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세계적 사진가와 그냥 사진기자

나이스가이V 2014. 10. 26. 19:29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가 존 스탠마이어는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에 담은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흥미롭게 본 것은 한국의 일상과 도처에 널린 다양한 색이었습니다. 두루마리 휴지가 걸린 포장마차, 그릇에 담긴 반찬들, 화장실 소변기 위에 놓인 꽃, 비닐봉지 등에서 발견한 색들을 그의 개성적인 앵글로 보여줍니다. 정말 흥미롭다는 것을 그는 천진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위 사진 'Signal'로 World Press Photo (WPP·세계보도사진전) ‘2013 올해의 사진상을 받았고, 세계의 식량위기, 민주화 운동, 빈곤과 환경 문제 등 선 굵은 작업을 하는 그의 눈에 한국의 사소한 것들은 특별했던 겁니다. 식량위기에서 포장마차 두루마리 휴지까지 그의 관심과 그것을 포착하는 시야는 대단히 넓지요. 눈앞에 보이는 사소한 모든 것에 라고 질문하라는 그의 말은 새로운 말이 아님에도 그것을 실천하는 이의 말이라 느껴져 울림이 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낯설게 보기의 지난한 과제는 어쩌면 존 스탠마이어와 같은 외국인의 시선으로 일상과 사물과 현상들을 바라보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너무 익숙하거나 사소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시선에 잡히고 또 거기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사진은 확장되고 삶은 더 풍요로워지지 않겠습니까. 말은 쉽습니다. ^^

 

인터뷰 내내 그의 대답을 들으면서 그는 반쯤은 문화인류학자나 사회학자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가 인류와 세계 도처에 벌어지는 현상에 던지는 고민과 질문을 사진이라는 도구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진가는 간단한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새깁니다. 그가 사소한 사진들을 보여줄 때 친근하고 가까워지다가 다시 저 만큼 멀리 달아나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사진가를 찍어야 하는 사진기자는 참 부담스럽습니다. 이날 인터뷰 장소로 향하며 제 카메라를 주고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게 한 뒤 그의 바이라인을 사진 밑에 써보면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여유를 상실하고 재밌는 발상도 곧 자취를 감춰버리지요. 통역하는 조우혜 사진가를 통해 사진가 사진 찍기가 어렵다전했더니, 아이폰6를 든 그가 저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이 난데없는 상황이 쑥스러웠습니다. 그는 즉시 사진을 제 메일로 보내줬습니다. 세계적인 다큐 사진가의 폰에 제 사진이 담겼고 그는 한국 여행의 기억을 들추며 지인들에게 포장마차와 함께 제 사진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요. 한국의 사진기자는 참 샤이하다고. ^^


by John Stanmeyer                                                                      

 

존 스탠마이어는 1027일 오후7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사진기자협회 초청강연을 갖습니다. 사진에 관심 있으신 분들 참고하세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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