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5

오늘 검찰에 '장'이 섰다

‘장이 섰다’고 하더군요. 장날도 보통 장날이 아니었습니다. ‘비선실세’의 검찰 출석을 찍기 위해 기자들이 어마어마하게 몰렸습니다. 스포츠지, 연예지, 외신기자들까지 모였으니 짐작할 만하지요. 제 입사 이후 검찰에 모인 기자 규모는 이날이 최대였습니다. 기자 규모는 정확히 뉴스의 크기에 비례하지요. 전날 ‘최순실씨 31일 오후 3시 피의자 신분 소환 조사’라고 휴대폰에 속보가 뜨자마자 가슴이 뛰었습니다. 종소리에 침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 같은(ㅋㅋ) 반응이지요. 최대 뉴스의 현장에 있다는 것은 기록하는 자에겐 존재이유이지만 한편 살짝 긴장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기자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끓는 분노가 그 떨림에 한 몫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방으로 여러 줄 겹쳐 선 기자들이 겨..

사진이야기 2016.10.31

나는 사기꾼이었다

저는 사기꾼이었습니다. 좀 억울했지만 입장을 바꿔보니 영락없는 사기꾼이었지요. 두 주일 전에 사진다큐를 위해 찾은 한 농촌에서의 일입니다. 며칠 계속된 비에 땅이 질어 가을걷이에 나선 농민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무작정 헤매다 콤바인 작업에 나선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이번 다큐의 핵심 주제인 쌀값에 대한 얘기도 듣고 사진도 찍을 요량으로 다가갔습니다. 서글서글한 인상이 참 좋았습니다. 틈틈이 던지는 물음에 답도 잘 해주셨지요. 내내 농사일을 지켜보며 가끔 사진 찍고 가끔 질문을 했습니다. 모르는 쌀농사는 지켜보는 거 이상 답이 없었지요. 시간을 충분히 두고 대화하다가 자연스레 집으로 초대받는 모양새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습니다. 더 깊이 다가가 노부부의 사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마감에..

사진이야기 2016.10.21

텅 빈 국회에서

일요일 국회는 대체로 한가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주말에 보통 지역구를 챙기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국회 출입기자들의 출근시간도 여유가 있습니다. 평일에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펼쳐질까?’하는 마음에 살짝 긴장하며 출근하는 것에 비하면 발걸음도 한결 가볍습니다. 휴일이면 ‘한가하리라’는 기대치가 있게 마련입니다. 물론, 특히 연말에 쟁점 현안을 두고 싸우거나, 큰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평일만큼 휴일이 바쁠 때가 있기도 하지요. 기대치를 벗어나 일이 많은 날이면 그 피로감은 배가 됩니다. 인간을 만든 신의 섭리인지 몸도 조물주가 휴식을 취한 7일째 되는 날에 맞게 세팅이 되어있나 봅니다. 몸싸움, 자리싸움이 없어 좋은 날입니다. 그렇다고 일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각 당의 당직 대변인 브리핑도 있구요. 간혹 ..

국회풍경 2016.07.07

몸싸움의 계절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에서 종종 제 뒤에 섰던 사람들이 잽싸게 자리를 차지해 서서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낀 채로 도착한 환승역에서 내리는데 이리저리 밀립니다. 갈 길 급한 여성들에게도 쉽게 밀립니다. 자리 못 잡고 잘 밀리는 저는 자리싸움과 몸싸움에도 능해야하는 사진기자입니다. 요즘 정치판이 분주합니다. 이세돌 사범과 알 사범의 바둑 대결이 시선을 상당히 돌려놓고 있음에도 여의도 기자들은 그냥 정신없습니다. 일에는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한다지만 현장에선 그럴 상황이 못 됩니다. 변수가 많아 일단 해놓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지요. 그래서인지 어디를 가나 기자는 많고 장소는 좁습니다. 요즘 아침부터 자리싸움, 몸싸움이 벌어집니다. 아시겠지만 치고 박는 날선 싸움이 아니라 은근한 싸움입니다. 그러나 정신 줄을 살..

국회풍경 2016.03.15

몸 좀 사립시다!!

MBC 조의명 기자가 해빙기 익사사고 보도중 물에 빠지는 아찔한 영상이 화제군요 익사사고의 위험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줄 순 없겠지요 말이 아니라 몸으로 위험성을 보여줬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좀 미안하지만, 사실 'NG'영상이지요 이를 과감하게 내보냈다면 '위험경고'의 극대화를 꾀한다는 뉴스 편집자의 의도가 있는 것이지요 문화방송의 차별화된 주말 뉴스에 맞는 영상이라 생각도 했을 테구요 또 이런 아찔한 영상과 조 기자의 이름이 온라인 뉴스를 통해 일파만파 번질 것이라는 소위, 또 한 명의 스타기자 탄생을 머릿속에 그렸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폭설 뉴스를 전하던 박대기 KBS 기자를 기억하듯이 말입니다 현장에서 접하는 방송기자의 보도도 조금 변하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지요 시청자가 보기엔 고만..

사진이야기 2011.02.09