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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정농단묵인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했습니다. 우 전 수석은 차가운 표정으로 법원에 들어섰습니다. 질문을 하는 기자에 대답 없이,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그 특유의 노려봄도 없었습니다. 사진 데이터를 보니 3층 법정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모습을 감출 때까지 30초쯤 걸렸습니다. 늘 그렇듯 긴 기다림에 비해 허무한 취재지요.

 

 

카메라를 내려놓자마자 노트북을 펼쳐 '우병우 출석' 사진을 마감하던 한 후배가 말했습니다. “비교되네. 양복을 입어도 저렇게 다를 수가 있나.” 비교의 대상이 있다는 얘기지요.

 

두어 시간 앞서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고 있는 그룹 빅뱅의 탑(최승현)이 그 자리에 섰다가 법정으로 들어섰습니다. 청년 연예인과 한때 정권의 실세였던 중년을 비교하는 것에 무리가 있고, ‘외모를 비교하는 것에 다소 거부감이 들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탑을 두둔할 생각은 없습니다. 탑은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리고 준비해 온 사과문을 읽었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깊이 반성하고 진심으로 뉘우칩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을 것이며 어떠한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기획사의 치밀한 연출 하에 진행됐다 하더라도 반성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합당한 댓가를 치른 뒤 새로운 시작의 여지가 거기에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탑은 이날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고, 검찰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습니다.

 

    사진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사진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수석은 한 번도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깊이 뉘우친다는 말도 그에게서 들은 적이 없습니다. 고개 숙이는 것은 혐의의 인정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여전히 모른다고 일관한다지요. 두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우꾸라지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국민 상식의 법망을 피할 순 없겠지요.

 

 

수차례 보아 익숙해진 우 전 수석의 모습인데도 앞서 탑이 보인 대조적인 모습 때문에 우 수석은 자신도 모르는 '의문의 1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비교된다는 말은 단지 외모에만 있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우 전 수석도 기획사의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yoonjoong

Posted by 나이스가이V

회사에서 만난 타 부서 선배들이 제게 다가와 묻습니다. “다친데 없냐?”.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했더니, 주말 소위 태극기 집회라 불리는 친박 단체집회에서 제가 겪은 작은 해프닝을 전해 들었던 모양입니다. 제 옆자리 이야기꾼’ S선배의 입을 거쳐 나간 것이라 짐작합니다. 두어 다리 건너간 얘기는 극적이고 긴박해지고 포장되고 과장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지난달 25일 촛불집회를 취재하기 위해 장비를 챙겨 회사를 나섰습니다. 가는 길에 “30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하는 친박 단체 집회를 잠깐 찍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내려가는 동안 태극기를 든 어르신들이 하나둘 스쳐갔습니다. 집회가 한창인 서울광장 일대는 붐볐습니다.

 

광화문광장 쪽으로 향하며 적당한 위치를 찾아 섰습니다. 무대에서는 제법 거리가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드는 순간 60대 전후쯤 보이는 아주머니가 뭐 찍어요?”하고 묻습니다. 뭐 딱히 궁금해 묻는 것은 아니었지요. “집회 사진이요” “왜 찍으세요?” “취재하는 겁니다. 경향신문 기잡니다.” 두세 명의 비슷한 연배의 아주머니들이 제 주위에 둘러섭니다. 잘 걸렸다는 듯이 말이지요.

 

 

