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내 어릴적 영웅'

나이스가이V 2014. 10. 24. 17:13

홍콩영화 지존무상’(1989), ‘천장지구’(1990). 따져보니 25년 전쯤에 제가 봤었군요. 스토리는 희미하지만 영화 속 배우 유덕화(류더화)에게 받았던 강한 인상은 남아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를 보며 뭉클해했고 극장을 나설 땐 자못 비장한 표정을 지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보다 몇 년 전인 10대 초반엔 성룡(청룽)에 꽂혀 그의 브로마이드와 각종 사진을 모았고, 사진을 코팅해 책받침으로 사용하기도 했었지요. ‘천장지구이후 성룡에서 유덕화로 갈아탔습니다. 영화 속 유덕화의 모습이 참 멋져 보였고 그런 그의 이미지에 열광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옛 기억을 살짝 푼 것은 10대의 영웅유덕화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20일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보치아 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뭔가에 끌리듯 갔던 것 같고 결과론적으로 그게 유덕화였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홍콩장애인올림픽위원회 부회장 자격으로 방한해 경기장을 찾았습니다. 주위의 한 기자가 유덕화 왔네라고 했을 때 그리 현실적으로 들리진 않았습니다. 경기 사진이 더 급했으니 반쯤 흘려들은 겁니다. 취재가 끝나고 기자들이 몰린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는 홍콩 대표선수들을 격려하고 기념촬영을 했습니다. 가까이서 본 그의 얼굴에 세월이 내려앉아 있었지만 올빽 머리를 한 그는 역시 멋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돌아서면서 옛 기억을 더듬었던 것이지요. 두 영화의 제목은 그렇게 떠올려진 겁니다.



  

영화 속 비현실적 옛 영웅은 장애인체육을 위해 헌신하는 현실의 멋진 영웅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6년 전 베이징패럴림픽 취재 갔을 때 개막식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를 멀리서 신기하게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제 블로그 어디쯤에 그 얘기가 있습니다.) 어릴 적 너무 만나고 싶었던 영웅은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제 가까이로 오고 있는 듯합니다. 다음번에 만나면 마주앉아 소주라도 한 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옥같던 그 영화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 많이 다르게 읽힐 테지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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