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큐

정작 '꿀잠'은 내가 잤다

나이스가이V 2017. 7. 30. 21:11

공사 중인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에 대한 사진다큐 기사가 지난 29일자 지면에 실렸습니다. 전날 미리 온라인에 뜬 기사를 본 노순택 작가께서 격려의 메시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사와 함께 올렸습니다.

 

지난 615일 열린 노순택 작가의 사진전 <비상국가> 작가와의 만남 뒤풀이 자리에 합류해 막걸리를 마시다 다큐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된 것이니, 그의 지분도 들어있는 것이지요.

 

계획된 다큐 게재일이 한 달이나 남은 6월 말쯤, 분위기나 보려 꿀잠공사현장을 처음 찾은 것을 시작으로 주중 2~3차례 오후시간에 공사현장을 찾았습니다. 물론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를 고민하며 다녔습니다만, 막상 현장에서는 카메라를 놓고 일을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사진 정택용

 

일하는 장면 하나 메인 컷으로 하고 나머지 전후 사진을 나열하는 식은 이번 다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자, 사진 찍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또 누군가 이미 쓴 사진이나 기사보다 더 잘 찍고 쓸 자신도 없었고요.

 

정신승리법의 자기합리화가 작동했습니다. ‘막일에 직접 참여해 쓰는 글과 사진은 그 결과물이 비슷해 보일지라도 확연이 다른 것이다라고. 한 공간에서 함께 땀 흘리고 먼지를 뒤집어 써 본 뒤 쓰는 먼지’ ‘연대라는 단어가 그냥 눈으로 보고 쓴 단어와 어찌 같을 수 있냐는 겁니다. 땀 흘리는 모습의 사진 한 장이 어떻게 방금 와서 서둘러 찍은 사진과 같을 수 있냐는 거지요. 보는 이들에게 전해지는 울림도 다를 것이라 믿었습니다.

 

결국 일하며 짬짬이 찍은 일꾼들의 모습을 모았습니다. ‘더운 날의 뜨거운 연대라는 것이 제가 찾은 최선의 답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어설픈 저를 환대해 주신 모든 분들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여러 도움을 주신 사진가 정택용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백컨대 꿀잠 공사에 참여한 날마다 정작 꿀잠은 제가 잤습니다.

 

yoonjoong

 

 

                                                      

 

[포토다큐] 마지막 한 명까지 직장으로 돌아가는 그날, 이 쉼터도 푹 쉬겠죠

 

지금도 무더위에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비정규·해고 노동자들이 지친 몸을 쉬어갈 수 있는 집이 지어지고 있다.

 

 

 

 

서울 신길동 골목. 낡은 4층짜리 다세대주택이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으로 리모델링되고 있다. 2년 전 기륭전자 해고노동자의 투쟁 10년을 돌아보는 토론회에서 공식 제안된 쉼터는 이후 법인을 설립하고 건물을 매입해 지난 5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현재 임대 중인 2, 3층을 제외하고 옥탑(쉼터·정원)과 지하(공연·전시장), 1층(카페·식당), 4층(쉼터)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완공을 앞둔 비정규노동자의 쉼터 '꿀잠'

 

현장에서는 자발적 ‘무보수 일꾼’들이 연신 굵은 땀방울을 떨궜다. 노동자, 종교인, 예술가, 학생, 시민 등 다양한 개인들이 합세했다. 대체로 생업의 기술과 거리가 있는 ‘막노동’이라 배우고 익히면서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5일, 꽃나무 정원이 들어설 옥탑이 북적였다. 쉼터가 될 옥탑방 외벽에 각목을 댔고, 한쪽에선 휴게용 벤치를 제작했다. 벤치 작업조 차광호씨(파인텍·옛 스타케미칼)와 김경봉씨(콜트콜텍)는 “내 집 짓는 마음”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긴 세월 거리에서 경험했던 숱한 쪽잠과 한뎃잠에서 오는 절실함 때문이다. 차씨와 김씨 등 노동자들은 작업이 끝나는 저녁이면 다시 동료들이 있는 광화문 농성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공연, 전시 등 문화공간으로 태어나는 지하에는 ‘문화도시연구소 집짓기 프로젝트팀’ 등이 목공작업에 투입됐다. 쉼터를 설계한 정기황 건축가와 봉사자들이 합판과 각목을 재고 잘랐다. 절단기가 뱉어내는 톱밥이 온몸을 적신 땀에 고스란히 달라붙었다. 재단한 목재를 바닥과 천장, 객석에 붙여가자 공연장의 모습을 갖춰갔다. 공사가 진행되던 지난 20일, 개소식 전 첫 행사로 우리 시대 노동의 모습을 담은 책 <연장전>의 북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20일 서울 신길동 비정규직노동자의 쉼터 ‘꿀잠’ 지하 공연장에서 첫 행사가 열리고 있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왼쪽)이 쓰고 노순택 사진가가 찍은, 우리 시대 노동의 풍경을 담은 책 <연장전>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완공 목표인 7월 말이 다가오자 건물 내·외부의 큰 공사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특히 옥상정원은 쉼터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정원 조성에 참여한 가든디자이너 권혁문씨는 “자연 치유를 염두에 두고 꽃나무를 심었다”며 “노동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계절 변화를 볼 수 있는 꽃나무로 조성된 옥상정원.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했던 황철우 서울지하철 2호선 승무원은 “당시 모두들 ‘가능하겠냐’고 물었어요. 근데 그게 되네요”라며 활짝 웃었다. 각계각층에서 마음을 모아 마련한 기금으로 건물을 매입했고, 이후 현장을 직접 찾은 개인들의 노력기부, 설계와 용접 등의 재능기부, 타일 같은 건축자재의 기부도 이어졌다. 하지만 리모델링 비용과 이후 유지운영비는 여전한 부담이다.

 

새참을 먹는 일꾼들. 심재현·최석희 건강한농부협동조합 조합원, 유흥희 기륭전자 분회장, 윤종희 기륭전자 조합원, 한경아 새세상을여는천주교여성공동체 사무국장, 김소연 꿀잠 운영위원장, 정택용 사진가, 정기황 건축가, 황철우 서울지하철 2호선 승무원,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 이단아 민주화운동정신계승연대 집행위원장, 이사라 문화기획자, 차광호 파인텍 조합원(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폭염 속 ‘뜨거운 연대’에 가담한 일꾼들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지친 몸을 쉬어가는 노동자들의 표정이 그 위에 포개졌다. 꿀잠은 오는 8월19일 문을 연다. 

연일 현장에서 땀 흘리는 사진가 노순택의 말이다. “비정규노동자의 집은 하루빨리 쓸모가 없어지길 바라면서 지어지고 있다.”  

 

후원문의 (02)85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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