 몰려드는 어느 곳에나 포토라인이 등장하지만, 포토라인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곳은 검찰이나 법원이지요.

 

한 20년 전쯤 매체가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은 라인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구요. 검찰에 누군가 출두하면 그냥 달라붙어 몸싸움을 벌이며 사진이나 영상을 찍었다고 하더군요. 그 시절 대통령 선거에 나온 대기업 회장님이 검찰에 들어서다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이마를 찧어 피를 흘렸습니다. 그렇게 무질서 했던 것이지요. 포토라인은 그 일 이후로 생겼다고 합니다.

 

포토라인은 가상의 선이 아니라 눈에 잘 띄는 노란색 테이프입니다. 기자들끼리 질서를 유지해 취재를 하자는 약속의 선입니다. 취재 대상의 힘에 비례해 라인은 길어집니다. 그만큼 많은 기자들이 취재한다는 얘기지요. 제가 경험했던 가장 긴 줄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할 때의 라인입니다. 김해 봉하마을에서 부터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까지 이어졌으니까요. 

 

포토라인 중 취재대상이 질문을 받는 위치를 표시한 삼각형 모양의 라인은 세상 어떠한 선보다 강력한 선입니다. 왜 네모나 동그라미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삼각이었습니다. 검찰에 출두하는 누구든 이 자리에 꼼짝말고 서야합니다. 할 말이 있어도, 말하기 싫어도 말이지요. 굳지 부탁하지 않아도 그 삼각형만 보면 그 위에 발을 올려 놓고 서게 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수 없이 봐온 학습효과 아닐까요.

 

검찰 삼각라인에 서면 자존심 상하고 이미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하더군요.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에 정신이 혼미해 진다고도 하데요. 다그쳐 묻는 취재기자들의 목소리에 주눅이 든다고도 합니다. 혼이 반쯤 빠져 조사실로 올라가면 집을 나설때 마음가짐과 다르게 혐의를 술술 인정한다고 합니다. ㅎㅎ 요건 믿거나 말거나.

 

검찰 삼각포토라인 위에 섰던 힘 가진 들이 이를 계기로 낮은 자세로 살아가며 명예회복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게 될까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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