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4년 만에 만난 원기

나이스가이V 2011. 11. 14. 18:29
원기를 처음 만난건 4년 전 장애인그룹홈입니다.
포토다큐를 하기위해 찾았던 '개봉공동체'라는 가정에서였지요.
무연고의 장애인들이 훗날 홀로 설 수 있도록 가정을 이뤄 살며 자활능력을 기르는 곳입니다.
피 한방울 섞어지 않은 장애인들이 가정을 이루었지요.
원기는 그 당시 8살로 구성된 5남매중 막내였습니다.

<4년전 개봉공동체. 누나가 막내 원기의 양치질을 해주고 있다>

땡깡을 부리다 엄마(사회복지사인 지도교사로 '엄마'라 불린다)의 불호령에 벌을 서기도 했지만,
막내 특유의 재롱으로 누나, 형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지요. 


일주일 정도를 그 집으로 출퇴근 했으니 정이 들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못하고 살면서도
원기는 지금 잘 적응하고 살고 있을까,
삶의 기술을 제법 습득 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했지요. 

지난 주말 두산베어스가  샘물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잠실야구장으로 초청했습니다.
샘물지역아동센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아이들이 함께 놀며 공부하는 곳입니다. 
두산베어스의 김현수, 김선우, 최준석 같은 간판 선수들이 아이들과 점심도 먹고 야구도 가르쳐 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지요.

한 여교사의 손에 이끌린 아이가 행사가 진행된 지 한참만에 눈에 들어왔습니다.
원기랑 닮았다고 생각하면서 걸음걸이와 눈매 등을 살폈습니다.
불편한 걸음걸이가 4년전 원기에 대한 기억을 찾아주었습니다.



다가가서, "이름이 뭐니?"라고 했더니,
"신원기"하고 답하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아저씨 기억나니?"하고 서둘러 물었습니다.
"네"하고 짧고 심드렁하게 답했습니다.

그 상황에 "정말?"하고 물어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저 야구장에서 다시 만난 것이 신기했습니다.   

원기는 김현수 선수에게 타격자세를 배웠습니다. 
불편한 다리로 공을 정확히 맞출 수는 없었지요. 
우리 나이로 12세면 5학년인데 또래보다 체구도 작아보였구요.


 
원기를 늘 옆에 두고 있던 선생님에게 원기의 근황을 물었더니, 
다른 그룹홈으로 옮겼다고 하더군요.
선생님 말씀은 원기 정도의 아이를 받아줄 수 있는 마지막 그룹홈이라고 했습니다.
사는 기술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였습니다. 물론 아직 어리기는 하지만...
왠지 그냥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원기의 모습을 한참 바라봤습니다.
김현수 선수에게 타격자세를 배우며 마냥 좋아하는 모습이 찡했습니다.

4년 전 일하며 만났다가,
일끝난 뒤 안면몰수해 버린 저에 대한 경고로 '원기'를 받아들였습니다.
 
"원기야 미안하다. 아저씨를 용서해라. 그리고 건강해라. 늘~ 파이팅이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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