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풍경

프레임을 프레임하다

나이스가이V 2015. 5. 30. 21:00

“‘친노(친노무현) 프레임이라는 기획기사에 맞는 이미지 사진을 찍어라는 미션이 떨어졌습니다. 추상적인 소재를 눈에 보이는 사진으로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회의실 한쪽 벽에 걸린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을 떠올렸습니다. 데스크가 참고하라며 예를 든 것도 이 사진이었습니다. 새정치연합 아침 회의를 취재하는 수많은 카메라 중에서 유일하게 제 카메라만 노 전 대통령 사진을 향했습니다. 저속으로 셔터를 누르면서 카메라 줌링과 카메라 바디를 번갈아 돌리며 블랙홀의 이미지를 시도했습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니?’하는 주변의 시선을 외면한 채 말이지요.

 

카메라 자체의 흔들림 때문에 표현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흔들림도 우연에 의해 잘만 표현된다면 친노 프레임의 의미를 담아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신문에 실리는 이미지 사진이라는 것이 데스크와 편집자를 이해시킬 정도는 객관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과한 의미부여와 합리화를 하게 되는 것이지요.

 

친노...프레임......사각...갇힘...’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굴리다 재밌는 앵글을 발견했습니다. ‘뭐라 말해도 이것이 친노 프레임을 표현한 앵글(프레임)이다라고 우길 논리는 없지만, 제 안의 어떤 느낌적인 느낌은 친노 프레임의 이미지로 적절한 사진이라고 말하고 있었지요.

 

회의실에 걸린 거울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액자(프레임)에 든 노 전 대통령 사진을 틀(프레임)이 있는 거울에 비치게 넣었고, 왼쪽으로 문 틀(프레임)이 있는 회의실 문(프레임)과 그 뒤로 보이는 또 다른 사무실의 문 틀(프레임), 오른쪽으로 벽의 틀(프레임)에 맞춰 걸어놓은 당의 슬로건을 쓴 파란 현수막. 그리고 이를 담는 제 카메라의 앵글(프레임). 프레임 안 수많은 프레임 속에서 노무현 사진으로 수렴되는 느낌이었지요.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구성>이 떠오르는 구나하는 자뻑적 자평도 해보았습니다. 추상을 구체화하려다 다시 추상의 늪으로 빠져든 것일까요. 결과적으로 데스크와 편집자는 이 사진을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쉽게 읽히지 않으니 신문 사진으로는 부적절하다 판단했을 겁니다.  

 

알아주든 말든 제 마음에 든 이 사진은 이렇게 블로그용으로 남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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