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2

'눈이 하는 말'

야생동물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본 일이 있습니까? 전남 구례에 있는 야생동물의료센터를 다녀왔습니다.(9월23일자 포토다큐) 부상당하거나 어미 잃은 야생동물이 구조돼 들어와 치료·재활을 하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찍어온 사진을 고르다 다시 한 번 야생동물들의 눈을 응시하게 됩니다.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서 야생동물을 찍을 수 있어 마주치는 눈을 바라보기도 했었지요. 사람 사진도, 동물 사진도 눈에다 포커스를 맞춰 찍는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동물의 눈이 잘 보이는 사진 몇 장 모았습니다. 문득 ‘저 반짝이는 눈이 무슨 말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어떤 슬픔 같은 게 읽힙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동물들이어서겠지요. 크게 다친 동물들의 폐사율이 높다고 하니, 아마 ..

사진이야기 2017.09.26

속도는 병이다

서울을 벗어날 때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그것이 출장이어도 그렇습니다. 잠시 떠남의 설렘과 탁한 공기를 뒤로하는 상쾌함보다 오히려 도시의 숨가쁜 속도를 잠시 벗어나는 것이 그 이유인 것 같습니다. 산수유가 만발했다하여 전남 구례를 다녀왔습니다. ‘꽃을 보고 즐긴다는 것’은 확실히 ‘느림’의 영역이지요. 그런 느긋한 마음으로 산수유 사진을 찍고자 했습니다. 6년 만이자, 네 번째로 산수유마을을 찾은 것이지요. 마감에 임박해 헉헉댔던 지난 세 번의 취재보다 훨씬 여유로웠습니다. 연차인지, 나이인지 여하튼 세월이 제 안에 무언가 다른 무늬를 새겨놓은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내 안의 여유를 발견하자 ‘이 느낌 유지하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주말 마을 초입에는 산수유 축제 채비로 분주했습니다. 차량들이 ..

사진이야기 201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