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큐

'광장 노숙'

나이스가이V 2017. 1. 16. 18:36

사진다큐 소재를 선택할 때 지금 왜 이걸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대게 시의적인 이슈거나 우리 사회의 만연한 문제와 그와 관련한 삶이 이유가 되지요. 이번에 지면에 실은 광화문캠핑촌다큐는 앞의 이유에다 ‘마음의 빚'이라는 사적 이유도 더해졌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반발한 예술인들이 광화문광장에 텐트를 치고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70일이 넘었습니다. 취재를 오가며 광장을 지날 때마다 부채감 같은 것이 달라붙었습니다. 하룻밤이라도 노숙에 동참해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바쁘다, 날이 춥다 등 온갖 핑계를 둘러댔지요.

 

농성 첫날부터 광장생활을 하고 있는 페친노순택 사진가의 글과 사진을 볼 때마다 속이 따끔거렸습니다. 노 작가는 지난해 11월 어느 날인가 제게 광장에서 한 번 자 보라제안하기도 했었지요.

 

그렇게 마음에 담아두었던 광화문캠핑촌을 다큐 아이템으로 발제했습니다. 취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 순수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피하거나 미룰 수 없는 노숙 동참에 대한 의지는 굳어졌습니다. 그렇게라도 마음을 좀 보태고 싶었습니다. 누군가 굳이 추운데서 자려느냐?’는 시선을 보낼 때 추위라는 단어를 하나 골라 쓰더라도 경험하고 쓰고 싶다는 오그라드는 멘트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입 밖에 낸 적은 없지만. 


 

이틀 밤을 텐트에서 잤습니다. 한파라더니 추웠습니다. 하지만 우려보다 추위는 덜 느껴졌습니다. 감각은 상대적이지요. 그보다 차량의 소음과 진동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몸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잠을 잤습니다. 아니 잠을 설쳤습니다. 불편한 잠자리였지만 광장에서 맞는 새벽은 개운했습니다


 

기사에 쓰지 못한 감사인사를 남겨야겠습니다. 도움이 될 거라며 소음용 귀마개를 건네준 사진가 정택용씨, 여분의 침낭이 있는 텐트를 권해주신 이웃 텐트 촌민분, 잠이 안 와 뒤척이는데 텐트 밖에서 춥지 않나?”며 챙겨주고 바람막이 비닐을 꼼꼼하게 덮어주던 노순택 선배, 또 반겨준 예술가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그 훈훈함에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따뜻한 방이나 사무실에서 문득문득 캠핑촌의 촌민들을 생각합니다.  


*광화문캠핑촌 후원 신한은행 110-467-235902 송경동



 

[광장에 들어선다...연대와 예술, 광장이 몰아낸다...분열과 검열] 경향신문 2017년 1월14일, 17면     


고되지만 즐겁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반발한 예술인들이 지난해 114일 시국선언 후 광화문광장에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간 지 두 달이 훌쩍 넘었다. 칼바람이 불던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광화문캠핑촌에서 보냈다. 예술인들과 함께 노숙했다. 세월호 추모공간에서 이어진 광장의 양쪽 가장자리를 따라 50여 동의 크고 작은 텐트들이 자리 잡았다. 캠핑촌에는 예술인들뿐 아니라 노동자, 종교인, 시민들도 촌민으로 생활하고 있다.

 

매서운 겨울 날씨도 그들을 막지 하지 못했다. 이순신 동상 뒤편에서는 예술가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조형물을 제작했다. 붓으로 채색을 하자 흉상의 얼굴이 제법 또렷한 모습을 갖췄다. 바로 그 시간 조 장관은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지했다고 실토했다. 연극인들은 광장극장 블랙텐트의 개관식을 앞두고 조명과 음향시절 등 막바지 공사에 바빴다. 새로 입촌하는 노동블랙리스트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예술가와 어울려 코란도차량 모형의 집을 완성해가고 있었다




광장 중앙 천막에서 지난달 문을 연 궁핍현대미술광장의 개막전시 <내가 왜>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판화가 이윤엽씨, 사진가 노순택·정택용씨, 송경동 시인 등의 작품과 촌민들의 바람을 담아 만든 가상의 호외광장신문이 전시됐다. 광장은 주말 촛불집회 행진 대열에서 인기를 끈 광화문구치소’, ‘우리 바뀐애등 조형물과 설치미술 작품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농성 첫날부터 텐트를 지키고 있는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는 캠핑촌은 예술가, 노동자, 시민 등 참가자들이 공통의 목표인 대통령 퇴진까지 다양한 목소리와 예술행동이 표현되는 열린 곳이라고 말했다. “분노가 신나고 즐겁게 표현되고 있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분주했던 하루가 저물자 한파가 기승을 부렸다. 촌민들은 핫팩을 넣은 침낭 속에서 잠을 청했다. 추위보다 더 두려운 건 머리맡을 빠른 속도로 지나는 차량의 소음과 텐트를 뒤흔드는 진동이었다. 밤새 추위와 소음과 진동에 뒤척거렸다. 텐트 내의 식수는 물론 기자가 뱉은 날숨에 실린 습기마저 바람막이에 얼어붙었다. 그래도 촌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비정상의 생활 속에서도 대통령 퇴진과 그 이후 열릴 정상화된 세상에 대한 기대와 희망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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