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풍경

'두 장면'

나이스가이V 2016. 12. 19. 16:10

지난 6일 열린 재벌 청문회의 두 장면을 남겨놓아야겠습니다. 19885공 청문회 이후 28년 만에 재벌 총수들이 대거 출석한 청문회라니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의 주관이지만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전경련 해체에 반대하는 분 손들어보세요라는 말에 재벌 총수들이 손을 든 사진이 경향신문을 비롯해 여러 신문 1면에 실렸습니다. 사실 이 사진은 안 의원이 재차 손들 것을 요구했을 때 찍힌 것이지요. 처음 안 의원이 물었을 때 유일하게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만 손을 들었습니다. 저는 신 회장이 혼자 손 든 이 사진의 메시지에 주목했습니다. 왜냐면 기습적인 질문에 당황한 회장님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다 손을 못 들었던 것이지요. 앞뒤 두 장의 사진을 붙여썼어야 옳았다는 생각을 지나서야 합니다.


 

 

여하튼 눈치 보는 재벌 총수들. 보기 드문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기업을 자손 대대로 물려주며 유지해 온 비결이 눈치였다는 것을 현장의 기자들은 '눈치' 챘습니다. 정경유착이라는 것은 권력에 대한 눈치의 산물이지요.

 

또 하나의 장면. 안 의원이 앞서 물었던 것인데요. “촛불집회에 나가 본 적 있는 분 손들어보세요.” 증인석 회장님들은 조용했습니다. 있을 거라 짐작해 물었던 것은 아니겠지요. 촛불의 목소리가 들리나, 국민의 분노를 느끼나,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총수들이 촛불을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했습니다. 부끄러웠을까요. 불편했을까요. 두려웠을까요. 순진한 저는 질문 순간에 누가 손이라도 들까싶어 카메라 파인더를 주시했었지요. ‘총수들이 손을 들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을 쓴 이 상징적인 사진이 총수들이 질의를 듣고 있다는 내용의 평범한 사진과 눈으로 볼 때 다르지 않아 지면에 쓰기엔 모자랐던 모양입니다.


     

회장님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관련해 청와대의 요청은 거부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정경유착을 끊을 수 없다는 얘기지요. 그런 의지도 읽히지 않았습니다. 이날 출석한 재벌 총수 9명 중 28년 전 5공 청문회에 출석한 총수들의 자제들이 6명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훗날 또 그 자제들이 비슷한 사건에 연루돼 다시 청문회에 서겠지요. 그때 이 사진들은 어떤 이야기를 던질까요.

 

yoonjoong

'국회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총 들고 폼 잡으시기 전에  (0) 2017.01.08
연기 경연장 된 청문회  (0) 2016.12.12
국회 출입증을 반납하며  (2) 2016.09.26
그는 프로가 아니었다  (0) 2016.09.06
그의 '폴더인사'  (0) 201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