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검찰'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17.04.14 우병우 퍼포먼스
  2. 2016.11.11 창문 너머에 특종이 있다
  3. 2016.10.31 오늘 검찰에 '장'이 섰다
  4. 2016.10.28 1분을 위한 8시간
  5. 2015.05.09 '자리경쟁'
  6. 2013.07.02 포토라인에 서면
  7. 2011.11.09 뻗치기..그 허무함에 대하여 (2)
  8. 2010.10.22 뻗치며 산다!!

가끔 퍼포먼스 사진을 찍습니다. 구호 외치고 회견문을 읽는 평범한 그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진기자들을 위해 소위 상징적인 그림을 만들어주는 주최자의 정성입니다. 그 퍼포먼스는 회견 마지막 순서라 기자들을 회견 내내 붙잡아둘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경험 많은 기자회견 주최측과 사진기자의 암묵적 거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10일 광화문 이순신 동상 세척작업을 찍으러 갔다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찍게 된 것도 진행자의 퍼포먼스가 있다는 말에 솔깃했던 겁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얼굴 가면을 쓴 이가 수의를 입고 무릎을 꿇은 퍼포먼스였지요. 우 전 수석의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있어 이보다 시의적절한 퍼포먼스는 없었지요. 구호보다 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11일 밤 우 전 수석이 영장심사를 받은 뒤 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리고 있던 서울중앙지검에 갔습니다. 신문 마감을 위해 "우 전 수석이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사진설명을 미리 써 두었습니다. 12시가 넘자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들렸습니다. 검찰청사 계단 앞에는 구치소행 차량이 아닌, 그를 늘 태워 나르던 가족회사 정강의 검은색 세단이 기다렸습니다

 

새벽 1시쯤 우병우는 검찰 출입문을 밀고 유유히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 지친 기색 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걸어 내려와 기다리던 차량을 타고 귀가했습니다. 질문하는 기자들에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했다지요. 자기 자신에게 한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마감하면서 이틀전 광화문광장에서 찍은 퍼포먼스가 겹쳐졌습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검찰 문을 열고 집으로 향하는 우병우의 모습이 훨씬 더 노골적인 퍼포먼스처럼 느껴졌습니다. ‘역시 황제 수사 퍼포먼스’ ‘검찰의 수사 의지 없음 퍼포먼스’ '한통속 퍼포먼스' 검찰개혁을 부르는 퍼포먼스였지요.

 

박근혜, 이재용도 피하지 못한 구속수사를 우병우는 두 차례나 피했습니다. 검찰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네요.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네킹...좀 짠한  (0) 2017.05.03
카메라를 내려놓을 용기  (8) 2017.04.24
우병우 퍼포먼스  (0) 2017.04.14
세월호 인양과 그의 정신승리법  (0) 2017.03.25
'용한 그림'을 청와대를 꿈꾸는 이들에게  (0) 2017.03.20
달콤 씁쓸한 탄핵  (2) 2017.03.13
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 한 장의 힘을 얘기합니다만 신문사진에서 그걸 확인시켜주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며칠 전 검찰 조사받던 중에 찍힌 우병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사진이 그 한 장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카메라에 포착된 우 전 수석의 여유 있는 모습은 선한 사람들의 입에서 쌍욕을 끌어냈습니다. 이 사진은 출두하며 질문하는 기자를 째려보던 사진 이미지와 연결되어 한층 더 화를 돋웠습니다.



창문 안은 그들만의 1% 세상인 듯 보였고 사진을 통해 이를 바라보게 된 창밖 99%는 모멸감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검찰 조사에서 팔짱을 낄 수도 실실 웃을 수도 없는 , 돼지를 조롱이라도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팔짱 낀 황제앞에 공손한 검찰이 어떤 수사를 할지 불 보듯 빤하지 않습니까.