살짝 위기감을 느낀 저는 아버지를 팔았습니다. “아버지도 만나겸 해서...” 상황 모면용 내지는 짐짓 여유를 부리는 말처럼 뱉은 겁니다. 사실 지난주 아버지께서 친구분들과 처음으로 이 집회에 참가하셨다는 것을 둘러서 듣게 되었지요. 여하튼 이날 또 나오셨다면 우연히라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있었던 터라 그런 말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이봐, 여기 가방에 노란리본 달았네.” 몸에 태극기를 지니지 않아 의심했던 저를 이제 확신에 차 몰아붙입니다. “노란리본 단 사람이 여기서 무슨 사진을 찍어?” “(앞쪽 빈 공간을 가리키며) 여기 빈 데 찍어서 몇 명 안 왔다고 쓰겠지.” 앵글지도까지 하십니다. 회사를 나서며 노트북 가방에 달린 노란리본 뱃지를 뗄까 잠시 머뭇거렸지만 그건 좀 비겁해 보였지요. 설마 했는데 그 뱃지 때문에 취재는 불가능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떼는 것도 우스운 일 아니겠습니까. 소란에 시선들이 꽂혀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노란리본 달면 안 됩니까?”라는 말을 소극적으로 던진 채 자리를 벗어나려다, ‘도망치듯 사라지면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스울까싶어, 태연한 척 그 자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 몇 컷 찍으며 천천히 걸어서 광화문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자식을 키우고 손주 재롱을 볼 분들이 어떻게 노란리본을 적대할 수 있나?’ 또 큰 위협은 아니었지만, ‘만약 아버지가 거친 공격을 당하는 나를 보셨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따라붙었습니다. 물론 그날 아버지께서 그곳에 계셨는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 사진가는 뭘 찍냐?”는 물음에 태극기를 전문으로 찍는 사람이라 답 해 따뜻한 격려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빤한 집회현장에서 기자에게 뭘 찍냐?’ '왜 찍냐?'고 따져 묻고 취재를 방해하는 비정상의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그 수모를 견디며 취재하는 모든 동료 기자들에 박수를 보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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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봄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여느 때보다 길게 느껴지는 겨울이지 않습니까. 이른 꽃소식이 지면에 몇 차례 소개됐지만 개의치 않고 남도로 향했습니다. 만개한 꽃보다 꽃이 피기 전의 모습을 담고자 했습니다. 왠지 이 시국에 정의로운 국민의 바람이 개화를 앞둔 꽃눈과 다르지 않다는 식의 억지 최면을 걸었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하루 종일 내린 지난 22일 전남 완도군에 있는 완도수목원을 찾아갔습니다. 빗속엔 제법 따스한 기운이 스며있었지요. 카메라에 접사렌즈를 끼웠습니다. 사실 여의도 벚꽃, 구례 산수유, 광양 매화 등 규모 있는 꽃 축제 사진은 수차례 찍어보았습니다만, 그때도 접사렌즈를 장착하지는 않았습니다. 접사렌즈를 이용해 꽃사진을 찍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지 않았었지요. 그런류의 사진은 따로 취미를 둔 사람들의 영역이라 생각했습니다.

 

명색이 사진기잔데 꽃눈을 클로즈업해 찍는 것이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노트북에 띄우고 크게 보니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 꽃눈은 정교한 무늬와 색을 품고 있었습니다. 노랑, 하양, 빨강의 꽃으로 피어날 색이 그 속에 있었지요. 향기 또한 품고 있지 않겠습니까. 문득 그렇다면 소리는 어떠할까’ 꽃이 막 터져 나오는 바로 그 순간의 소리는 무엇일까가 궁금했습니다. 귀가 밝고 선한 사람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삼지닥나무

 

  개나리

 

  대만남천

 

  마취목 

 

  생강나무

 

  동백

 

  진달래

 

  개비자나무

 

  비목나무

 

  목련

 

  매화

 

상투적이지만 꽃에서 읽히는 인생도 있지요. 깊이 들여다보는 자는 자신의 삶을 투영하게 마련이지요. 수목원에서 보니 한 공간에 있으면서도 일찌감치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고 꽃눈조차 키워내지 못한 상태의 나무도 있었지요. 서둘러 핀 동백은 만개한 상태로 허무하게 떨어져 내렸습니다. 만개와 낙화. 절정이자 추락. 뭔가 우리 삶에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느꼈습니다.

 

겨울의 수목원에서 꽃보다 꽃을 피우기 위해 추위를 견딘 뿌리와 줄기에 찬사를 보내야 되지 않겠나 하고 깨닫습니다. ‘나는 삶에서 어떤 꽃을 피울 뿌리를 갖고 있을까, 화려한 꽃이 목적이어야 할까하는 간지러운 질문을 던져 봅니다


 떨어진 동백

 

생각이 가지처럼 뻗다 결국 국정농단에 가 닿습니다. ‘꽃의 허무함보다 더한 것이 권력 아닐까.’ 비약이지만, 대통령이 꽃을 곁에 두고 유심히, 또 깊이 들여다보기라도 했다면 나라가 이 지경까지 됐겠는가. 최순실이, 이재용이, 김기춘이, 조윤선이 허무하게 지고 마는 꽃의 절정을 알았다면 지금의 모습은 아니지 않았겠나, 생각해 봅니다. 이른 봄에 설레다보니 오버하게 되는군요. ^^ 

 

송두리째 빼앗긴 것 같은 긴 겨울입니다. 남도에서부터 봄은 오고 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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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어떤 상황을 염두에 두고 찍었던 사진은 아니었지만, 굳이 찍어 두었던 이유가 열흘이 지나서야 드러났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입니다. 이날 지난해 11월부터 광장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농성을 벌여온 블랙리스트 예술가들이 시위를 위해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로 향하는 블랙리스트 버스에 올랐습니다. 주말 촛불집회의 명물, 박근혜 대통령의 흉상 조형물 등이 트럭에 실려 함께 세종시로 떠났지요.

