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내 자식같은 사진

나이스가이V 2014. 12. 29. 18:16

사진을 찍기도 전에 사진 달라는 취재원의 말에 삐졌습니다. 꼭 필요하다면 사진 찍은 후에 물어도 될 것을. 작가라는 그는 쉬워도 너~무 쉽게 사진을 달라했습니다. 물론 주세요했는지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는지 정확한 멘트는 생각나지 않지만 받아들이는 제 입장에서는 마찬가집니다. 이미지 범람의 시대에 사진은 공짜라는 인식도 한 몫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음 상해도 회사 찾은 손님인데 버럭 화낼 수도 없고 대신, 찍는 사진 컷 수를 대폭 줄이는 식으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내 사진은 그리 쉽고 간단한 사진인가?’를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령 비슷한 인물사진이 있는데 하나는 1년차 때 찍은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15년차 때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면 이 사진은 비슷하다 할 수 있을까요. 그 전에 사진기자가 사진을 찍을 때 장소와 렌즈선택, 감도와 셔터와 조리개, 인물의 특징과 배경, 빛의 종류와 각도, 표정과 동작 등을 고려한다는 것을 사진을 요구’하는 이는 알까요.

 

물론 연차가 곧 사진의 질과 완성도를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연차가 더할수록 사진이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지난 15년 세월동안 사진이라는 매체를 부여잡고 던졌던 고민과 질문들이 지금 누르는 셔터 안에 스몄을 거란 생각도 해 봅니다.  

 

제 사진이 좀 모자라더라도 엄연한 창작물입니다. 급한 필요 때문에 서둘러 사진 달라 얘기한 이도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듯글을 쓰는 창작자이지요. 타인의 창작에 대한 존중 없이 내 창작이 인정받기를 원한다면 그 창작의 진정성이 의심받지 않겠습니까.

 

여기 몇 장의 사진을 올립니다.


                                             서울 하계동, 2011


                                               잠실야구장, 2011


                                                  국회, 2011


포커스도 맞지 않는 사진입니다. 걸어가다가 골반에 혹은 카메라를 들다가 손바닥에 그냥 눌려버린 셔터에 의해 기록된 사진입니다. 버릴 사진이지요. 그런데 모았습니다. 왜냐구요? 카메라를 든 채 걷고 뛴 세월동안 체형과 걸음걸이는 당연히 이에 맞춰 바뀌었을 터이고, 그에 따른 골반의 움직임과 습관들에 의해 기록된 사진이라는 게 그냥 버릴 수 없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우연으로 찍힌 사진에서 오묘한 느낌과 울림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다소 엉뚱해 보이는 사진도 제겐 귀합니다.

 

삐진 마음에 시작한 글이 산으로 갔네요. 자식이 어디 가서 얻어터지거나 무시당하면 부모가 발끈하듯 자식 같은사진이 가벼운 취급을 받을 때면 울컥하지 않을 방법이 없습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첩 찍기의 함정  (0) 2015.01.18
"고마워요 샤이니월드"  (2) 2014.12.31
내 멋대로, 2014 내가 만난 사람들  (0) 2014.12.23
실패한 새 사진  (0) 2014.12.17
시나리오 사과  (0) 2014.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