 

황제조사사진은 조선일보 고운호 기자의 집중과 끈기로 이뤄낸 특종사진입니다. 타사에 물을 먹은 입장이지만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지요. 이 한 장의 사진은 신문과 방송, SNS 등에 도배되다시피 했습니다. 심지어 오마이뉴스가 조선일보 기자를 인터뷰하는 희귀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앞으로도 검찰 수사와 관련해 두고두고 인용될 사진이지요.

 

재밌는 건 소위 특종사진창 너머로 찍힌다는 공식을 또 한 번 확인했습니다.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서울신문 도준석, 2000) 사진, ‘병실 밖 내다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중앙일보 김경빈, 1996)’ 사진도 오랜 뻗치기 중에 창문 안을 찍어 얻은 특종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잠옷 입고 TV보는 이완구 전 총리모습, ‘병상에 누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진 역시 긴 렌즈를 장착해 유리창을 통해 찍어 큰 반향을 일으켰지요.


 

하지만 황제조사사진이 기존의 창 너머 특종과 다른 것은 주요 인물을 보여 준 것에 머물지 않고 짐작은 하되 드러내기 어려운 관계를 증거처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관계 맺고 작동하고 있는 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줬지요. 검찰이 우 전 수석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에 그럴 수 없겠구나하는 강한 확신을 갖게 합니다.

 

저는 출근길에 페이스북에서 이 사진을 봤습니다. 보는 순간 ~”하는 탄식이 나왔지요. 대부분의 사진기자들의 그러했을 테지요. 아마도 사진부 부장은 오전 부장단 회의에서 우린 왜 이런 거 못 찍었나?’하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내야 했을 겁니다. 대게 이런 경우 비슷한 시도로 만회해 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검찰은 이미 창문 단속에 들어갔을 테니까요.

 

어디 높은 곳에서 검찰청을 바라보면 유리창을 통해 조사 장면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사진기자면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생각이 곧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포착 확률이 미미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니 포착 확률은 그냥 제로인 셈이지요.

 

머리에서 발까지의 거리가 참 멀다는 생각입니다. 그 거리를 자주 극복하는 것이 좋은 사진기자의 덕목이고 제겐 가장 큰 숙제인 것 같습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혹시 '우주의 기운'으로 읽었을까?  (2) 2016.11.22
100만 촛불의 날에  (0) 2016.11.17
창문 너머에 특종이 있다  (0) 2016.11.11
거리에 선 딸래미  (0) 2016.11.06
오늘 검찰에 '장'이 섰다  (0) 2016.10.31
1분을 위한 8시간  (0) 2016.10.28
Posted by 나이스가이V

장이 섰다’고 하더군요. 장날도 보통 장날이 아니었습니다.

 

비선실세의 검찰 출석을 찍기 위해 기자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렸습니다. 스포츠지, 연예지, 외신기자들까지 모였으니 짐작할 만하지요. 제 입사 이후 검찰에 모인 기자 규모는 이날이 최대였습니다. 기자 규모는 정확히 뉴스의 크기에 비례하지요.


 

전날 최순실씨 31일 오후 3시 피의자 신분 소환 조사라고 휴대폰에 속보가 뜨자마자 가슴이 뛰었습니다. 종소리에 침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 같은(ㅋㅋ) 반응이지요. 최대 뉴스의 현장에 있다는 것은 기록하는 자에겐 존재이유이지만 한편 살짝 긴장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기자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끓는 분노가 그 떨림에 한 몫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방으로 여러 줄 겹쳐 선 기자들이 겨우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동안에는 시끌벅적한 속에서도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상은 좋은 사진 한 장 아니겠습니까. 저마다 최선의 사진을 위해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최씨가 걸어올 동선이 확보되고 포토라인 뒤로 기자들이 물러난 뒤에는 이 구역 안으로 들어오는 누구도 곧바로 적이 되지요.