 

사진은 트럭에 실리기 전에 찍힌 조윤선 문체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조형물입니다. 전날 제작을 마친 조 장관의 흉상은 처음으로 공식집회에 나서는 길입니다. 이 부회장과 조 장관의 조형물은 이날 광장에서 처음 대면했습니다.

 

의미를 입히지 못하고 취재사진 폴더에 넣어 두었던 사진을 꺼냈습니다.

 

 

이 부회장이 조 장관에게 말을 건넵니다.

 

구속수감 되셨더군요.”

그러게요. 저도 재벌 할 걸 그랬어요.”

 

두어 걸음 떨어져 대화를 듣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허...흠흠......”하고 불편해 합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한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대기하던 서울구치소에서 구속 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12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다 영장이 기각돼 귀가했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대가관계, 부정한 청탁 등이 소명되지 않았고 공범인 뇌물 수수자 측(최순실과 박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볼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119)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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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새해 블로그 첫 포스팅은 국정농단 사태에서 아주 먼 얘기, 다소 희망적인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보는 시야가 워낙 좁다보니 안 되는군요. 여전히 어수선한 세상과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신년 첫 신문에 직무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신년인사회를 하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이날 간담회 참석 기자들에게 카메라와 노트북, 휴대폰을 들고 오지 말라고 했다지요. 참 가지가지 합니다.

 

사진은 청와대 전속 사진사가 찍어 제공한 것이었습니다. 모두 6컷을 제공했습니다. 사진을 보니 기자의 카메라를 통제한 이유가 보였습니다. 하나같이 널널하게전체를 보여주는 사진이었습니다. 한 장이면 족할 사진을 여섯 장이나 올려놓고 다양하게 제공했다고 우기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청와대의 철저한 검열을 통해 제공된 사진이겠지요.

 

  <청와대 제공>

  <청와대 제공>

 

당번제로 취재하는 출입 사진기자가 간담회를 이런 식으로 찍어서 올렸다면 각사의 항의가 빗발쳤을 테지요. 사진기자라면 이날 대통령의 표정을 중심으로 여러 경우의 수를 머릿속에 그리며 다양한 사진을 챙겼을 겁니다. 얼굴에 주사 바늘 자국까지 까발려지는 카메라에 대한 공포였을까요?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 드러났을 때 각종 의혹에 대한 이날 대통령의 반박들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를 원천차단하자는 계산이 깔렸을 것도 같습니다.

 

사진 속 대통령은 두 손으로 제스처를 써가며 얘기하고 주위에는 참모들과 기자들이 둘러서서 대통령을 바라봅니다. 사진은 난 여전히 대통령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청와대가 사진을 통해 그리 말하더라도 상식있는 국민들은 대통령의 뻔뻔함으로 읽겠지만요.

 

대통령에 대한 취재는 경호 등의 이유로 기본적으로 제한적이고 통제적입니다. 이미지와 영상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라 통제가 한층 더 노골적이라 느껴집니다. 제공사진에는 지가 아쉬우면 쓰겠지하는 심보가 느껴집니다. 그 기저에는 사진은 다루기 쉬운 것, 부수적인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공사진은 합리적으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로 국한 되어야지요. 입맛에 맞는 몇 컷을 주고 쓰라는 것은 보도통제이자 언론자유에 대한 심각한 도전입니다. 시대를 거스르는 이런 발상들이 지금 국정농단 사태를 견인하지 않았나요.

 

박 대통령이 퇴진한다고 이러한 통제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 대통령이 됐을 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슷한 통제가 작동한다면 그 안에 국정농단의 싹은 언제든 자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촛불 이후의 바뀐 세상을 얘기합니다. 사진기자들이 대통령을 향해 자유롭게 카메라를 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사진기자가 찍은 그 사진이 무슨 얘기를 하든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더 바랄 것 없겠습니다.

