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오리 4

새가 있는 풍경

앞서 올린 글 ‘새가 없는 풍경’에 이어지는 얘깁니다. 있어야 할 곳에 새가 없었으므로 당황했고,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어 다른 철새를 수소문했습니다. 순천만 습지의 흑두루미. 고창의 아름다운 석양을 아쉬워하며 순천으로 향했습니다. ‘흑두루미는 가능할까?’ 불안했지요. 순천의 한 모텔에서 잠을 설쳤습니다. 인근 나이트에서 나온 유흥객들 취기 섞인 말소리가 잠결에 들려왔습니다. 불편했던 잠은 다음날 일정의 불안감을 가중시키지요. 전날 꺾인 전의는 회복 기미가 없었습니다. 순천만생태공원. 취재지원을 하는 직원분은 때마침 해외출장 중이었지요. 난감했습니다. 전망대 망원경으로 멀찌감치 앉아 있는 흑두루미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고맙게도 전망대에서 만난 명예습지안내인이 저를 대신 안내했습니다. 그는 순천만 습지의..

사진이야기 2018.12.05

새가 없는 풍경

요맘때면 철새 사진을 한 번씩 찍습니다. 이왕이면 스케일이 크면 좋겠지요. 개인적으로 한 번도 찍지(성공하지) 못한 석양 속 가창오리의 군무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검색을 해봤습니다. 수일 전 올라온 어느 블로그 영상에서 새들의 멋진 군무를 볼 수 있었지요. '그래 가창오리 한 번 찍어보자.' 영상 속의 장소인 전북 고창으로 향했습니다. 미세먼지에 황사가 더해져 제대로 보일까 걱정이 들더군요. 이 상태로 저물녘에 군무가 펼쳐진다면 ‘가창오리떼가 미세먼지 속에서도 아름다운 군무를 펼치고 있다’고 설명을 쓰기로 했습니다. 오후 4가 못 돼 도착한 동림저수지는 바람이 불었고, 그래선지 걱정보다 하늘이 맑고 깨끗했습니다. 석양은 더없이 좋을 거라 예상했습니다. 망원렌즈를 장착해 저수지 이곳저곳을 살펴봤습니다. ..

사진이야기 2018.11.29

10년 만에 재두루미를 찍으며

재두루미를 찍기 위해 한 10년 만에 강원도 철원의 민통선 안에 들어갔다왔습니다. 10년 전에도 이곳에서 재두루미를 찍었습니다. 지나며 보이는 농로가 익숙해서 얼마 전 왔다간 듯했지요. 10년 세월이 그런 식으로 지났다 생각하니 서글퍼졌습니다. 드넓은 철원평야를 바라보니 서 있으니, 초년병시절 가창오리떼를 찍기 위해 천수만 간척지에 서 있던 저와 시간을 건너 연결됐습니다. 당시 지평선처럼 아득한 간척지에서 지구에 남은 마지막 인간처럼 홀로 서서 한 시간여를 보냈습니다. 제 삶에 다시없을 경험이었습니다. 특별한 감상에 빠졌었지요. 살짝 스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자유롭다’ ‘편안하다’는 느낌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민망한 얘기지만, 당시 취재차량 운전하시는 형님이 거친 엔진소리를 내어 새떼를 날게 ..

사진이야기 2017.11.03

실패한 새 사진

가창오리를 수소문했습니다. AI(조류플루엔자)를 매개했다하여 천덕꾸러기가 되기도 한 겨울철샙니다. 새 사진을 찍어본 지 오래고 해마다 변하는 서식지 등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습니다. 이 분야에 전문가인 J일보 A선배께 전화를 했지만, 가창오리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건질 수 없었습니다. 선배의 조언대로 철새가 많이 관찰되는 지역의 철새조망대와 지자체에 문의를 했습니다. 결국 가창오리가 해남 지역에 가장 많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새를 찍으러 가는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해남 지역에서 철새 모니터링하는 분과 연락이 닿았기 때문입니다. 예보와 다르지 않은 날씨와 적절한 렌즈의 선택만이 관건이었지요. 머릿속에선 언제가 보았던 가창오리의 군무 사진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기가 막힌 사진이었지요. ‘..

사진이야기 2014.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