 

최씨가 차에서 내려 걸어 들어옵니다. 검찰 직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말이지요. 이날 최씨를 둘러싸고 들어서는 검찰 직원의 규모도 제 기억에는 최대였습니다. 포토라인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몰린 기자로부터 최씨를 보호해야겠다는 의지가 읽혔습니다.

 

모자를 깊이 눌러 쓴 최씨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검찰 직원과 기자들이 엉겼고 그 와중에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포토라인 안으로 들어와 피켓을 들어 올렸습니다.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취재진과 검찰 직원들이 몸싸움을 하며 넘어질 듯 밀리며 청사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바닥에 신발 한 짝이 떨어졌습니다. “최순실 신발이다.” 이번에 이 신발을 가운데 두고 사진기자들이 둘러쌌습니다. 최순실 관련이면 뭐든 기사가 되고 뭐든 사진이 되는 때이니까요.

 

 

최씨는 검찰 출석 전에 미디어에 어떤 모습을 보일까 고민했을 겁니다. 짧은 사과 발언, 울먹이는 모습, 복장 등도 나름 고민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날 나름 검은색 계열의 가장 수수한 복장을 선택했을 테지요. 하필 벗겨져 흘리고 간 신발이 고가의 프라다라 또 이리저리 인용되고 퍼 날라지고 있습니다.

 

주위가 진정되자 한 남성이 시녀검찰 해체하라고 외치며 개똥을 검찰 청사 유리창에 퍼부으며 짓이겼습니다. 똥내를 맡으며 3단 사다리 위에 어정쩡한 자세로 마감을 하는데 실실 웃음이 나더군요. 오랜만에 큰 장이 서니 다채롭구나싶었습니다.


 

검찰 조사 받을 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큰 장이 수시로 설 것 같습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문 너머에 특종이 있다  (0) 2016.11.11
거리에 선 딸래미  (0) 2016.11.06
오늘 검찰에 '장'이 섰다  (0) 2016.10.31
1분을 위한 8시간  (0) 2016.10.28
나는 사기꾼이었다  (0) 2016.10.21
흘낏 본 일본  (0) 2016.10.17
Posted by 나이스가이V

오랜만에 뻗치기를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뻗치기는 일종의 기다림인데 설렘은 전혀 없는 그런 막연한 기다림이지요. 언제 끝날지 몰라 더 지루하고 길게 느껴집니다. 늑장 부리던 검찰이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관련 재단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습니다데스크 전화를 받고 달려간 곳은 최씨의 신사동 자택이었지요.

 

이미 와 있던 타사의 사진기자들이 반겨줍니다. 동료기자들이 모인다는 것은 이날 9곳의 압수수색 장소 중에서도 비중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죠. 더 중요한 건 덜 외로우리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긴 시간 버티며 의지할 사람이 왔다는 것이지요.

 

종일 한 공간에서 같은 목적으로 뻗치다 보면 애틋함이 솟아납니다. 그동안 왜 안 보였나, 어떻게 지냈나그간 어떤 재미난 일들이 있나 등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주택, 아이 교육 등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갑니다. 긴 시간 얼굴 맞대고 있으면 못할 얘기가 없지요. 길게 느껴지는 시간을 건너기 위해서는 어떤 말이라도 뱉어내야 하는 겁니다. 대체로 나만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위안이 크지요.

 

기다림의 목적이 같은 자들은 신문이니 방송이니 하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서로 마음들을 씁니다. 나이에 따른 체감 정도는 다를지언정 다 고생하는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최순실의 명품 구두 신발장사진도 그렇게 찍을 수 있었습니다. 압수수색 중이어서 최씨의 집으로 들어갈 순 없었지만 아래층 계단까지는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신발장까지 접근이 가능하다는, 그 안에 명품 구두들이 많더라는 것을 먼저 알게 된 기자가 정보를 공유해줍니다. 함께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간식 나눠먹던 동료를 제쳐 두고 혼자 몰래 무언가를 찍는다는 것은 적어도 뻗치기의 현장에서는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모양입니다.


