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2

걷는 아프리카인

출장지였던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외곽지역을 차량으로 오가며 현지인들의 모습을 살폈습니다. 몇 가지 관심을 갖고 본 모습 중에 하나는 ‘걷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도대체 저 사람들은 걸어서 어디까지 가는 걸까?’ ‘얼마나 걸어왔으며 얼마나 더 걸어갈까?’ 궁금했습니다. 속도에 익숙한 제겐 눈앞에 펼쳐지는 느리고 막연한 걸음이 답답해 보였던 것이지요. 달구지나 오토바이를 타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그냥’ 걸었습니다. 걷는 아프리카인들을 달리는 차 안에서 찍었습니다. 빡빡한 일정에 좀처럼 속도를 늦추지 않는 차 안에서 걷는 이들을 찍는 것이 ‘비겁하고 소심한 사진 찍기’라 자아비판을 했습니다. 적어도 함께 걸으며 찍었어야 그 의미와 함께 사진의 무게감도 살아났을 테지요. 고로 아주 가벼운 사진들입니다. 멀..

사진이야기 2015.07.07

안현수 VS 빅토르 안

문화센터에서 글쓰기 강좌를 듣고 있는 지인이 강사의 말을 제게 옮겼습니다. “세상에는 책을 쓴 사람과 책을 쓰지 않은 사람,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글을 쓰는 혹은 쓰고 싶은 사람에게 있을 법한 분류법입니다. 그럼, 사진을 직업적으로 찍는 저에게는 ‘내가 사진을 찍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겠네요. 책 쓴 작가가 자신의 책에 애착을 갖듯 사진 찍는 사람에게 사진으로 남은 대상은 그렇지 않은 이보다 훨씬 마음이 가기 마련이지요. 대한민국 쇼트트랙 간판이었던 안현수도 제겐 그런 사람입니다. 7년 전 국제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인 그의 인터뷰 사진을 찍었습니다. 당시 썼던 블로그를 살짝 인용하자면, “···스케이트 훈련이 끝나고 곧바로 본격적인 체력훈련이 시작됐다. 호시탐탐 셔터타이밍을..

사진이야기 2014.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