 

  <청와대 제공>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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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누렸던 권세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재벌 총수 9명이 한꺼번에 출석했지요. 국회에서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취재진의 규모였습니다. 대통령이 국회에 와도 이날 규모의 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취재진의 규모로 권력의 크기를 가늠한다면 대통령 위에 재벌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재벌들을 대거 출석시켰으니 최씨의 권력이 대통령 위에 있다 할 수 있겠지요. 

 

 

 

 

의원들은 대기업 총수들에게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의 대가성 등을 따져 물었습니다. 수없이 지켜본 청문회의 학습효과겠지만 재벌 총수들의 답변은 잘 모른다” “보고 받지 못했다” “송구하다등의 발뺌과 변명의 말이 대부분이었지요. 특히 이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질문이 집중되었습니다. 재단 출연금 이외에도 정유라 승마 특혜지원과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회장은 느릿한 중저음의 목소리에 긴장과 지극한 공손함을 담아 시종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준비된 문장인 듯 질문이 달라져도 답은 같았습니다. 의원과 기자들 사이에서 실소가 터졌습니다. 내용 없는 답변에도 수준(?)은 있는지라 좀 의아했지요. 오랜 대책회의와 예행연습도 했을 텐데 말이지요. 준비한 답변에 대한 강박때문인지, 앞선 답변이 스스로 민망해 곱씹고 있었던 것인지 의원들의 질문을 못 알아듣기도 했습니다.

 

 

청문회가 정회될 때마다 기자실로 모여든 동료들 사이에 이 부회장의 모습이 단연 화제가 되었습니다. “삼성전자 주식 있으면 빨리 팔아라” “저 정도 밖에 안 되나” “민망하네같은 반응들 사이에서 누군가 확신에 찬 말로 저거 연기하는 거다. 바보 연기. 삼성이 어떤 조직인데...”라더군요.

 

우리가 청문회장에서 본 이재용 부회장의 긴장하고 공손하고 어눌한 말과 고개 숙인 모습 등이 치밀한 계산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매뉴얼에 의한 연기였다면, 생각만으로도 참 무섭습니다. 일단 그런 의심을 갖고 보니 청문회 자체가 '연기'로 보입니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의원들에 대한 경외의 표정과 저자세, 적당한 긴장과 어리숙한 답변 등 연기 경연장이었던 셈이지요. 예행연습으로 익힌 이런 답변에 의원들의 질문 의지를 꺾고 국민들에겐 일말의 동정을 끌어내는 효과도 계산됐을까 궁금했습니다. 단 하루의 망신과 치욕의 비용을 감내하면 오랫동안 다리 뻗고 지내지 않겠나 생각했겠지요.

 

 

국회의원이라고 이 경연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미 언론보도된 것을 묻고, 같은 답으로 돌아오는 소득 없는 질문을 반복했습니다. 정곡을 찌르지 못하는 질문은 호통과 윽박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카타르시스'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그 또한 연극적입니다. ‘청문회 스타라는 정치적 타이틀을 의식했을까요.

 

이날 청문회의 마지막 장면은 의원들과 재벌 총수들이 서로 수고하셨다며 밝는 표정으로 인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날 하루 종일 기자들이 찍은 사진 중 가장 진실에 가까운 사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이날 연기 경연의 우승자는 누구일까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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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정치인은 카메라 플래시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은 카메라를 꺼려서는 크지 못하고 카메라 플래시를 즐길 줄도 알아야합니다. 정치인의 인지도가 카메라를 모으지만 플래시 세례를 많이 받는 이의 인지도가 올라가기도 합니다. 초선 의원들이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카메라 플래시에 곧 익숙해지는 모습을 봅니다. 검찰 포토라인이 아닌 다음에야 그 맛이 싫을 리 없지요. 플래시의 빛은 내가 주목받고 있구나’ ‘뉴스 안에 내가 있구나느끼게 합니다. 어느 은퇴한 정치인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이 카메라 플래시 세례라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도 있습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발언도 발언이지만 저는 대통령의 주위에 번쩍이는 플래시 빛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사진기자의 플래시를 은근히 통제해 왔다는 것을 익히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이 싫어하신다는 이유로 말이지요. 듣자하니 문고리 3인 중 하나의 의지라는군요. 청와대 내 회의장이나 행사 공간이 충분히 밝다면 특별히 플래시를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용 자제를 요구하기 전에 그런 노력이 먼저여야지요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국회의 한 회의장으로 들어서던 박 비대위원장이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자 손으로 눈 주위를 가리며 눈이 부셔서...”라며 거북해 했었지요. 플래시 빛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보이는 정치인은 처음이었습니다. 함께 떠오르는 또 하나의 장면. 회의장에 일찍 도착한 비대위원장에게 한 취재기자가 가볍게 그러나 조금 예민한 질문을 웃으면서 던졌는데 대답 없이 빤히 바라보며 레이저를 쏘았었지요.