 

압수물을 담을 박스가 몇 개 들어가고도 한참이나 시간이 걸리자 뭐 들고 나올 거나 있겠나.” “적당히 시간 때우고 있는 거 아닌가.” “보여주려 하는 거니 다른 데로 빠지진 않겠지?”런 얘기들로 은근한 조바심을 드러냅니다. 압수수색은 해가 지고 주위가 깜깜해지고 나서 끝이 났습니다. 8시간 이상을 최씨의 빌딩 앞에서 기다렸고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허무한 몇 컷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함께 뻗치던 기자들은 어둠 속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던진 채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사실 데스크는 두 시간 전쯤 철수하라했지만 이미 기다린 6시간이 아까워 그냥 버텼습니다. 동료들이 여전히 지키고 있는 현장을 먼저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무엇보다 떠나자마자 압수수색이 끝난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눈치 보던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나서면서 압수수색, 소환 등 뻗치기의 날들이 늘 것 같습니다. 검찰의 수사의지에 달린 것이겠지만요.

 

뻗치기의 시간을 좀 더 잘 쓰는 방법을 매번 고민해보지만 뾰족한 답은 찾아지지 않습니다.


근데 '이게 뭡니까. 나라꼴이...'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리에 선 딸래미  (0) 2016.11.06
오늘 검찰에 '장'이 섰다  (0) 2016.10.31
1분을 위한 8시간  (0) 2016.10.28
나는 사기꾼이었다  (0) 2016.10.21
흘낏 본 일본  (0) 2016.10.17
카메라가 낯설어 지던 날  (0) 2016.09.05
Posted by 나이스가이V

사진이야기

현장에서 사진기자들의 경쟁 중 상당부분이 자리경쟁입니다. 자리를 먼저 잡으려는 것은 안정적인 상태에서 적절한 사진을 얻을 확률이 높다는 경험에 의한 것이지요. 결국 자리경쟁은 좋은 사진을 찍으려는 경쟁입니다.

 

뉴스가 클수록 자리 경쟁은 치열해 집니다. 성완종 리스트 인물 중 한 명인 홍준표 경남지사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두고 수사팀이 있는 서울고등검찰청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3단 사다리를 받치고 포토라인에 명함을 붙여 한 번 더 자리를 확인하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예닐곱 명의 사진기자들이 같은 생각으로 각 회사의 영역을 표시했습니다. 소모적인 자리 맡기 경쟁을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사다리만 있고 사람이 없으면 자리는 무효라는 협회에 소속된 사진기자들의 약속이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행여나 혹시나 싶어 자리를 맡아둡니다. ‘자리그 자체보다 자리에 대한 강박에 위안을 얻기 위함일지도 모릅니다.

 

홍 지사 출석 당일 아침. 사람이 지키지 않은 전날 사다리의 효력은 없어졌고 먼저 검찰청에 도착한 기자의 순으로 자리선택의 우선권이 주어졌습니다. 현장추첨 보다는 소모적 여지가 있지만, 긴 시간 피곤을 감내한 투자에 대한 보상 측면에서는 합리적인 것 같았습니다. 그간 이런 상황에서 현장의 즉흥적 결정에 좌우되는 면이 많았습니다. 리스트 인물이 여럿 남았으니 수차례 이런 반복을 경험하다보면 가장 합리적인 매뉴얼이 만들어 지겠지요

 

자리가 정리되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회사별로 두세 명 이상이 나오다보니 평소 잘 만나지 못한 선후배 동료들을 한 번에 보게 됩니다. 반가운 인사, 초면의 선후배간의 통성명도 자연스레 이뤄지구요. 곳곳에서 웃음들이 터져 나옵니다. 검찰청이라는 무거운 공간에 떠다니는 가벼운 대화와 웃음이 의외로 조화롭다, 생각했습니다. 경험 많은 검찰 취재지만 내부에서 이는 잔잔한 긴장은 늘 있습니다. 기자들은 긴 시간의 긴장과 지루함을 그렇게 지우는 것 같습니다. 성완종 리스트의 인물들은 이 봄이 잠 못 드는 잔인한 계절이겠지만, 사진기자들에게는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친목의 계절일 수도 있습니다.


