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큐

'곰의 일'

나이스가이V 2018. 7. 24. 17:08

지난 주 마감했던 <포토다큐>는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번식연구에 대한 것이었지요. 작년 가을 무렵 반달가슴곰 취재를 시도했다가 시기가 맞지 않아 다음을 기약했었습니다.

 

잊고 있던 반달곰을 다시 떠올린 건 지난 3월 취재했던 평창동계패럴림픽이었지요. 마스코트가 반달가슴곰 반다비였습니다. 뭐 이런 순간에 몇 달 후 지면을 어렴풋이 그려보기도 하지요. 마음을 굳힌 건 반달가슴곰 세계 최초 인공수정 출산 성공이라는 뉴스였습니다.

 

지난해 한 차례 취재시도, 패럴림픽 마스코트, 세계 첫 인공수정 출산 등 일련의 과정이 ‘거부할 수 없는' 계시로 다가왔습니다.

 

    +종복원기술원 야생동물의료센터 반달곰 인공수정 연구진

 

반달곰 복원에 애쓰는 종복원기술원 야생동물의료센터에 연락을 하고, 그날 밤 구례로 달려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암컷 반달곰 증식연구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였지요. 인공수정 연구라는 것이 연구진의 의지로 되는 게 아니라 암컷 반달곰의 몸 상태에 달린 일이었습니다. '곰의 일'을 사람이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와 반달곰의 인공수정을 위한 발정을 기다렸습니다.

 

주말이 지나도록 발정 소식은 없었습니다. 가슴을 졸였습니다. 마감을 이틀 앞두고 다시 구례로 가서 곰의 상태를 지켜봤습니다. 여전히 인공수정을 할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열흘의 시간이면 충분할 거라 판단했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필연적취재라 운 좋게 인공수정 과정을 담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했습니다. 제 조바심으로 자연이 움직여 주리라 바랐던 건 오만이었지요.

 

계획대로 다큐가 진행되지도 않았고, 깔끔하게 마무리하지도 못했습니다. 마감 시간까지 연구진 옆에서 무엇인지 모를 극적인메인 사진을 기다리다 결국 포기하고 현장에서 마감을 했습니다. 

 

   +암컷 반달곰 발정상태의 질세포 색과 형태

 

지면 특성상 소재를 고를 때 사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똘똘한 반달곰 사진 한 장이면 되겠지라고 쉽게 생각했던 것부터 꼬였습니다. 마취상태에서 혀를 길게 늘어뜨린 반달곰 사진을 메인 컷으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세포사진을 크게 쓰게 된 이유입니다.

 

사진다큐 하나 내놓으면 후련함과 아쉬움이 남습니다. ‘내가 뭘 놓쳤지?’ 하는 찜찜함이 며칠은 따라붙습니다. ‘게재된 다큐기사를 본 독자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싶기도 합니다. 밀린 방학숙제처럼 마감에 쫓겨 영혼 없이 때웠나(?) 싶어 돌아보게 됩니다.

 

[포토다큐] '인공수정 1호' 아기 반달곰은 동생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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