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5분

나이스가이V 2013. 10. 7. 11:30

창간기획을 아우를 사진을 찍기위해 강원 원주로 향했습니다. '우리 안의 우리'라는 주제로 이미 기사는 완성돼 있는 상태였구요. 기사의 대표 꼭지인 협동조합 사람들을 찍는 미션이었습니다. 일을 시키는 데스크의 표정에 살짝 드리운 그림자(?)는 확신하지 못하는 그림에 대한 미안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사를 쓴 후배 jd기자를 통해 섭외된 소속이 다른 6명의 협동조합원을 원주 시내 '밝음신협'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눈에 익은 건물이었습니다. 지난해 안철수 대선 후보를 동행해 취재한 '무위당 기념관'이 있는 건물이었지요. 참고로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고 리영희 선생이 생전에 한 두 살쯤 많은 무위당 선생의 인간의 크기에 압도 당해 형님 내지는 어른으로 모셨다는 분입니다. 원주 협동조합의 정신적인 토대를 만든 분이기도 하지요. 먼저 도착해 건물 안팎으로 사진 찍을 곳을 물색해 봤으나 적당한 곳은 없었습니다. 이미 '장일순 선생의 기념관'에 마음이 꽂혔던 터라 여타 배경이 눈이 들어오지 않았지요. 그림보다 공간적 의미에 충실했습니다.

 

한 명씩 따로 도착하는 조합원을 기념관에 모았습니다. 두 세명은 서로 얼굴 정도는 아는 눈치였지만 나머지는 초면. 서로 통성명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모이고 장소 섭외하는데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분들을 어렵게 모아놓고 제 마음은 더 바빴지요. 탁자 등을 치우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진찍기 전 "어렵게 모이셨는데 사진이 게재될 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행여 내일 신문에 실리지 않으면 저를 욕해 주세요"라고 했고 한 조합원은 "내일 귀가 간지러울 텐데요"라며 웃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첫 컷을 테스트 삼아 눌렀습니다. 서로 인사하며 분위기가 좋다졌다 생각했으나, 막상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선 모습이 어색했지요. '협동'의 이미지를 위해 기차놀이를 이미 생각했던 차에 '앞 사람 어깨에 손'을 요구했습니다. 여전히 어색했지만 조금씩 표정이 살아났습니다. "몸을 뒤로 젖히시고... 뒤에서는 바쳐주세요... 웃으세요... 이가 보이도록... 소리를 질러도 좋아요..." 몇 차례 반복하는 동안 '조합원들의 협동'이 빛을 발하고 심지어 촬영을 즐거워 하는 듯 보였습니다. 오래 찍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생각과 비슷한 그림을 모니터로 확인 한 뒤 촬영을 끝냈습니다.

 

데이터를 보니 테스트 용 첫 컷을 11시 29분에 찍었고, 마음에 드는 컷이 11시 34분에 찍혀 있었습니다. 어색에서 화기애애까지 '5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사진을 다시 보면서 5분이라는 시간이 참 기적같은 시간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맨땅에 헤딩'이었던 취재는 '골'로 이어졌고, '귀가 가려울 것'이라는 따뜻한 협박(?)에서도 자유로워 졌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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