   

오전 10. 차량이 들어서고 긴장한 모습의 홍 지사가 내립니다. 기자들의 몇 가지 질문을 받고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사진에 담습니다. 긴 기다림에 비해 허무하기 짝이 없는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입니다. 이 짧은 시간에 집약된 긴장과 예민함은 정점을 찍습니다. 방금 전까지 평온하던 취재진 사이에서 고함이 터져 나옵니다. 누군가 암묵적 룰을 깨고 카메라의 시야를 가린 상황이지요. 생중계에 고함 소리가 낭자한 이유입니다. 가끔 민망하지만 이 역시 현장성이란 말로 합리화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자리경쟁으로 시작한 글입니다.

성완종 리스트라는 것도 결국은 자리를 위한 눈 먼 탐욕의 결과물 아닌가요.

세상사, 인간사를 자리경쟁이라는 틀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 홀로 출사 '백사마을'  (1) 2015.05.19
슬픈 사자를 보았다  (0) 2015.05.12
'자리경쟁'  (0) 2015.05.09
사진에 담은 봄바람  (0) 2015.05.04
사진기자 배정현을 추모하며  (0) 2015.04.30
드론이 들어왔다  (4) 2015.04.21
Posted by 나이스가이V

경찰에 폴리스라인이 있다면 기자에겐 포토라인이란 게 있습니다.

요즘 매체가 늘어나서 기자들이 몰려드는 어느 곳에나 포토라인이 등장하지만, 포토라인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곳은 검찰이나 법원이지요.

 

한 20년 전쯤 매체가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은 라인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구요. 검찰에 누군가 출두하면 그냥 달라붙어 몸싸움을 벌이며 사진이나 영상을 찍었다고 하더군요. 그 시절 대통령 선거에 나온 대기업 회장님이 검찰에 들어서다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이마를 찧어 피를 흘렸습니다. 그렇게 무질서 했던 것이지요. 포토라인은 그 일 이후로 생겼다고 합니다.

 

포토라인은 가상의 선이 아니라 눈에 잘 띄는 노란색 테이프입니다. 기자들끼리 질서를 유지해 취재를 하자는 약속의 선입니다. 취재 대상의 힘에 비례해 라인은 길어집니다. 그만큼 많은 기자들이 취재한다는 얘기지요. 제가 경험했던 가장 긴 줄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할 때의 라인입니다. 김해 봉하마을에서 부터 서울 서초동 검찰 청사까지 이어졌으니까요. 

 

포토라인 중 취재대상이 질문을 받는 위치를 표시한 삼각형 모양의 라인은 세상 어떠한 선보다 강력한 선입니다. 왜 네모나 동그라미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삼각이었습니다. 검찰에 출두하는 누구든 이 자리에 꼼짝말고 서야합니다. 할 말이 있어도, 말하기 싫어도 말이지요. 굳지 부탁하지 않아도 그 삼각형만 보면 그 위에 발을 올려 놓고 서게 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수 없이 봐온 학습효과 아닐까요.

 

검찰 삼각라인에 서면 자존심 상하고 이미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하더군요.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에 정신이 혼미해 진다고도 하데요. 다그쳐 묻는 취재기자들의 목소리에 주눅이 든다고도 합니다. 혼이 반쯤 빠져 조사실로 올라가면 집을 나설때 마음가짐과 다르게 혐의를 술술 인정한다고 합니다. ㅎㅎ 요건 믿거나 말거나.