대국민 담화에서 터지는 사진기자의 플래시와 질문 있다며 손을 드는 취재기자를 보면서 대통령이 플래시질문을 즐길 줄 알았다면 나라꼴이 이 지경까지 왔겠나 싶었습니다.

 

정치인을 키운다는 카메라 플래시를 오래전부터 싫어했던 대통령그때부터 큰 정치는 과분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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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소 뒷걸음에 쥐 잡는경우가 있습니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찍은 사진이 지면에 크게 게재될 때가 그런 경우겠지요. 좀 민망합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주말 네 차례에 걸쳐 거대한 촛불이 일어났습니다만 대통령은 그 분명한 민심을 외면하고 있지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두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스가 크고 관련 기사들이 많다보니 반복해 찍을 수밖에 없는 사진이 있습니다. 청와대가 대표적이지요. 사진기자들은 대게 세종로 거리의 붉은 신호등과 멀리 보이는 청와대를 한 앵글에 넣어 위기의 청와대같은 식으로 제목을 달아서 씁니다. 사골처럼 우려먹은 이 사진이 식상했던지 데스크는 야경사진을 해보자고 지시했습니다.

 

인근 건물에 올라 해가 지고 불 꺼진 청와대와 경내를 밝힌 가로등 불빛을 앵글에 담았습니다. ‘어둠 속 침묵하는 청와대정도의 제목을 염두에 둔 것이지요. 어둠은 금세 짙어졌고 삼각대도 없이 들고 찍는 사진엔 한계가 있었지요.

 

이만하면 됐다싶어 철수하려다가 뭔가 살짝 아쉬운 마음에 렌즈의 줌 링을 방정맞게 돌리며 셔터를 난사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진기자의 난사는 참 민망한 행위라 생각하지만 두 가지의 조건이 맞을 때 가끔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목적한 적당한 사진을 찍었고 셔터소리가 들릴 만한 사람이 주위에 없을 때 한 번씩 후련하게 구사해 보는 겁니다. 때가 때인지라 수다스럽고 간사한 셔터소리가 화나고 갑갑한 속을 잠깐 위로해 주었지요.

 

사무실로 와 쓸 사진을 골라놓고 난 뒤 난사 컷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대부분이 흔들려서 버릴 사진들 사이에 그나마 덜 흔들린 사진 두어 장을 구색 맞추려 올렸습니다. 주변의 불빛이 청와대로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구색용 사진이 데스크와 편집국장의 상의 끝에 토요일자(11.19) 1면 사진으로 정해졌습니다. ‘시민들의 촛불이 청와대로 몰려가는 모습어둠 속 고립된 청와대의 느낌을 읽어낸 것이지요. 막상 1면에 배치되니 작자에게조차 천대받던 이 사진이 의미들을 뿜어냈습니다. 게다 4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장에 무료 배포되기까지 했습니다. 시치미를 떼고 있었지만 좀 부끄러웠습니다.

 

사진은 개인적·사회적 경험으로 읽힙니다. 광장의 시민들은 이 사진을 청와대로 향하는 민심의 촛불로 읽었을 테지요. 국정농단의 주역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이 사진을 봤다면 어떻게 읽었을까요. 민심을 읽어내고 아파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지만, 왠지 이 두 분은 ‘온 우주의 기운이 청와대로 몰려오고 있다라 해석하지 않았을까, 하는 매우 우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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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촛불이 일렁이던 날에 촛불 아닌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집회에 참여한 셈이지만 일이었지요. 최대 100만이 예상된다는 뉴스에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건만 그 규모는 생각 이상이었습니다.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까지 걸어가는데 1시간 반쯤 걸렸습니다. 양 어깨에 카메라를 걸고 노트북 가방을 메고 3단 사다리를 들고 인파 속에서 밀고 밀리며 다녔습니다.

