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폭염 스케치

나이스가이V 2018. 8. 6. 14:28

날씨사진은 사진기자들이 일상적으로 찍는 사진입니다. 보통 날씨스케치라 부릅니다.

 

스케치라 하여 다소 가볍게 들리지만 지면 내에서는 비중인 큰 사진거리입니다. 날씨는 많은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관심사 중 하나지요. 대게 날씨스케치는 덥다’ ‘춥다처럼 몸으로 느끼는 것을 시각화하거나, ‘’ ‘같이 눈에 보이는 것에 적절한 의미를 담아 표현합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폭염도 아주 더운 날씨이지만 기록적이라는 수식이 붙으며 사건과 사고의 영역입니다. 재난이지요. 폭염이라는 구체적인 사건은 폭염스케치라는 취재명으로 사진부기자의 주요 일정이 되었습니다.

 

보통 일간지에서 더위스케치는 늦봄이면 시작됩니다. 광화문광장 분수대나 여의도 물빛광장이 대체로 그 시작입니다.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 한강다리 그늘 속 시민들, 한강공원 수영장·계곡·해수욕장 개장과 절정의 인파, 강과 호수의 녹조 등을 번갈아 씁니다. 더위가 채 가시기 전 입추즈음해서 가을의 단서를 서둘러 찾습니다. 더위가 아직 남아있을 때 성큼 다가온 가을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게재되곤 합니다.

 

관측 이래 최고의 폭염이라는 이 대형사건은 예년과 달리 매일 스케치에 대한 강박을 불렀습니다. 유례없이 길어지는 폭염 앞에서, 기존 스케치 정보에 새로운 걸 보태지만 소재는 고갈되지요. “더 이상 찍을 게 없다는 푸념을 선후배들의 SNS에서 종종 읽습니다. 늦봄부터 시작한 더위스케치 아니겠습니까. 상상력과 창의력이 한계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더위에 상상과 창의가 제 구실을 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최근 새로운 폭염사진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올여름 히트상품처럼 등장한 열화상카메라로 찍은 사진입니다. 사진기자들 사이에 장비에 대한 정보는 어렵지 않게 공유됩니다. “사진 좋더라. 그 열화상카메라 어디서, 얼마주고 샀니?”라는 물음에 몰라라고 할 야박한 기자는 없지요. 폭염에 더운 모습이나, 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모습 대신 더위 그 자체, 뜨거움의 정도를 색으로 보여주려는 시도가 일단은 신선해 보입니다. 산업용으로 쓰이던 장비가 언론사 사진부의 기본 장비로 편입된 것이지요.

 

 

   +열화상사진 폭염취재 전담 이준헌 기자

 

불볕더위에 에어컨 바람 쐬기도 어려운 취약 계층과 땡볕에서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을 떠올리면 짜증도 호사라는 생각이 드는 날들입니다. 사진기자들 역시 바깥 활동을 자제하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들여다보고도 가장 더운 시간, 가장 뜨거운 곳에서 축축한 셔터를 누릅니다. 먹고사니즘의 엄숙함을 새삼 느낍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위로의 말조차 약발이 떨어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폭염 잘 견디시길 바랍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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