 

검찰 삼각포토라인 위에 섰던 힘 가진 들이 이를 계기로 낮은 자세로 살아가며 명예회복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게 될까요?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릴적 영웅 유남규  (1) 2013.07.23
이제 제 어깨 내어 드립니다!  (0) 2013.07.13
포토라인에 서면  (0) 2013.07.02
무례한 당신은 누구십니까?  (0) 2013.06.12
'가왕' 조용필의 주부팬  (0) 2013.05.31
살아 움직이는 사진  (0) 2013.05.24
Posted by 나이스가이V
"나온다~"
주변의 작은 분위기 변화에 무리속에 누군가가 외치고 삼삼오오 얘기나누며 시간을 죽이고 있던 기자들은
부산을 떨며 카메라를 급히 들고 자세를 잡습니다. 5초도 안되는 시간에 이뤄지는 것이지요.  
흡사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 소년의 외침에 동네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처럼 신속합니다.
금세 "에이~뭐야"하는 소리들이 이어서 흘러나옵니다.
보통 이런 상황들이 세 차례쯤 지나야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요. 
바로 압수수색 현장입니다.
취재를 위해 무작정 기다린다는 은어 '뻗치기'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현장이지요.
어제 검찰이 SK그룹 본사를 압수수색 했습니다.


오전 9시경부터 오후 7시까지 약 10시간을 사다리에 앉아 기다렸던 선배와 교대를 했습니다. 
압수수색한 수사관들이 그때까지 나오지 않았던 것이지요.
10시간을 뻗쳤던 선배는 초췌해 있었지요.
사다리를 받쳐 놓은 곳은 그룹 본사의 로비.
로비 밖 주차장에 검찰 수사관들이 타고온 버스가 주차돼 있었지요.
기자들은 압수물을 든 수사관들이 줄지어 나와 주차된 버스로 가는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종일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 시간동안 뭐하냐구요? 
책보는 사람도 있구요. 게임하는 이도 있구요. 하지만 대체로 삼삼오오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눕니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지않으면 안됩니다. 무슨 말이든 하지않으면 안됩니다. 
이런 기회가 많지 않은 관계로 얘기를 나누다보면 평소 서먹했던 동료기자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거든요. 같은 공간에서의 몇 시간은 누군가를 알게되기 충분하고도 넘치는 시간이더군요. ^^

시간이 지체되면서 기자들은 이런지런 추측을 보탭니다.
"이미 지하로 빠져나갔을 것이다."
"아니 검찰버스가 주차장에 있는데..."
"기자들의 시선을 돌리려는 전술이다"
무료함을 달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주차장의 버스가 움직였지요.
'후다다'.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반사적으로 튀어나갑니다.
플래시가 터지고... 


버스속 검찰관계자들은 자기들은 아니라고 하고,
그렇게 버스는 떠나갔습니다.  


기자들은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뭐야? 박스가 없잖아"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그제서야 뭐가 잘못돼 가고 있다 느꼈는지,
로비 주변을 찍기 시작합니다.
원하는 그림이 안나오면 아쉽지만 다른 그림이라도 찍어야 한다는, 일종의 면피 행위지요.


기자들이 기다리던 것은 수사관들이 파란색의 검찰 로고가 새겨진 박스를 든 채 줄지어 나오는 그림이었습니다.

-아래 사진 참조-
다른 기업의 압수수색때 찍은 사진입니다 ^^
바로 이런 상자를 밀고 지고 이고 나오는 그림을 머릿속에 그려넣고 있었던 것입니다.


상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고 아침에 들어갔다는 20여명의 수사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하로 다 빠져 나갔구나', 판단했습니다.
검찰버스 두 대가 빈 채로, 허무하게 빠져 나간뒤, 주차장에는 검찰 승용차 한 대.
기자들도 하나둘씩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장애인 주차장에 세워진 검찰 소속 승용차에 시선을 꽂은 채, 갈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몇몇 기자들이 모여 앉아 "가자" "기다리자" 의견이 분분했고,
누군가는 "장애인 전용 주차장에 차를 세운 것을 찍어서 조지자"고 했지요. 
그때 등장한 수사관.  