 

저기쯤 담고 싶은 장면이 보여도 이동이 불가능할 땐 안달이 났습니다. 엄청난 인파에 통신이 두절되니 계획했던 시간대별 사진마감도 불가능했습니다. 광장을 벗어나야 겨우 통화와 사진전송이 가능했지만 그 이동 시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기록적 인파 때문에 사진부에서만 4명이 투입됐는데 그 인파 때문에 일이 안 된다고 툴툴거렸습니다. 역사적 현장의 기록이라는 거룩한 사명도 지금 당장 이동의 불편함과 마감에 대한 강박 앞에 무력해져 버렸습니다


 

 

 

늘 그러하듯 지나고 생각하니, 안달해봐야 그 순간에 해결될 것도 없지요. 좀 느긋하게 현장을 느끼고 즐기듯 취재했더라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을 테지요. 이건 뭐, 병이랄 수밖에 없습니다. 카메라를 드는 순간에 따라 일어나는 욕심이 현장에 있지만 현장에서 저만치 물어나 버리게 하는 것이지요.

 

회사로 돌아와 장비들을 벗어놓자 조바심은 달아납니다. 카메라를 놓고 나서야 촛불의 시간을 복기할 수 있었습니다. 가을밤을 수놓은 100만 시민의 촛불은 뭉클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내려오라외치는 사람들의 외침은 단호했습니다. 이심전심으로 나누는 참가자들의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분노해 모였지만 시민들의 표정들은 대체로 밝았습니다. 축제같은 집회가 분노를 표현하는 가장 진화된 방식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광장에서 마음 졸이던 자는 저와 집회 참가자들의 청와대 앞 진출을 두려워한 '경찰 간부' 뿐이었겠지 싶었습니다. 사다리를 밟고 선 제 옆을 지나며 경향신문 응원합니다라는 격려를 건네는 분들이 기억나 훈훈해 졌습니다. 환자가 발생해 구급차가 들어오는데 인파가 홍해처럼 갈라지던 장면도 떠올랐습니다

 

 

8년 전 광우병 촛불MB는 청와대 뒷산에서 이를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습니다. 청와대에서 광장의 외침이 안 들릴 수 없고, 촛불의 물결이 안 보일 수 없지요. 박 대통령도 듣고 보았을 테지요. 하지만 광장을 가득 메운 분노의 촛불을 볼만한 장관으로 받아들이고, 하야 촉구의 행진을 흥겨운 축제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우울하고 씁쓸한 생각이 올라왔습니다. 대통령과 그 주변에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어이없는 일들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자기합리화의 귀재 Q’정신승리법을 구사하고, '우주의 기운'에 기대 유체이탈을 도모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암울한 시대에 그나마 희망을 보는 것은 허무맹랑한 우주의 기운을 압도하는 또렷한 사람들의 기운이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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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장이 섰다’고 하더군요. 장날도 보통 장날이 아니었습니다.

 

비선실세의 검찰 출석을 찍기 위해 기자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렸습니다. 스포츠지, 연예지, 외신기자들까지 모였으니 짐작할 만하지요. 제 입사 이후 검찰에 모인 기자 규모는 이날이 최대였습니다. 기자 규모는 정확히 뉴스의 크기에 비례하지요.


 

전날 최순실씨 31일 오후 3시 피의자 신분 소환 조사라고 휴대폰에 속보가 뜨자마자 가슴이 뛰었습니다. 종소리에 침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 같은(ㅋㅋ) 반응이지요. 최대 뉴스의 현장에 있다는 것은 기록하는 자에겐 존재이유이지만 한편 살짝 긴장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기자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끓는 분노가 그 떨림에 한 몫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방으로 여러 줄 겹쳐 선 기자들이 겨우 자리를 잡고 서 있는 동안에는 시끌벅적한 속에서도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상은 좋은 사진 한 장 아니겠습니까. 저마다 최선의 사진을 위해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최씨가 걸어올 동선이 확보되고 포토라인 뒤로 기자들이 물러난 뒤에는 이 구역 안으로 들어오는 누구도 곧바로 적이 되지요.

 

최씨가 차에서 내려 걸어 들어옵니다. 검찰 직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말이지요. 이날 최씨를 둘러싸고 들어서는 검찰 직원의 규모도 제 기억에는 최대였습니다. 포토라인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몰린 기자로부터 최씨를 보호해야겠다는 의지가 읽혔습니다.

