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큐

2004포토르포-연탄은 살아있다!

나이스가이V 2004. 6. 24. 22:43

참 덥네요. 더울땐 더운이야기로.... ^^
올해 초 신문에 실린 사진르포 입니다.
제 블로그 프로필 사진도 이 르포 중에 찍은 겁니다.


[포토르포] 연탄은 살아있다



























































“어머머, 아직 연탄 때는 사람이 다 있나?” 지나가며 던진 주민의 말에 1988년 이후 신림동에서 연탄 배달을 해 온 백미영씨(50)는 “언제부터 연탄 안 때기 시작했다고…” 하며 안타까워 한다.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이며, 모르고 자란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물건 ‘연탄’. 전국 약 19만 가구(2002년 통계)가 연탄으로 겨울을 난다. 경기불황으로 이번 겨울 연탄 사용가구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연탄 생산의 최일선인 탄광, 강원 태백시 장성광업소 철암생산부 소속 직원들은 수직 약 1㎞, 해수면기준 지하 약 400m의 막장에서 석탄을 캔다. 밖은 영하의 날씨지만 막장 속의 광부들은 섭씨 30도, 습도 98%의 눅눅한 환경 속에서 땀이 범벅이된 채 채탄작업을 한다. 이곳에서 일한 지 8년째 된 백승호씨(49)는 석탄 가루가 묻어 얼룩진 얼굴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와 건강이 있어 좋다”면서 “가장 정직하고 깨끗한 일이지 않느냐?”며 기자에게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서울에 남은 두곳의 연탄공장 중 하나인 동대문구 삼천리연탄. 이른 새벽부터 굉음을 내며 연탄을 찍어낸다. 연탄도매를 하는 이들은 쉴 새 없이 연탄을 트럭에 싣는다. 17년째 연탄도매를 해 온 김주연씨(52) 부부는 “동네에 산매점이 사라져 도매와 산매를 같이할 수밖에 없어 지방과 서울을 정신없이 뛰어야 한다”면서 “IMF 전 이직을 고려했지만 IMF 이후 지금까지 연탄소비가 꾸준해 그만두지 못했다”고 말한다. 또 “요즘 연탄보일러 설치에 대한 문의도 잦아졌다”고 강조했다. 하루 종일 수천장의 연탄을 싣고 나르는 고된 작업 속에서도 건강한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 부부였다.

원주밥상공동체(대표 허기복 목사)가 운영하는 ‘연탄은행’(원주시 원동)은 이 지역 독거노인, 노숙자, 저소득층 주민들이 수시로 연탄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새끼줄에 엮은 연탄을 받아든 한 할머니는 “연탄 두 세장이면 하루가 따뜻하다”며 연탄을 보내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독지가의 연탄기증이 발단이 돼 2년 전 시작한 ‘연탄은행’은 빈민들과 후원자들을 ‘나눔과 사랑의 정’으로 묶어주는 상징이 되었다.

연탄을 따라나서서 만난 서민들의 삶은 윤택하진 않지만 기쁨과 행복이 있었다. 연탄 석장 1,000원에 하루를 따뜻하게 보내는 사람, 고된 노동 속에서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 넉넉하지는 않아도 연탄으로 사랑을 나누는 사람. 모두 연탄을 닮아 뜨거운 우리의 이웃이다.

〈강윤중기자 yaj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