로비에서 방송기자들이 따라붙었고 밖에 갈까말까 망설였던 기자들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회전문으로 나오던 수사관은 기자들과 얽혀 문 안에 잠시 갇혔었지요.
묵직한 박스를 기다렸건만, 수사관의 손에는 달랑 서류봉투 한 개씩. 


기자들을 뒤로 하고 검찰 승용차도 유유히 빠져 나갔습니다.
약 12시간의 뻗치기의 결과치고는 참 허무했지요.

"SK 정도면 이미 검찰과 말이 됐을 것이다"
"저 서류봉투 안에 모든 것이 들었을 지도 모른다"
"자료은 폰으로 담아 전송했을 것이다"

아쉬움을 그런식으로 위로합니다. 

 

길고 길었던 뻗치기의 하루는 그렇게 깊어갔습니다. ㅜㅜ

yoonjoong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4년 만에 만난 원기  (2) 2011.11.14
신문사진 이렇게 다르다  (3) 2011.11.11
뻗치기..그 허무함에 대하여  (2) 2011.11.09
"원순씨, 여기 좀 봐주세요"  (2) 2011.10.28
아이는 일단 안고 보는 겁니다  (0) 2011.10.13
"자유롭고 싶다"  (0) 2011.09.27
Posted by 나이스가이V
'뻗치기'라는 기자들이 쓰는 은어가 있습니다.
군대에서의 얼차려를 연상케하는 단어인데요.
단어의 뉘앙스가 그러하듯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약이 없지만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어떤 상황이나, 뉴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마냥 기다리는 
조금은 무식하고 단순한 취재방법이지요. 
지겹습니다. 하지만 왠만큼 간이 크지 않으면 자리를 떠서 다른 무엇을 할 수도 없습니다.
꼭 자리를 비운 잠깐동안 상황이 발생해 버릴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지요. 

그제 태광그룹 회장의 어머니 집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는 뉴스를 보고 
바로 장충동으로 향했습니다. 기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있었지요. 
그저 '압수수색 영장발부'라는 사실에 '설마 이 늦은 밤에 하겠나'하는 의심을 가지면서도 모여든 것이지요.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지겨워지기 시작합니다.
한 일간지의 수습기자라 소개한 친구가 다가옵니다. 검찰이 언제 오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 물었고,
뉴스보고 왔다. 정확한 건 없다,고 답해 줬습니다.
지난 사흘간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이곳을 지켰다는 이 친구는 기자들이 몰려들자,
홀로 있던 외로움에서 벗어난 기쁨과 이제 지난 사흘간의 별 소득없는 뻗치기가 막을 내리는 구나, 하는 
기대감에 표정이 밝았습니다.

건너편 빌라 옥사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인내의 시간을 벌서듯 보내고 있었습니다.
"집 안에는 진돗개와 고양이 한 마리가 마당에 돌아다니는 데요" 자신만이 확인하고 본 유일한 모습에 대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예의 그 밝은 표정으로.

밤 12시가 넘어서자, 기자들이 하나둘씩 '오늘은 아니구나'하고 돌아갔습니다.
이리 허무할지 알면서도 '혹시나'나는 마음에 움직이는 이들이 기자들이지요.
그 수습기자는 또하루 늘어난 '뻗치기'에 한 숨을 내쉬겠지요.

결국 다음날 압수수색이 실시되었습니다.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가 개고생 하던 날  (0) 2010.12.26
이거 뭐 어처구니가 없어서...  (0) 2010.11.08
뻗치며 산다!!  (0) 2010.10.22
붉은악마, 역사를 가르치다  (0) 2010.10.18
조화들의 힘겨루기  (0) 2010.10.18
축제의 그늘  (0) 2010.10.18
Posted by 나이스가이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