 

모자를 깊이 눌러 쓴 최씨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검찰 직원과 기자들이 엉겼고 그 와중에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포토라인 안으로 들어와 피켓을 들어 올렸습니다.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취재진과 검찰 직원들이 몸싸움을 하며 넘어질 듯 밀리며 청사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바닥에 신발 한 짝이 떨어졌습니다. “최순실 신발이다.” 이번에 이 신발을 가운데 두고 사진기자들이 둘러쌌습니다. 최순실 관련이면 뭐든 기사가 되고 뭐든 사진이 되는 때이니까요.

 

 

최씨는 검찰 출석 전에 미디어에 어떤 모습을 보일까 고민했을 겁니다. 짧은 사과 발언, 울먹이는 모습, 복장 등도 나름 고민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날 나름 검은색 계열의 가장 수수한 복장을 선택했을 테지요. 하필 벗겨져 흘리고 간 신발이 고가의 프라다라 또 이리저리 인용되고 퍼 날라지고 있습니다.

 

주위가 진정되자 한 남성이 시녀검찰 해체하라고 외치며 개똥을 검찰 청사 유리창에 퍼부으며 짓이겼습니다. 똥내를 맡으며 3단 사다리 위에 어정쩡한 자세로 마감을 하는데 실실 웃음이 나더군요. 오랜만에 큰 장이 서니 다채롭구나싶었습니다.


 

검찰 조사 받을 이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큰 장이 수시로 설 것 같습니다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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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가이V

오랜만에 뻗치기를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뻗치기는 일종의 기다림인데 설렘은 전혀 없는 그런 막연한 기다림이지요. 언제 끝날지 몰라 더 지루하고 길게 느껴집니다. 늑장 부리던 검찰이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관련 재단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습니다데스크 전화를 받고 달려간 곳은 최씨의 신사동 자택이었지요.

 

이미 와 있던 타사의 사진기자들이 반겨줍니다. 동료기자들이 모인다는 것은 이날 9곳의 압수수색 장소 중에서도 비중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죠. 더 중요한 건 덜 외로우리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긴 시간 버티며 의지할 사람이 왔다는 것이지요.

 

종일 한 공간에서 같은 목적으로 뻗치다 보면 애틋함이 솟아납니다. 그동안 왜 안 보였나, 어떻게 지냈나그간 어떤 재미난 일들이 있나 등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주택, 아이 교육 등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갑니다. 긴 시간 얼굴 맞대고 있으면 못할 얘기가 없지요. 길게 느껴지는 시간을 건너기 위해서는 어떤 말이라도 뱉어내야 하는 겁니다. 대체로 나만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위안이 크지요.

 

기다림의 목적이 같은 자들은 신문이니 방송이니 하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서로 마음들을 씁니다. 나이에 따른 체감 정도는 다를지언정 다 고생하는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최순실의 명품 구두 신발장사진도 그렇게 찍을 수 있었습니다. 압수수색 중이어서 최씨의 집으로 들어갈 순 없었지만 아래층 계단까지는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신발장까지 접근이 가능하다는, 그 안에 명품 구두들이 많더라는 것을 먼저 알게 된 기자가 정보를 공유해줍니다. 함께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간식 나눠먹던 동료를 제쳐 두고 혼자 몰래 무언가를 찍는다는 것은 적어도 뻗치기의 현장에서는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모양입니다.


 

압수물을 담을 박스가 몇 개 들어가고도 한참이나 시간이 걸리자 뭐 들고 나올 거나 있겠나.” “적당히 시간 때우고 있는 거 아닌가.” “보여주려 하는 거니 다른 데로 빠지진 않겠지?”런 얘기들로 은근한 조바심을 드러냅니다. 압수수색은 해가 지고 주위가 깜깜해지고 나서 끝이 났습니다. 8시간 이상을 최씨의 빌딩 앞에서 기다렸고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허무한 몇 컷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함께 뻗치던 기자들은 어둠 속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를 던진 채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사실 데스크는 두 시간 전쯤 철수하라했지만 이미 기다린 6시간이 아까워 그냥 버텼습니다. 동료들이 여전히 지키고 있는 현장을 먼저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무엇보다 떠나자마자 압수수색이 끝난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눈치 보던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나서면서 압수수색, 소환 등 뻗치기의 날들이 늘 것 같습니다. 검찰의 수사의지에 달린 것이겠지만요.

 

뻗치기의 시간을 좀 더 잘 쓰는 방법을 매번 고민해보지만 뾰족한 답은 찾아지지 않습니다.


근데 '이게 뭡니까. 나라꼴이...' 


yoon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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